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임시직 신분으로 왔는데 3주 만에 ‘정규직’ 전환이 눈앞에 왔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 루이스 리베라토(30)가 단기간 엄청난 임팩트로 에스테반 플로리얼(28)을 사실상 밀어냈다.
리베라토는 지난 10일 대전 KIA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볼넷 1개 포함 2타점을 올리며 한화의 3-2 끝내기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0-2로 뒤진 8회 무사 1,3루에서 KIA 불펜 필승조 조상우를 상대로 3구째 바깥쪽 낮은 포크볼을 잡아당겨 1루 땅볼을 쳤다.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며 1루 주자를 한 베이스 전진시켰다. 시원한 적시타는 아니었지만 득점을 내고, 주자를 진루시킨 팀 배팅이었다.
이어 1-2로 뒤진 9회 2사 만루에서 KIA 마무리 정해영을 맞아 초구에 헛스윙을 했지만 2~5구 연속 볼을 골라내며 밀어내기 볼넷을 만들었다. 2-2 동점이 된 뒤 문현빈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한화가 역전승했다. 6연승으로 전반기를 피날레한 한화는 2위 L와 격차를 4.5경기로 벌리며 1위 독주 채비를 갖췄다.
전반기 마지막이었던 이날 경기로 리베라토의 쇼케이스는 사실상 끝났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 8일 경기를 앞두고 리베라토와 플로리얼,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번 3경기를 마치고 코칭스태프와 미팅한 다음에 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한화와 6주 총액 5만 달러에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계약한 리베라토는 오는 25일이 계약 종료일이다. 그 이전에 계약 연장 의사 통지를 통해 보류권을 확보하는 것은 구단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됐다. 후반기 첫 8경기가 더 남아있지만 김경문 감독이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은 리베라토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기 때문에 가능한 코멘트. 25일 대전 SSG전까지 다 지켜보고 안전하게 결정해도 되지만 시간을 길게 끌지 않으려는 것에서 이미 힌트가 나왔다.


리베라토는 지난달 22일 대전 키움전에서 데뷔한 뒤 3주 만에 김경문 감독 마음을 사로잡았다. 15경기 타율 3할8푼7리(62타수 24안타) 2홈런 13타점 출루율 .441 장타율 .565 OPS 1.006. 스몰 샘플이긴 하지만 좌우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고 좌중우로 고르게 타구를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로서 컨택 능력을 보여줬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인 BABIP(.489) 수치가 높아 운이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타구의 질이 워낙 좋다. 상황에 맞는 접근법으로 공격적으로 쳐야 할 때는 치고, 볼을 골라야 할 때는 진득하게 골라내며 대처했다. 득점권 타율 6할로 찬스에서의 결정력도 보여줬다. 처음 보는 낯선 투수들을 상대로 이런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강력한 마운드에 비해 타선이 아쉬웠던 한화도 리베라토가 오면서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리베라토 합류 후 15경기 팀 타율(.281), OPS(.771), 평균 득점(5.5) 모두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리베라토 합류 전까지 72경기 팀 타율 7위(.254), OPS 7위(.704), 평균 득점 6위(4.44)였던 지표가 크게 상승했다.
타격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이 정도로 대단한데 중견수 수비나 주루도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친화력이 뛰어나 팀 분위기도 끌어올리고 있다. 잘 나가는 팀일수록 건드리지 않고 연속성을 잘 이어가야 한다는 점도 리베라토와 동행을 택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한화는 리베라토가 온 뒤 10승4패1무(승률 .714)로 최고 성적을 내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19일 입국할 때 아내와 14개월 된 딸을 데리고 올 정도로 한국에서 성공 의지가 남달랐던 리베라토는 6주 계약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정규직 전환을 굳혔다. 지난 9일 KIA전 마친 후 리베라토는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매일 열심히 야구장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만 생각한다”면서도 “플로리얼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여기에 계속 남아 야구하고 싶은 마음은 사실이다. 한국에서 끝까지 시즌을 마치고 싶지만 플로리얼도, 나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하늘이 정해줄 것이다”고 속내를 밝혔다.
지난달 10일 광주 KIA전에서 10회 정해영의 공에 왼쪽 새끼손가락을 맞아 견열 골절로 이탈한 플로리얼은 치료를 겸해 3주간 미국에 휴가를 다녀왔다.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둔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지난 8일 입국했지만 3주 사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나눔 올스타 베스트12에 발탁된 플로리얼은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지만 11~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플로리얼은 올 시즌 65경기 타율 2할7푼1리(258타수 70안타) 8홈런 29타점 13도루 OPS .783을 기록했다. 타격 기복이 심했고, 수비와 주루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도 있었지만 리그 적응기를 거쳐 5월 중순부터 1번 타자로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팀에 보탬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구 부상으로 제동이 걸렸고, 이제는 자리를 빼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한화가 리베라토와 계약을 연장하면 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 1회가 차감되며 플로리얼은 웨이버 공시 절차를 밟는다. 일주일 내로 원하는 팀이 있으면 이적이 가능하며 잔여 계약은 그대로 승계된다. 원하는 팀이 없으면 남은 시즌 리그에서 뛸 수 없고, 한화가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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