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완승(3-0)으로 기분 좋게 대회를 출발한 홍명보호가 이제는 '실험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최약체 홍콩을 상대한다. 목표는 단순한 승리가 아닌, 일본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우승 구도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에서 홍콩과 맞붙는다.
앞서 한국은 1차전에서 중국(피파랭킹 94위)을 3-0으로 완파하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고, 홍콩(153위)은 일본에 1-6으로 대패했다. 이날 한국이 승리하면, 오는 15일 일본과 사실상 결승전 성격의 최종전을 치르게 된다.
이번 대회는 FIFA A매치 일정이 아닌 만큼, 소속 구단의 의무 차출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한국 대표팀은 대부분 국내파로 구성됐고, 26인 엔트리 중 23명이 K리거, 3명은 J리거다. 상대인 일본과 홍콩 역시 유럽파가 빠진 채 대회를 치르고 있다.

지난 7일 치른 중국전에서는 전반 8분 이동경의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선제골을 시작으로, 21분 주민규의 추가 헤더골, 후반 김주성의 쐐기골까지 더해 완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점은 6명의 선수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는 점이다. 김봉수(대전)는 선발로 나섰고, 이호재(포항), 모재현, 서민우(이상 강원), 강상윤(전북), 이승원(김천)이 교체로 첫 A매치 무대를 밟았다.
홍콩전은 중국전보다 더 많은 실험이 가능하다. 객관적인 전력 차가 크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이날 아직 A매치 데뷔가 없는 정승원(서울), 김태현(전북), 조현택(울산), 김동헌(인천), 변준수(광주), 서명관(울산) 등에게 실전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전에서 결장했던 나상호와 오세훈(이상 마치다 젤비아), 교체로 투입됐던 이호재 등도 선발로 나설 수 있다.
반면 홍콩은 대회 첫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전반에만 5골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후반 1골을 만회하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일본에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저메인 료가 무려 4골을 몰아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홍콩은 이번 대회에서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으며, 역대 한국과의 전적에서도 22승 5무 2패로 절대적 열세다. 특히 1973년 이후 52년간 한국에 14연패, 1958년 이후 67년간 무패라는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경기의 핵심은 단순한 승리가 아닌 다득점이다. 일본이 홍콩을 상대로 6골을 넣은 만큼, 한국도 비슷한 화력을 보여줘야 한일전 전 최종전 우승 구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번 대회는 4개 팀이 풀리그로 맞붙고, 승점-승자승-득실차-다득점 순으로 최종 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홍콩전 스코어는 우승 경쟁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홍콩을 상대로 꾸준히 다득점 경기를 펼쳐왔다. 2010년 5-0 승리가 가장 큰 점수차였고, 1950년 친선전에서는 6-3으로 승리한 바 있다.
K리그 득점 1위 후보였던 전진우(전북 현대)가 중국전 직전 어지럼증 증세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주민규, 이동경, 오세훈, 이호재 등 리그에서 꾸준히 득점을 올린 자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만큼, 공격력 자체는 여전히 기대를 모은다.

홍콩전을 통해 2연승을 확보하면, 15일 일본과의 한일전은 사실상 결승전이 된다. 2022년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0-3으로 패해 우승컵을 내줬다. 반면 2019년과 2017년에는 한국이 각각 1-0, 4-1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대표팀의 경험 축적과 실험, 성과까지 모두 걸려 있는 홍콩전은 '당연한 승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홍명보 감독의 플랜 A와 B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새 얼굴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이날 경기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