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거기서 더 잘할거야".
FC 바르셀로나는 지난 7월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FC서울과 맞대결서 7-3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주전으로 나선 전반에 3골, 로테이션을 가동한 후반에 4골을 넣으면서 남다른 화력을 뽐내면서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한 친선 경기를 넘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국내 팀이 격돌하는 무대에서 바르셀로나는 어느 팀보다도 진지하게 임해 한국 팬들을 감감동시켰다. 이번 투어는 단순한 이벤트 성격을 넘어 바르셀로나의 상징성과 신구 스타들의 현재 가치를 국내 팬들에게 직접 선보이는 자리가 됐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수페르코파(스페인 슈퍼컵)를 동시에 들어 올리며 스페인 트레블을 달성한 바르셀로나는 플릭 감독 체제 아래 초호화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한 채 방한했다.
앞서 일본서 비셀 고베를 3-1로 제압하면서 기어를 끌어 올린 바르셀로나는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들은 공항부터 팬들의 환대를 받았다. 2004년 첫 방한 후 2010년에 이어 1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가에 팬들의 환호는 더욱 커졌다.
야말을 비롯해 레반도프스키, 하피냐, 페드리 등 핵심 전력 대부분이 함께 입국했다. 2010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바르셀로나는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팬들과 조우했디.
한지 플릭 바르셀로나 감독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방한에 너무 기쁘다. 최선을 다해 바르셀로나 축구를 보여줄 것이다.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라며 “라민 야말은 내일 출전할 것이다. 모든 경기는 우리의 테스트다”라고 말했다
이 예고대로 바르셀로나는 최정예로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야말과 레반도프스키가 전반에 3골을 만들어내면서 3-2로 전반을 마무리한 바르셀로나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9명의 교체를 택했다. 교체로 투입된 선수들이 내리 4골을 넣으면서 7-3으로 승리했다.

이날 서울에서 펼쳐진 경기에선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린가드는 선발로 출전했고, 래시포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두 사람은 후반 36분 린가드가 교체 아웃되기 전까지 약 36분간 맞붙었다. 승부는 래시포드의 판정승. 후반에만 경기를 뒤집는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결과와 별개로, 이날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경기 후였다. 폭염 속에서도 린가드는 유니폼도 채 갈아입지 않은 채로 한쪽에서 래시포드를 기다렸다. 몇 분 뒤 모습을 드러낸 래시포드를 보자, 린가드는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오랜만의 만남을 반겼다.
한 팀으로 150경기 이상을 함께 뛰었던 두 사람. 마지막 동반 출전은 지난 2022년이었고, 공식 맞대결은 2022-2023시즌 이후 약 3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한 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만큼, 이날의 만남은 두 선수 모두에게 감회가 남달랐던 모양이다.

둘은 경기장 한복판에 서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지 않은 대화를 이어갔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다시 그라운드에서 마주한 기분을 공유했을 것이다. 이후에는 기념 촬영도 빠지지 않았다. 팬들은 두 전(前) 맨유 스타의 재회 장면에 열광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린가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친구였다.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다"라면서 "사실 오랫동안 래시포드의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굉장히 즐겁게 뛰는 모습을 봤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린가드와 마찬가지로 맨유 유스의 대표 성공작인 래시포드지만 최근 팀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던 바르셀로나 이적으로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린가드는 "래시포드가 이렇게 즐겁게 축구하면 충분히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경기에 대해 린가드드는 "크게 졌지만 즐거웠던 경기”라면서 “상대팀으 더 강했다. 빠른 템포, 좋은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3골을 넣었다.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