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3할 타자가 사라졌다. 2할 9푼도 4명밖에 안 남았다. 이러다가 2할대 수위타자가 나오게 생겼다. ‘타격왕’이라는 명칭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전반기를 마친 일본 프로야구(NPB) 센트럴 리그의 현실이다. 흔히 ‘세리그’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곳은 NPB의 본류나 마찬가지다. 요미우리, 한신, 주니치 등 전통적인 인기 구단이 속한 리그다.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 여기서 흥행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심각한 ‘투고타저’ 현상이 지속되며, 관중몰이에 빨간 불이 켜졌다.
23일 현재 팀별로 대략 88~90게임을 마쳤다. 전체(143경기)의 60%가 넘는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그런데 3할이 넘는 타자가 없다. 0.294가 맨 앞이다. 오카바야시 유키(주니치)와 고조노 가이토(히로시마) 2명이 나란히 서 있다. 그 뒤로 2명이 추격 중이다. 2리 차이인 0.292의 타율로 선두를 위협한다.
90년 된 NPB의 역사상 2할대로 수위타자에 오른 경우는 딱 한 번뿐이다. 83년 전인 1942년 요미우리의 고 마사유키(呉昌征)라는 대만 출신 타자다. 0.286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이후로는 불상사(?)가 없었다. 양대 리그제가 시행된, 그래서 매년 타격왕이 2명씩 나온 1950년 이래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가장 낮은 수치는 1962년 모리나가 가쓰하루가 기록한 0.307이다.
(퍼시픽 리그에서는 현재 4명이 3할 이상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이미 6월 초부터 조짐이 시작됐다. 타자들이 모두 3할 아래서 허우적거린다. 반등의 기미도 없다. 선두권의 숫자는 점점 낮아진다. 0.298에서 0.294로 내려왔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계속 위기감이 누적됐다. 지난해에도 시즌 중반까지 우려가 깊었다. 후반기에 외국인 타자 2명이 그나마 체면을 유지시켜 줬다. DeNA의 타일러 오스틴(0.316)과 야쿠르트의 도밍고 산타나(0.315)가 그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비관적이다. 그런 재목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장외 기대주도 없다.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홀연히 리더 보드를 점령할 인재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공인구의 반발력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날지 않는 볼’이라고 불리는 공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제대로 맞았는데도,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다는 불만이 계속된다.
또 있다. 투수력의 향상이다. 이제는 웬만하면 150㎞가 넘는 빠른 볼을 던진다. 선발이나 필승조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추격조가 등판해도 치기 어렵다. 그래서 타율을 올릴 기회가 사라진다는 해석이다.
과거 타격왕을 지냈던 한 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1~3선발 공을 치는 건 똑같이 어렵다. 그나마 4, 5번 선발이 나오면 그래도 공략이 가능했다. 아무래도 변화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4, 5 선발도 무척 좋아졌다. 지금의 타율 0.300은 예전의 0.330 정도의 난이도라고 생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걱정거리가 된다. 아무래도 공격력이 떨어지면, 박진감도 감소한다. 득점이 어렵게 되고, 번트나 고의 4구가 늘어난다. 지켜보는 이들의 답답함과 짜증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팀이 히로시마다. 교류전(인터리그)이 끝난 6월 하순부터 7월 15일까지 16경기 연속 3득점 이하의 갑갑한 게임으로 일관했다. 66년 만의 빈타 기록이다. 그 결과 최근 18경기에서 3승 3무 12패를 당했다.
요미우리도 만만치 않다. 역시 7월 들어 15게임에서 30점 밖에 내지 못했다. 2점으로는 이길 수 없다. 이 기간 5승 1무 9패로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센트럴 리그의 팀타율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상위 3팀만이 2할 4푼대를 유지한다(한신 0.247, 히로시마 0.242, 요미우리 0.240). 하위 3팀은 모두 2할 2푼대로 지리멸렬한 상태다.
반면 KBO리그는 다르다. 일단 3할 타자가 11명이나 된다(22일 현재). 홈런 10개 이상도 21명(센트럴 리그는 5명)이다. 팀타율도 상당하다. 롯데(0.278)와 삼성(0.270)이 가장 위력적이다.
팀당 득점도 차이가 난다. KBO가 4.58인데 반해, 센트럴 리그가 3.03에 그친다. 자연히 게임당 득점도 많다. KBO는 경기당 9.16점이 나온다. 그러나 센트럴 리그는 6.06에 그친다.
“히로시마와 요코하마의 관중석에 빈자리가 늘고 있다”는 일본 전문가들의 말은 괜한 걱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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