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의 힘이었다.
KIA 타이거즈가 전반기를 무난히 마쳤다. 개막과 동시에 디펜딩 챔프의 위용을 잃고 하위권으로 쳐졌다. 주전들이 줄부상으로 빠졌는데도 전반기 막판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가기도 했다. 막판 4연패를 당해 45승40패3무, 단독 4위로 전반기 성적을 올렸다. 후반기 반격을 기대받고 있다.
가히 줄부상이었다. 개막전부터 김도영이 왼쪽 햄스트링 손상으로 쓰러졌고 박찬호(무릎 염좌)와 김선빈(종아리 미세손상)도 잠시 자리를 비웠다. 김도영이 복귀했으나 나성범이 종아리 근육손상으로 장기이탈했고 김선빈도 같은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으로 이동했다. 김도영은 오른 햄스트링 손상으로 또 빠졌다. 작년 주전 라인업 가운데 4명이 이탈했다.
마운드에서도 부상 악재가 이어졌다. 작년 72경기에 등판했던 좌승사자 곽도규가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선발공백을 잘 메워주던 황동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쳤다. 최지민이 기복있는 피칭을 했고 임기영도 부진이 이어졌다. 이준영도 부상으로 빠졌다. 불펜층이 얇아지며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의 필승조 등판횟수가 많아져 부하가 커졌다.

함평 사나이들의 등장해 주전들의 공백을 메웠다. 오선우는 4월12일 1군에 올라와 공수에 걸쳐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타율 3할7리 8홈런 34타점 40득점, OPS .840의 우등성적을 올렸다. 주전 외야수로 뛰었고 김도영이 부상으로 빠지자 3루수로 이동한 패트릭 위즈덤 대신 1루수로 활약해주었다. 오선우의 등장은 전반기 최고의 수확이었다.
2015년 입단한 김호령의 재발견도 박수를 받았다. 작년 외야 백업경쟁에서 박정우에게 밀려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고 올해도 개막을 2군에서 시작했다. 나성범과 박정우의 부상이탈과 함께 출전기회가 많아졌다. 이범호 감독이 작심하고 타격능력을 키우기 위해 매달렸고 드디어 타격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타격에서 대응능력이 몰라보게 달라졌고 만루홈런과 멀티포를 터트리더니 클러치 능력까지 과시했다. 2할8푼4리 2홈런 24타점 20득점, OPS .795의 우등 성적에 득점권 타율 3할3푼3리를 자랑하고 있다. 명불허전의 수비능력을 시전하며 대체불가의 중견수로 자리를 굳게 잡았다. 화끈한 타격을 펼쳤던 고종욱과 견실한 수비의 박민, 김규성도 제몫을 해주었다.

마운드에서는 2024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지명을 받은 성영탁의 성장이 눈부셨다. 2군에서 뛰다 데뷔 처음으로 5월20일 콜업을 받았다. KT 수원경기를 시작으로 17⅓이닝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타이거즈 신인 데뷔전 최다이닝 무실점 기록이었다. 멀티이닝까지 소화하며 과부하 위기에 몰린 불펜진의 큰 힘을 보태주었다. 정교한 제구와 투심을 앞세워 불펜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올해 2라운드 루키 이호민도 존재감을 보이며 불펜누수를 막아주었다.
KIA는 후반기부터 부상전력이 복귀한다. 내야수 김선빈과 외야수 나성범이 돌아온다. 타선의 힘도 그만큼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의리도 팔꿈치 재활을 완벽하게 마치고 후반기부터 선발로테이션에 가세한다.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윤영철 자리에 들어가면 5인 선발진을 정상 가동한다. 김도영까지 향후 복귀한다면 KIA 힘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IA는 함평의 잇몸야구로 전반기를 버텨냈기에 후반기 반격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