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 3점슛 2/12, 여준석 무득점’ 그만큼 호주 수비가 강했다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5.08.07 07: 27

한국농구 투톱이 동반 부진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개최된 FIBA 아시아컵 2025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호주에게 61-97로 36점차 대패했다. 한국은 카타르, 레바논과 예선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은 2쿼터 중반까지 24-28로 추격하는 등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와르르 무너진 계기가 있다. 3점슛이었다. 국내 네 차례 평가전에서 한국의 가장 큰 무기였던 3점슛이 통하지 않았다. 

[사진] 호주전 대패를 당한 남자농구대표팀 / FIBA 제공

한국은 3점슛 33개를 던져 9개를 넣으며 성공률 27.3%로 저조했다. 전반전까지는 4/19, 21.1%로 성공률이 더 떨어졌다. 
에이스 이현중이 3점슛 12개를 시도해 2개만 성공하며 16.7%를 기록했다. 슈터 유기상도 3개 던져 1개 성공했다. 이정현이 10개 쏴서 3개 넣었지만 평소보다는 성공률이 많이 떨어졌다. 
호주의 수비력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이 싸운 상대와는 수준이 많이 차이났다. 보통 신장이 좋으면 순발력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한국선수들은 KBL에서 스크린 한 번이면 수비수를 떨궈내고 노마크에서 3점슛을 쏠 수 있다. 
호주는 너무 달랐다. 신장이 좋은데 스피드까지 더 빨랐다. 분명 제대로 스크린에 걸렸는데 나머지 선수가 금방 쫓아와 수비공백이 없었다. 가드가 빅맨과 스위치가 됐는데 빅맨조차 공격자를 쫓아오는 사이드스텝이 너무 빨랐다. 한국선수들이 항상 거친 몸싸움 후 힘들게 공을 잡아 슛을 올라가는데 수비수가 쫓아온다는 압박감까지 심했다. 평소 공을 잡는 곳보다 멀리 밀려나서 공을 잡다보니 슈팅 성공률도 뚝 떨어졌다. 
에이스 이현중은 202cm 신장에 슈팅 릴리스도 빠르고 타점도 높다. 이런 이현중도 딥3를 쏴야지 겨우 노마크가 생길 정도로 호주 수비는 높고 집요했다. 호주는 이현중의 페이드어웨이슛까지 집요하게 쫓아와 막았다. 
이현중이 지난 두 시즌간 호주리그에서 뛰다보니 성향도 많이 노출된 상황이었다. 아담 카폰 호주대표팀 감독은 일라와라 동료였던 윌리엄 히키를 이현중에게 붙이는 등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었다. 
이현중과 여준석은 평가전에서 평균 40점 넘게 합작하며 한국농구 투톱으로 맹활약했다. 호주를 상대로 이현중이 11점에 그쳤다. 리바운드 8개를 잡았지만 대부분 수비리바운드였고 공격리바운드는 하나였다.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풋백으로 재미를 봤던 장면은 전혀 없었다. 그만큼 호주의 제공권이 너무 강했다. 
선발로 나선 여준석은 23분 15초를 뛰면서 2점슛 7개와 3점슛 2개를 던져 모두 실패하며 득점을 한 점도 올리지 못했다. 한국농구 역대최강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여준석이지만 호주는 더 높고 강했다. 여준석의 상대였던 백전노장 재비어 쿡스(30, 시드니 킹스)는 16분만 뛰고 10점, 7리바운드를 올렸다. 
여준석이 골밑에서 시도한 슈팅은 모두 차단됐다. 아무래도 호주를 상대로 피지컬과 운동능력에 의존한 농구는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불편하고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반면 호주는 한국을 상대로 3점슛 26개를 쏴서 15개를 넣었다. 성공률이 57.7%에 달했다. 호주가 어쩌다 슛감이 좋았다고 치부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상대 빅맨이 외곽에서 공을 잡았을 때 발이 느려 3점슛 수비능력이 매우 떨어졌다. 
호주는 속공에서도 양쪽 코너에 트레일러가 포진했고 대부분 노마크 3점슛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이 그 점을 끝까지 체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결국 호주의 높은 성공률은 한국수비가 느슨한 결과였다. 
호주는 12명의 선수가 모두 출전해 8명이 3점슛을 쐈고 그 중 7명이 하나 이상 성공했다. 슈팅 릴리스도 너무 빠르고 정확했다. 호주가 더 크고 빠른데 수비까지 열심히 하고 슛까지 다 들어가니 36점차 대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우리가 절망할 필요는 없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최강자와 첫 경기서 크게 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강력한 예방주사를 맞은 한국은 면역이 생겼다. 아시아권에서 호주보다 강한 팀은 없다. 이제 한국이 누구를 만나도 호주전만큼 고전할 상대는 없다는 말이다.
한국은 카타르, 레바논전이 가장 중요하다. 카타르와 레바논도 어차피 호주는 못 이긴다. 세 팀의 맞대결에서 조 2위가 결정된다. 한국은 무조건 A조 2위를 차지해야 B조 3위와 붙어 8강 토너먼트에서 유리한 대진으로 갈 수 있다. 
비록 졌지만 호주전에서 한국은 많은 가능성을 보였다.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현중과 여준석도 충분히 부활할 수 있다. 농구팬들의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