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쿠두스(25)가 결국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떠나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었다. 1년 전 경기장 위에서 충돌했던 미키 반 더 벤(24, 토트넘)과도 악수하며 화해했다.
토트넘은 1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가나 대표팀 소속 공격수 쿠두스를 영입했다. 워크 퍼밋(노동허가서) 발급을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됐다"라며 "장기 계약에 합의했으며, 쿠두스는 등번호 20번을 배정받았다"라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가나 U-20 대표를 거쳐 2019년 11월 A대표팀에 데뷔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한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예선 경기에서 데뷔전 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터뜨렸고, 2023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도 출전하며 국가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 중이다. 현재까지 A매치 42경기에서 12골을 기록했다"라고 쿠두스를 소개했다.
이어 구단은 "쿠두스는 빠르고 직선적인 돌파, 다재다능한 포지셔닝 능력, 그리고 양발 사용이 가능한 결정력을 갖춘 공격 자원으로,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우승 후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쿠두스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라고 전했다.

쿠두스는 가나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그는 2020년 아약스에 합류한 뒤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드리블, 날카로운 마무리를 바탕으로 2선 공격수 및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
쿠두스는 아약스에서 3시즌간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63경기 16골을 넣었다. 2022-2023시즌에만 30경기에서 11골 3도움을 터트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쿠두스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트리며 가나의 3-2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쿠두스는 2023년 여름 여러 러브콜을 받은 끝에 4000만 파운드의 이적료(약 743억 원)로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뛰어난 드리블과 피지컬을 앞세워 웨스트햄 주전 윙어로 활약해 왔다.
웨스트햄에서 기록한 두 시즌간 성적은 80경기 19골. 다만 쿠두스는 데뷔 시즌엔 모든 대회를 통틀어 14골을 넣었지만, 지난 시즌엔 부상과 포지션 변경 등으로 5골에 그치며 주춤했다.

그럼에도 공격진 보강을 원하는 토트넘이 쿠두스를 영입했다. 토트넘은 올여름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히샬리송, 브리안 힐 등 측면 자원이 이적설에 휩싸였다. 티모 베르너도 임대를 마치고 라이프치히로 돌아갔다. 쿠두스가 오기 전까지 새로 가세한 선수는 마티스 텔 한 명뿐이었다.
이번 영입으로 '런던 라이벌' 토트넘과 웨스트햄 사이에 14년 동안 지켜져 오던 이적 금기도 깨졌다. 같은 런던을 연고지로 삼고 있는 토트넘과 웨스트햄은 2011년 스콧 파커 이후로 한 번도 선수 거래를 한 적이 없었다. 비공식 이적 '엠바고'가 있었다.
하지만 쿠두스가 웨스트햄에서 토트넘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파커의 뒤를 잇게 됐다. 토트넘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5500만 파운드(약 1025억 원)를 과감히 투자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쿠두스는 토트넘에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스트라이커 뒤에서 뛸 수 있는 그의 능력은 프랭크에게 풍부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연히 웨스트햄 팬들은 쿠두스를 '배신자'라 부르며 분노하고 있는 상황. 사실 토트넘 팬들도 쿠두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쿠두스는 지난해 10월 토트넘과 경기 도중 반 더 벤을 발로 차고, 파페 사르의 얼굴을 밀쳐 퇴장당했다. 당시 이들을 말리려고 끼어들었던 히샬리송도 머리에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결국 쿠두스는 이성을 잃은 대가로 잉글랜드 축구협회(FA)로부터 5경기 출전금지와 벌금 6만 파운드(약 1억 1100만 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과거는 잊고 동행을 시작하게 된 쿠두스와 토트넘.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그가 토트넘 선수들과 다시 만나면 껄끄럽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왔다.
토트넘 구단도 이를 인지했는지 쿠두스의 첫 콘텐츠로 반 더 벤과 악수를 나누며 화해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쿠두스는 멋쩍은 표정으로 '만나서 반갑다'라는 내용의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었고, 반 더 벤도 웃으며 받아줬다. 둘은 하이파이브와 함께 웃음을 터트리면서 화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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