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배려 속에 대전서 일주일 더 있었지만…KBO 재취업 실패, 불운의 플로리얼 '27일 뒤늦은 미국 출국'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7.27 05: 2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웨이버 공시된 뒤 한국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던 에스테반 플로리얼(28)이 결국 재취업에 실패했다. 
KBO는 지난 26일 플로리얼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했다. 지난 19일 한화가 KBO에 플로리얼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한 뒤 일주일 동안 웨이버 클레임은 없었다. 웨이버 공시 후에도 플로리얼은 대전에 남아 기다렸지만 부름을 받지 못했다. 남은 시즌 KBO리그 재취업이 불발됨에 따라 플로리얼은 27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한화는 플로리얼의 6주짜리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온 루이스 리베라토와 지난 19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리베라토의 계약 기간은 25일까지로 6경기를 더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았다. 리베라토가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적응해 전반기를 마쳤을 때 이미 정식 계약을 하기로 내부 의견이 모였지만 혹시 모를 부상 변수를 생각하면 서둘러 발표할 필요가 없었다. 

에스테반 플로리얼. 2025.04.08 / jpnews@osen.co.kr

6회말 한화 선두타자 플로리얼이 추격의 솔로 홈런을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06.04 / ksl0919@osen.co.kr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플로리얼에 대한 예의로 시간을 끌지 않고 빠르게 발표하자는 뜻을 표했다. 평소 플로리얼의 성실하고 진중한 자세를 높이 평가한 김경문 감독의 배려였다. 손혁 단장과 구단의 생각도 마찬가지였고, 플로리얼에게 재취업의 길을 빠르게 열어주기 위해 조기 발표를 결정했다. 
웨이버 공시가 된 후에도 플로리얼은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 한화 구단에서 제공한 대전의 아파트 숙소를 그대로 쓰며 일주일 더 머물렀다. KBO리그 다른 팀들의 혹시 모를 웨이버 클레임을 기다리며 준비했다. 대전의 사설 아카데미에서 실내 배팅 연습을 하며 타격감을 찾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에스테반 플로리얼. 2025.03.29 / dreamer@osen.co.kr
그러나 일주일 동안 플로리얼을 찾는 팀은 없었다. 맷 데이비슨이 갈비뼈 실금 진단을 받고 6주 이상 이탈하게 된 NC는 완전 교체가 아닌 단기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를 찾고 있다. KBO 규정상 웨이버 공시된 플로리얼은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가 될 수 없다. NC가 데려가려면 데이비슨을 포기해야 했다. 
외국인 타자들이 부진한 KT와 SSG도 플로리얼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팀들로 꼽혔다. 하지만 KT 멜 로하스 주니어,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 모두 수년간 KBO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타자들로 몸값도 높아 섣불리 교체하기 어려웠다. 플로리얼이 확실한 선수라면 몰라도 그 정도는 또 아니었다. 
결국 플로리얼은 한화에서 65경기 타율 2할7푼1리(258타수 70안타) 8홈런 29타점 13도루 출루율 .333 장타율 .450 OPS .783의 성적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성적만 보면 인상적이지 않지만 상승 곡선을 그리던 시기에 사구로 다쳤고, 단기 대체자가 예상 범위 밖 활약을 하면서 중도 하차했으니 불운이라 할 만하다. 
한화 플로리얼을 비롯한 올스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7.12 / jpnews@osen.co.kr
뉴욕 양키스 최고 유망주 출신으로 최상급 주력과 중견수 수비력으로 기대를 모은 플로리얼은 개막 20타석 17타수 연속 무안타로 시즌을 시작했다. 기복 심한 타격으로 애를 태웠지만 1번 타자로 전진 배치된 5월21일 울산 NC전부터 18경기 타율 3할1푼4리(70타수 22안타) 4홈런 7타점 4도루 OPS .951로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달 초 플로리얼은 “시즌 초반에는 새로운 환경과 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갈수록 적응하면서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도 “플로리얼이 점점 적응하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굳이 (외국인 타자를) 바꿀 필요가 있겠나 싶다. 자신감 잃지 않고 더 잘했으면 좋겠다. 우리랑 끝까지 잘 갔으면 좋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광주 KIA전에서 연장 10회 정해영의 공에 왼쪽 새끼손가락을 맞은 게 불운이었다. 뼛조각이 생성된 견열 골절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지난달 15일 부상 회복 겸 휴가 차원에서 미국으로 잠시 떠났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3주의 시간을 보냈고, 지난 8일 한국으로 돌아와 복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5회초 2사 1,2루에서 한화 플로리얼이 우익수 오른쪽에 타구를 날리고 3루로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동점 2타점 3루타. 2025.04.09 / jpnews@osen.co.kr
불과 3주 사이 상황이 확 바뀌었다. 6주 단기 계약을 체결한 리베라토가 적응기도 없이 첫 날부터 3안타를 치며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리베라토의 가세로 한화 타선이 완전히 살아났고, 플로리얼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완전 교체될 수 있는 분위기를 감지하고도 플로리얼은 11~12일 대전에서 열린 KBO 올스타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팬 투표로 나눔 올스타 베스트12 외야수 부문에 선정된 그는 부상으로 경기는 뛸 수 없었지만 팬 사인회를 비롯해 여러 행사에 참석했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한화의 올스타 선수들과 단체로 기념 사진도 찍었지만 결국 작별 사진이 되고 말았다. 
올스타전 때 플로리얼은 “쉬면서 조금 심심했다. 다시 팬들을 만나게 돼 너무 기쁘고, 기분이 좋다”며 “부상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몸에 맞는 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대한 빨리 준비해 복귀하는 게 목표”라고 잔류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웨이버 공시됐고,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다. 잔여 연봉은 한화가 정상 지급한다.
에스테반 플로리얼. 2025.04.11 / jpnews@osen.co.kr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