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사상 최악의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2005년 7월 30일 방송된 MBC ‘생방송 음악캠프’의 ‘이 노래 좋은가요’ 코너에 인디 밴드들이 출연했다. 첫 주자로 럭스가 선정됐고 이들을 돕기 위해 함께한 20여 명의 펑크인들이 지상파 음악 방송 출연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무대에서 방방 뛰던 카우치 멤버 한 명과 스파이키 브랫츠 멤버 한 명이 갑자기 바지를 벗고 하반신을 드러냈다. 무대를 비추던 카메라는 황급히 방향을 돌렸지만 6~7초간 방송사고는 이어졌다. 당시 진행을 맡고 있던 MC몽과 신지는 무거운 표정으로 대신 사과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럭스 리더 원종희와 노출사고를 벌인 두 멤버가 경찰서에 연행됐다. 럭스와 카우치는 지상파 3사에서 출연 금지 당했고 ‘생방송 음악캠프’ 제작진 역시 중징계를 피하지 못해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지난 2023년 5월, 권재영 PD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당시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가 현재의 와이프”라며 “사고 직후 제작진이 이들을 무대에서 끌어내리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 뿐 아니라 담당 PD와 작가까지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연행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사건 당사자들은 마약 조사까지 받았는데 결국 음성이 나왔다. 맨 정신에서 저지른 일이란 게 더 놀라운 일”이라며 “홍대 인디밴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극도로 나빠져 씬 전체를 10년 이상 후퇴 시킨 일이다. 상대적으로 힙합이 주류로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문제를 일으킨 카우치와 스파이키 브랫츠의 멤버는 3개월가량 구금 후 재판을 받고 각각 징역 10개월과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음악 방송들은 일반적으로 5초에서 10초, 많게는 5분 가량 딜레이 방송을 원칙으로 하게 됐고 주조정실에는 늘 사고를 대비해 여분의 화면을 준비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럭스 리더 원종희가 다시 한번 공개 사과를 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2005년 7월 30일,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에 MBC ‘음악캠프’ 생방송에서 성기 노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평생 제 잘못에 대해 계속 뉘우치며 살아가도록 하겠다. 당시 사고 이후 수년동안 제 나름대로 여러 크고 작은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사과를 드렸지만 이렇게 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진심을 다해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고친 멤버들을 대신해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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