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를 질주 중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전반기 두 번의 끝내기 승리가 있었다. 두 번 모두 ‘해결사’ 문현빈(21)이 끝냈다.
첫 번째 끝내기는 지난 5월25일 대전 롯데전이었다. 당시 7-7 동점으로 맞선 10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데뷔 첫 끝내기의 기쁨을 맛봤다. 당시에는 상대 투수 박시영이 4구 연속 볼을 던지면서 자멸한 결과였지만 두 번째 끝내기는 문현빈이 고도의 집중력과 대응력으로 만든 결과였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0일 대전 KIA전. 한화는 1-2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루이스 리베라토가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에게 5구 만에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동점을 만들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문현빈은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몸쪽 높게 들어온 직구에 배트를 돌렸지만 헛스윙했다.
투스트라이크가 되자 문현빈은 배트를 짧게 쥐었다. 평소 배트 손잡이 끝을 새끼손가락에 살짝 걸칠 정도로 길게 잡는 문현빈이지만 끝내기 상황에 맞게 바로 배트 그립을 바꿨다. 이어진 풀카운트 승부에서 문현빈의 배트는 점점 더 짧아졌고, 7~9구 연속 파울로 정해영을 괴롭혔다.
슬라이더, 직구, 슬라이더 모두 존에 들어왔지만 문현빈이 끈질기게 커트했다. 결국 정해영은 10구째 시속 148km 직구를 한가운데로 꽂아넣었고, 문현빈은 짧게 쥔 배트로 간결하고 빠르게 스윙을 돌렸다.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 안타. 한화의 3-2 역전승을 만든 끝내기 안타였다. 6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2위 LG와 격차를 4.5경기로 벌리며 1위 독주를 시작했다.
경기 후 문현빈은 “(이)진영이 형, (황)영묵이 형이 안타를 치고 나갈 때 계산을 해보니 투아웃 동점 만루가 돼야 저한테 타석이 오더라. 리베라토가 끝낼 것 같았는데 찬스가 와서 무조건 출루하려고 했다. 어떻게든 공을 잘 보려고 했고, 투스트라이크가 됐을 때는 배트를 완전히 짧게 잡고 컨택에 집중했다. 지난번 끝내기 밀어내기보다 오늘이 훨씬 더 좋다. 야구하면서 끝내기 안타는 처음인데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스트라이크가 된 뒤 배트를 짧게 쥔 순간 대응력이 빛났다. 그는 “꽤 오랜만에 이렇게 짧게 잡고 쳤다”며 “리베라토가 볼넷으로 나간 뒤 너무 많이 떨렸다. 긴장이 돼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투수만 보였다”고 말헀다. 그렇게 긴장한 선수가 상황에 따른 대처를 기민하게 보여준 것은 타고난 강심장과 천재성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문현빈은 지난 1일 대전 NC전에서도 4-4 동점으로 맞선 8회 1사 1,3루에서 초구 헛스윙 이후 2구째 스퀴즈 번트를 대며 결승점을 만들어낸 바 있다. 벤치에서 사인이 나온 작전이 아니라 문현빈 스스로 초구 헛스윙 이후 상대 수비가 뒤로 물러선 것을 보고 기습적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선 하기 어려운 플레이로 승부처에서 번뜩이는 센스와 순간 대응력을 갖췄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전·충청 지역에서 알아주는 유망주로 떡잎부터 달랐던 문현빈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당시 한화에는 골든글러브 2루수 정은원(상무)이 있었지만 같은 포지션 문현빈을 과감하게 뽑았다. 그만큼 타격 재능을 높게 보고 있었고, 데뷔 첫 해부터 1군 풀타임으로 100안타(114개)를 치며 천재성을 입증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지만 빠르게 극복했고, 3년차가 된 올해는 잠재력을 폭발했다. 전반기 85경기 타율 3할2푼4리(315타수 102안타) 9홈런 46타점 15도루 OPS .848로 활약하며 3번 중심타순에서 한화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기에 일찌감치 100안타를 돌파하며 송성문(키움)과 함께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타율 4위에 OPS와 장타율도 10위(.476) 랭크돼 있다.
문현빈은 “경험을 쌓으면서 멘탈적으로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 전력분석팀에서 많이 도와주신 게 쌓이면서 좋은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팀이 1위 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100안타 같은 기록도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 같다. 전반기 팀이 1등해서 좋다. 1위 팀에서 3번 타자로서 뛸 수 있어 너무 좋다. 한국시리즈에 꼭 가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데뷔 첫 올스타에도 발탁된 문현빈은 12일 대전 홈에서 별들의 잔치에 나눔 올스타 선발 지명타자로 나간다. 잠시 승부를 떠나 축제를 즐길 만하지만 문현빈의 머릿속에는 팀 생각밖에 없다. 그는 “올스타전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지만 후반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안 다치는 게 우선이다. 끝나고 나선 훈련 열심히 해야 한다”며 “가을야구 말고 무조건 한국시리즈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