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투수 유망주들을 다 지키며 즉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신인 지명권과 현금으로 검증된 타자 손아섭(37)을 영입하며 우승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미래를 지키며 현재도 잡은 손혁(52) 한화 단장이 한 건 제대로 했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종료된 KBO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으는 팀이었다. 시즌 내내 한화를 둘러싼 트레이드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풍족한 투수력에 비해 타선이 너무 약했다. 수년째 외야수 고민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아 한화가 결국 투수를 주고 외야수를 데려와 타선을 보강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화는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전력 보강을 노렸다. 그러나 5월, 6월, 그리고 7월이 되어서도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고 루머로만 끝났다. 다른 팀들이 하나같이 한화의 최상위 투수 유망주들을 요구해 크게 진전이 되지 않았다. 지난달 야구계 관계자는 “한화가 1라운드 투수 유망주들은 절대 안 준다고 하더라. 그렇게 해선 좋은 타자를 영입하기 어려울 것이다”며 빅딜 가능성을 낮게 봤다.
지난해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좌완 황준서, 올해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우완 강속구 정우주를 원하는 팀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한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 핵심 자원들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2군에서 시작한 황준서가 5월 중순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고, 정우주도 준필승조로 경험을 쌓으며 벌써 1군 전력화가 된 상황이라 더더욱 어려웠다.


다른 투수 유망주들과 베테랑 불펜투수에 대한 문의도 있었지만 한화는 확실한 카드가 아닌 이상 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추가 보강 없이 마감일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지난달 28일 NC와 KIA의 3대3 트레이드로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NC가 KIA로부터 외야수 최원준, 이우성을 영입하면서 NC 외야는 포화 상태가 됐다. 기존 손아섭, 박건우, 권희동, 천재환, 최정원에 최원준, 이우성까지 1군 외야수가 7명으로 늘었다.
NC의 외야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화는 손아섭을 점찍고 트레이드를 먼저 제안했다. 현재 KBO리그 단장들이 실행위원회 해외 연수차 미국에서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 손혁 한화 단장과 임선남 NC 단장이 얘기를 나누며 논의가 진전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3번째 FA가 되는 손아섭은 C등급으로 이적시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시즌이 50경기도 안 남은 시점을 감안해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고, 선수가 아닌 신인 지명권과 현금으로 합의를 이뤘다.
우승을 노리는 ‘윈나우’ 팀들은 대개 유망주들을 주고 즉시 전력을 보강한다. 쉽게 찾아오지 않는 우승 기회에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 한화는 유망주들을 다 지키면서 즉시 전력 소모 없이 적절한 카드를 품었다. 2위 LG가 불과 일주일 사이에 5.5경기에서 2경기로 따라붙으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마감일까지 버틴 끝에 현재와 미래를 모두 다 잡았다. 물론 손아섭이 전성기는 아니고, FA가 임박한 상황이라 ‘3개월 렌탈’이 될 수도 있지만 단기 목표인 우승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보강은 없다.


부임 3년째를 맞은 손혁 단장은 올해 이미 외국인 선수 농사로 그야말로 초대박을 쳤다. 내구성에 대한 우려로 다른 팀들이 주저하던 투수 코디 폰세에게 처음부터 100만 달러 풀베팅을 하며 빠르게 영입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일본 현지를 찾아가 한여름 2군 경기까지 폰세를 지켜보며 직접 체크한 끝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폰세는 부상 한 번 없이 KBO리그를 지배하며 한화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폰세의 활약에 “이 정도는 예상 못했다. 팀의 복이다. 구단에서 잘 뽑아왔다”며 고마워했다.
폰세뿐만 아니라 2선발 라이언 와이스도 다른 팀에선 에이스급 투구를 하고 있고,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온 루이스 리베라토도 4할 타율에 육박하는 엄청난 컨택과 결정력으로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10개 팀에서 외국인 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은 팀이 한화다. 여기에 다른 팀들이 탐낸 투수 유망주들을 다 지키며 팀에 꼭 필요한 강타자까지 데드라인에 영입했다.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까지 끼워 맞추며 단장으로서 모든 세팅을 완료했다.
확실하게 현장 지원을 한 손혁 단장은 벌써 내년까지 바라보고 있다. KBO 실행위원회 일정을 마친 뒤에도 바로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남아 외국인 선수들을 관찰하는 추가 일정을 잡아놓았다. 지금 외국인 선수들을 내년 그대로 볼 수 있지만 좋지만 장담할 수 없다. 만약을 대비해 미국 현지에서 최대한 선수들을 직접 체크하며 다음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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