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고시엔 대회가 발칵 뒤집혔다. 난데없는 학교 폭력 논란이 벌어진 탓이다.
흔히 고시엔 대회라고 불리는 제107회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가 개막 초반부터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히로시마의 대표적인 야구 명문교 고료(広陵) 고등학교의 출전 자격을 문제 삼는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SNS를 통해 심상치 않은 얘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올 1월 야구부 내에서 폭력 행위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2학년 선배 여러 명이 1학년 생 1명을 때리고, 괴롭히고, 왕따 시켰다. 결국 피해 학생은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야 했다. 그런데 가해 학생들은 멀쩡히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출전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방에서 일고 있다.
‘피해자는 쫓겨나듯이 다른 학교로 떠나야 했다. 평생의 꿈인 고시엔 그라운드를 밟아 보지도 못하게 생긴 것이다. 그런데 가해 학생들은 유니폼을 입고 아무렇지 않게 플레이한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치민다.’
여론에 쫓긴 학교 측이 부랴부랴 성명을 발표했다. 사건 개요와 추후 조치에 대해서도 이렇게 설명을 곁들였다.
1. 사건 일시 및 장소 : 올 1월 22일 학교 기숙사
2. 관계자 : 피해학생 A, 가해학생 B, C, D, E 등 4명
3. 사건 개요 : A가 규칙을 어기고 기숙사 내에서 컵라면을 먹다가 적발됐다. 이후 B가 방으로 찾아가 가슴을 밀치고, C는 뺨을 때렸다. 또 D는 배를 눌렀다. 복도에서 마주친 E는 멱살을 잡았다.
4. 조치 : 가해 학생들은 사과했고, 피해학생 A는 3월 말에 전학 갔다. 학교는 히로시마 고교야구 연맹에 사건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연맹은 가해학생들에게 1개월 출장정치 처분을 내렸다.

즉, 학교 측은 이미 사건에 대한 조사와 보고, 징계까지 모두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또 SNS 등에서 제기된 피해 사실에 대해서도 별도의 조사를 벌였지만, 실제와 다른 것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고시엔 대회 출전은 문제 될 것이 없으며, 만약 자격 박탈 같은 추가 조치가 벌어진다면 이는 이중적이고, 과한 처분이 될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대회 본부도 출전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료 고교의 1회전 첫 경기는 7일 저녁 6시 30분에 열리게 된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학교 측이 밝힌 사건 내용이나, 피해 사실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내용은 꽤 심각하다. 피해 학생의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는 얘기들이다.
일단 가해자가 4명이 아닌, 10명 이상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돌아가면서 때리고, 괴롭혔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밝힌 것처럼 멱살 잡고, 뺨 한 대 때린 정도가 아니다. 폭력의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심지어 “변기를 핥아라” “내 ○○를 빨아봐라” 같은 언어ㆍ성폭력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돈을 1000엔(약 9400원)을 뺏으며 발설하기 말라고 위협했다. 또 기숙사와 야구부 내에서 집단적으로 무시하며 따돌렸다는 얘기다.
감독도 이를 묵인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대회 준비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면서 가해자들의 징계에 미온적이었다는 증언이다. 별다른 격리 조치도 없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2차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피해학생은 “죽을 것 같다”며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전학이라는 방법을 택하고 말았다.

학교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펄쩍 뛴다. “대부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 현재 가해자의 인적 사항이 SNS에 유포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그런데도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피해학생의 보호자가 지난 7월에 형사 고발을 한 상태다. 이미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며 “형사 사건의 피의자들이 멀쩡히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여름 고시엔 대회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2주가량 열리는 본선 전 경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NHK-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된다. 출전 학교는 전교생이 응원석을 가득 메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료 고교는 대표적인 야구 명문교다. 1911년 창단돼 이제까지 본선에만 26번 올랐다. 봄 고시엔(선발대회)에서는 3번 우승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여름 대회에서는 준우승만 4번 차지했다.
이 학교 출신 스타도 많다. 통산 476홈런의 강타자로 한신 감독을 지낸 가네모토 도모아키와 현재 요미우리의 수석 코치 니오카 도모히로가 이곳 졸업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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