'트와이스 채영♥' 자이언티 "내목소리 볼품없어, 벽 구타"..'자기혐오' 고백(세바시)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5.07.09 09: 01

가수 자이언티가 숨겨왔던 자기혐오를 고백했다.
7일 '세바시 강연 Sebasi Talk' 채널에는 "최초공개 자이언티의 고백, 자기비하, 자기파괴의 끝에서 배운 자기연민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 됐다.
이날 '세바시' 강연 무대에 오른 자이언티는 "I love me"라는 문구를 띄워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저는 제 얼굴도, 제 몸도 제 음악도 다 너무 좋다. 저는 특히 눈이 예쁘다. 그리고 제 턱 지압기가 따로 필요없다. 또 제 몸은 어떠냐. 장난아니죠? 장난 아니다. 또 제 음악 좋죠? 전 좋다. 히트곡 몇개가 있다. 찾아보니까 좀 되더라. 앞으로도 계속 잘될진 모른다. 아무튼 전 제가 좋다"고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29일 오후 서울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세탁기 론칭 포토월 이벤트가 열렸다.가수 자이언티가 참석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이어 "이게 지금 뭔 소리야 싶을거다. 사실 저는 제 음악도 제 얼굴도 모든거 뭐 하나 빼놓을것 없이 좋아하는게 없다. 너무 못마땅하고 안쓰러워서 견딜수가 없는 정도다. 저를 잘 아는 분들은 저를 완벽주의자로 알고 계실거다. 한 곡 만들때 수천, 수백 테이크씩 녹음한다는 소문 풍문으로 들어보셨을거다. 저를 아신다면. 근데 그게 좀 구리죠? '7대 1로 싸워서 이겼대' 이런 말같이 들리고 멋지지 않다"고 털어놨다.
자이언티는 "제가 어릴때 녹음을 하다가 제 목소리가 너무 볼품없고 싫어서 옆에 있던 죄없는 벽을 구타를 한적 있다. 그때 같이 작업하던 친구가 그걸 보고 울더라. 얼마나 당황스러우면 울었겠냐. 그럴 필요 없었을텐데. 좀 안쓰럽죠? 그땐 뭐든 가리고 싶어했다. 녹음돼있던 목소리가 그 한줄이 너무 얇고 볼품없게 느껴져서 그걸 감추려고 코러스를 수십 겹씩 덧댔다. 너무 빈약해 보여서 엄청 쌓은거다. 그리고 어릴때 한번은 어쩌다 기회가 생겨서 무대에 서게 됐다. 근데 누가 저를 찍어준 영상을 봤다. 진짜 어릴때다. 한 15, 16년 전이었던 것 같다. 진짜 개 마른 애가 촐싹거리면서 몸을 크게 쓰면서 이러고 있는데 진짜 꼴보기 싫더라"라고 스스로에게 느꼈던 자기비하를 토로했다.
그는 "지금 저를 아시는 분들이 공감 못할술도 있는데 진짜 장난 아니었다. 엉망이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버지가 운전하는 일을 하셨다. 아버지 차에 있던 선글라스 훔쳐 썼다. 그러고 무대를 했다. 눈 보여주기 싫어서 못견디겠어서. 무대 하는 내가 싫어서. 그때 무대하면서 날라리같은 힙합 음악 나오는데 정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이상하게 반응을 하더라. 사람들이 터지더라. 신기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무슨 말을 하고싶은거냐면, 전 저를 감추기 위해 뭔가를 계속 덧씌워왔다. 지금까지. 안보이게, 안 들키게 더 멋진 것들로, 더 근사헤 보이게 만들려고. 근데 재밌는건 그렇게 쪽팔려서 가리면서도 동시에 저를 채우고 있었던 것 같더라. 지나고 알게 됐다. 말하자면 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만든 것들이 이상하게도 그나마 나를 사랑하게 만든 재료가 됐다. 제가 맨 초반에 말했던 '나는 내가 좋아'라는 말 있지 않나. 그게 어쩌다 보니 거짓말이 아니게 된거다"며 "조금 거짓말이긴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이언티는 "한때 거울을 보면 '뭐 저렇게 생겼냐', 녹음하고 들으면 '목소리가 왜 이따구지?', 무대 위에서 누가 내 눈을 보면 날 들키는것 같고. 내가 이렇게나 엉망이라는걸 사람들이 눈치챌 것 같아서 겁이 났다. 이렇게나 내가 나를 싫어하고 못마땅해한 만큼 안쓰러운 인간을 위해 잔소리하고 떄리고 애쓰면서 미성숙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덕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겨우겨우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결국 저 스스로를 향한 연민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남들도 다르지 않은것 같더라. 아무리 잘나고 여유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다 똑같더라"라고 깨달음을 전했다.
그는 "근데 대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건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자기 비하, 자기 파괴 이런 감정의 싸이클에 드럼통 세탁기에 갇혀서 당연한 자기연민조차도 부끄러워진 것 같다. 억울하지 않냐.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한테 말도 못 꺼내는. 말할수 없지 않나. 멀쩡한척 해야한다. 자기연민이라는 감정이 조금씩 나를 바꾸고 주변을 바꾸고 작은 세상을 조금씩 바꿀수 있었던 힘이라는걸 몰랐다. 그런 힘을 깨달은 것 같다. 물론 제가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저는 여전히 컴퓨터 하드에 수백곡씩 쌓아놓고 마음에 안들어서 못 내고 있다. 그렇게 사랑받고 싶다면서 연락도 잘 못한다. 죄송하다. 예쁘게 입고 좋은하루 보냈다고 사진 찍어 올리면서 티좀 내고 싶은데도 '별론가? 구린가?'이러면서 '됐다'이러고 있다. 저는 여전히 그 모양이지만 이렇게 스스로와 싸우다가 한번쯤 이기고 싶어서 그래서 이렇게 오늘 큰맘먹고 이 자리에 나올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별것도 아닌 얘기 하려고 용기내서 나왔다"고 강연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우리 자신을 가리는 것들이 부족한 과거나 콤플렉스가 아니라 우리가 되고 싶은 우리, 내가 되고 싶은 나,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됐으면 좋겠다. 그것들로 가려갔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앞으로 제가 가리고 싶은 저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저는 오랫동안 음악하고 싶다. 너무 이 나라가 빠르지 않나. 배달시키면 바로 오고 이게 얼마나 빠르냐면 제가 어렸을때 알던 도시풍경이 남아있지 않다. 전부 새 건물이나 신기술, 콘크리트 이런것들로 뒤덮이고 가려져있지 않나. 제가 일하는 문화업계도 비슷하다. 팝 컬처, 유행의 가치는 알겠다. 너무 가치있다. 존중한다. 하지만 이 시장에도 오래되고 멋진 작품,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게 제 꿈이다. 저도 그렇게 되고싶다. 그러니까 제 공연 많이 와달라. 제 노래도 들어주시고. 진짜 열심히 살아있을테니까 치열하게 더 오래 지속할수 있게 조금만 도와달라"고 재치있는 마무리로 웃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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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세바시 강연 Sebasi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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