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종영한 지 2주가 다 돼 가지만 작품이 남긴 여운은 여전하다. 인생이라는 노트에 제각각의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인물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따뜻한 위로를 얻었다.
그런데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도 크게 위로 받고 감동 받은 모양새다. 유미래, 유미지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한 박보영은 이 작품을 통해 "나 나름 잘 살고 있지 않나"라고 스스로 깨달았다고 말할 정도.
유명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이호수(박진영 분)의 선배인 이충구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배우 임철수 역시 마찬가지다. "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라며 '미지의 서울'에 대한 찬양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이야기를 OSEN이 들어봤다.

#알 파치노의 클래식한 매력으로
'미지의 서울'은 '오월의 청춘' 이강 작가와 '사이코지만 괜찮아' 박신우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 유미지와 유미래가 인생을 맞바꾸며 진실한 사랑과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임철수를 비롯해 박보영, 박진영, 류경수, 장영남, 김선영, 차미경 등이 출연했다.
냉철한 변호사 이충구로 분한 임철수는 극 중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물론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전작인 '사랑의 불시착', '빈센조', '환혼', '놀아주는 여자', '정숙한 세일즈' 때와 또 다른 캐릭터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증명했다.
"종영이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서 아쉬움이 커요.. 작품이 너무 좋아서 제 입으로는부끄럽지만 평생 소장하고 싶네요. '미지의 서울'처럼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 있었나 싶어요. 옳고 그르다 이런 가치판단보다는 틀리지 않다는 게 다 옳은 건가? 자발적으로 질문들이 떠올랐죠. 현상이나 일을 만났을 때 섣부르게 생각하지 않을 습관이 생길 것 같아요."
"이충구 캐릭터를 두고 회의를 많이 했어요.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 속 알 파치노 배우처럼 클래식한 매듭을 봤죠. 그 안에 고집도 보이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매듭을 작게 잡았어요. 성격이 보이게끔. 휠체어에 앉아 있으니까 상체를 키웠을 것 같았죠. 기존에는 큰 틀에서 에너지를 표출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엔 압력을 줘서 압축적으로 표현했답니다."
"처음에 4부 대본을 받았는데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더라고요. 전 작품을 선택 때 인물의 가치관이 중요하거든요. 선역, 악역은 중요치 않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내게 주는가, 상대방에게 어떤 걸 줄 수 있는지. 캐릭터 상호간의 가치관요. 글이 가진 힘이 있어서 대본 그대로만 전달해도 좋겠다 싶었어요."

#닮은 박보영과 박진영, 그들은 고수
이충구는 승소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이성주의자이자 결과주의자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셔츠 깃과 넥타이로 이충구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이는 캐릭터를 애정하고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임철수의 센스다. 그의 댄디한 슈트핏은 캐릭터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성격이 옷에 드러났으면 했어요. 슈트 풀착장 기회가 많지 않은데 옷도 예뻐서 좋았죠. 안 보여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거든요. 친한 분들도 너한테 이런 면이 있네? 좋다고 해줬어요. 제가 해온 기존 캐릭터와 결이 다르지만 걱정은 없었고 궁금증이 컸죠. 과연 어떻게 보여질지. 신선한 반응들이 좋네요."
쌍둥이 자매 유미지, 유미래와 미지인 척하는 미래, 미래인 척하는 미지까지 1인 4역에 도전한 박보영의 열연에 호평이 쏟아졌다. 변화무쌍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매 순간 감탄을 자아냈다. 이호수 역의 박진영도 주연배우로 또 한 뼘 성장했다. 임철수는 이들 배우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감히 말하자면 박보영과 박진영은 닮은 점이 있어요. 연기할 떄 자기한테 맺혀 있지 않고 상대에게 맺혀 있다는 점이죠. 그게 나한테 돌아오고 상대가 나를 만들어준다는 것도 알더라고요. 배역으로서의 욕구를 충분히 해낼 뿐 배우로서 잘 보이려는 욕구는 없던데 그게 고수죠. 그 순환이 둘은 되더라고요."
"박보영 배우는 앞으로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보고 배울 게 많더라고요. 내가 잘하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흐름을 보여주는 것들이 대단하고 어른스러웠어요. 박진영 배우는 사적으로 좋은 배우라고 소개 받아서 친해진 사이에요. 어쩔 땐 형 같아요. 눈이 맑아서 진짜 호수 같고요. 연기적으로도 배울 게 많아요. 오랫동안 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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