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는 자연의 흐름에 맡기겠다고 했고, 배우 이시영은 생명을 포기할 수 없다며 기술을 선택했다. 임신이라는 같은 질문 앞에서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은 두 톱 연예인의 이야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시험관 시술을 둘러싼 극과 극의 선택은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의 책임을 묻는 한국 사회의 시선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지난 8일, 이시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둘째 임신 사실을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전 남편과의 이혼 절차를 밝힌 지 약 3개월 만이다. 결혼 중 시험관 시술을 통해 냉동해둔 배아의 보존 기간이 끝나갈 즈음, 이시영은 생명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식을 결심했고, 현재 임신 중이다. 출산 예정일은 올해 연말로 전해졌다.
특히 이혼 전후 시점과 임신 시기가 겹치며, 전 남편의 동의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전 남편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초기엔 동의하지 않았으나 친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배아 이식을 둘러싼 이시영과 전 배우자의 견해차는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날, 이효리는 남편 이상순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방송에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말을 많이 하면 그에 대한 대가가 있더라”며 공개 행보에 따른 부담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그의 과거 발언이 다시 화제를 모았다.
이효리는 지난 2022년 MBC에브리원 예능 ‘떡볶이집 그 오빠들’에서 “시험관 시술은 하고 싶지 않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며 노산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연임신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 발언은 당시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도 여전히 여성의 임신 방식에 대한 논쟁의 불씨가 됐다.
열띤 논쟁 속에서도 실상 정답은 없다. 첫째가 있는 데다 배우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시술을 시도한 이시영의 결단. 반대로 1979년생 이효리의 자연임신 도전. 이시영에게 찬사를 보내며 이효리의 선택을 '시험관 거부'로 읽는 사람들과 반대로 이효리의 '소신'을 존중하며 이시영의 선택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

양 극단 사이엔 그저 2세를 향한 갈망 만이 동일할 뿐, 각자의 가족을 선택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든 것이 공개된 듯 잊힐 권리가 거세된 톱스타들이라고 해서 타인인 대중이 이들의 가구 구성원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효리와 이시영, 두 스타의 선택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과 결정의 무게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의 책임을 강하게 요구한다. 이효리의 발언이 논란이 되었던 것도, 이시영의 결단에 감탄과 응원이 쏟아지는 것도 결국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다. 혈연적 관계인 2세를 보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여성의 존재. '엄마'라는 이름으로 어떤 과학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고, 그렇기에 여전히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과 책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사실에서 오는 책임감이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짓누른다. 돈으로도 시간으로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는 건강과 생명을 건 임신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해방감, 그 부채감에서도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이효리도, 이시영도 각자의 선택을 대표하는 인물일 뿐이다.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이든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타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 뿐. 이미 각자의 방식을 결정한 두 톱스타들은 자신들의 소신을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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