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연장 접전 상황, 1군에 올라온 지 한 달 밖에 안 된 신인이 위기를 삭제시키는 명품 수비를 선보였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신인 내야수 박찬형이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롯데는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5-4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9회 2사까지 3-1로 앞서고 있었지만 동점과 역전을 연달아 허용했다. 하지만 9회말 야수 선택으로 다시 동점에 성공,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에 접어들었기에 매 순간이 중요했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11회, 롯데는 선두타자 박준순을 유격수 내야안타로 내보냈다. 어차피 1점 승부, 두산은 당연히 번트 작전을 준비했다. 박계범이 번트를 대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롯데도 당연히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번트에 대비했다. 1루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지 않아야 하는 게 롯데의 목적이었다.
한 번만 삐끗해도 대형 위기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그런데 3루에 있던 신인 내야수 박찬형이 3루에서 강심장 수비를 선보였다. 박찬형은 과감하게 대시했다. 박계범의 번트 타구가 원바운드가 됐을 때 이미 홈플레이트 앞 쪽까지 나와 있었다. 원바운드가 되면서 약간 뜬 타구를 점프해서 잡아낸 뒤 바로 송구 동작으로 이어갔다. 과감하게 2루를 선택했고 1루 선행주자를 삭제 시켰다. 두산의 분위기를 꺾어놓는 박찬형의 과감한 대시와 엄청난 송구였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강승호의 3루수 땅볼 타구도 선상으로 느리게 굴러갔는데 이 타구를 2루에 승부를 봤고 다시 한 번 1루 선행주자를 삭제 시켰다. 정말 간발의 차였다. 위험천만할 수도 있는 2루 송구였지만 결과적으로 아웃이 됐기에 박찬형의 과감한 판단이 결실을 이뤘다.
결국 롯데는 11회 타자를 한 명도 득점권으로 보내지 않았고 11회말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승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박찬형은 수비 상황에 대해 “첫 번째 번트 수비 상황은 원 바운드로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2루 승부를 해야겠다는 순간 판단이 있었다. 공을 잡는 과정에서 (손)성빈이의 2루 콜도 과감한 승부에 도움이 되었다. 또, 경기 전 문규현 코치님과 번트 수비 훈련을 하며 조언을 들었던 것 덕분에 몸이 반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두 번째 타구 수비 때는 연장 동점 상황이었기 때문에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다. 공을 잡았을 때 1루 주자가 4분의 3정도 와 있었고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약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1군 선수가 된 지는 한 달 밖에 안됐다.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가 된 박찬형은 “실전용”이라는 평가를 들으면서 빠르게 1군 무대에 눈도장을 찍었다. 일단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강한 컨택 능력을 선보였다. 데뷔 후 KBO 최다 타이 기록인 4연타석 안타를 신고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현재도 공격에서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15경기 타율 4할(40타수 16안타) 1홈런 5타점 8득점 OPS .967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에서는 아직 확실한 검증을 받지 못했지만 2루수와 유격수, 그리고 3루수까지 모두 소화하고 과감한 수비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했을 때에도 박찬형은 지금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확실한 경쟁력으로 1군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게 프로 입단한 지 두 달, 1군 선수가 된 지 한 달 만에 이뤄낸 쾌거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