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철벽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 불펜 핵심 투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쳤는지 8~9회 역전패를 반복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산 46홀드를 거둔 사이드암 투수 강재민(28)이 전역을 앞두고 있어 기대감을 높인다.
강재민은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마운드에 처음 섰다. 현재 군인 신분이지만 말년 휴가를 몰아써 한화 2군이 있는 서산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강재민은 이날 대전 신구장으로 넘어와 라이브 피칭을 했다. 옆구리 통증을 딛고 복귀를 준비한 손아섭을 비롯해 이진영, 이재원을 상대로 37구를 던졌다. 평균 시속 141km 직구(17개)를 비롯해 슬라이더(16개), 체인지업(4개) 3가지 구종을 테스트했다.
강재민은 “2년 만에 타자 상대로 공을 던진 건데 우선 느낌이 좋았다. (팔꿈치) 수술 후 라이브는 두 번째였는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며 “오늘은 무엇보다 오버페이스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던지다는 생각이었다. 전역 후 완전한 모습으로 뵐 수 있도록 차근차근 만들어 가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재민은 8일 부대 복귀 후 12일 전역할 예정이다.
강재민의 라이브 피칭을 지켜본 김경문 한화 감독은 “생각보다 좋더라. 그래도 연습하고 경기 때 피칭은 다르기 때문에 2군에서 몇 경기 던져보고 상태를 봐야 한다”며 “지쳐가는 투수들이 있으니 그때 (강재민으로 엔트리를) 교체할까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남은 시즌 전력으로 쓸 가능성을 내비쳤다.

용마고-단국대 출신 사이드암 투수 강재민은 2020년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뒤 빠르게 필승조로 성장했다. 2020~2021년 2년 연속 50경기 이상 던지며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했다. 사이드암치곤 준수한 140km대 초반 직구에 분당회전수(RPM) 3000회가 넘는 강력한 슬라이더가 주무기.
군입대 전 마지막 해였던 2023년에는 팔꿈치 통증 여파로 투구 밸런스가 깨져 고전했지만 1군에서 4시즌 통산 207경기(207이닝) 8승14패13세이브46홀드 평균자책점 3.65 탈삼진 193개를 기록한 검증된 불펜이다.
관건은 실전 감각이다. 강재민이 가장 최근 공식 경기에 나선 것은 2023년 9월1일 잠실 LG전으로 2년 가까이 흘렀다. 같은 해 9월25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간 강재민은 지난해 2월 현역 군입대했다. 팔꿈치 상태는 회복됐지만 실전에서 던지며 투구 감각을 올려야 한다. 짧게 던지는 불펜이라 선발만큼 빌드업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로선 불펜에 새 힘이 필요한 시기에 강재민이 복귀를 앞두고 있어 다행이다. 올해 구원 평균자책점 1위(3.36)로 불펜의 지키는 힘이 강한 한화이지만 후반기 들어 이 부문 5위(3.56)로 힘이 떨어진 게 보인다. 마무리 김서현 비롯해 한승혁, 박상원, 조동욱 등이 난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대전 KT전에선 8회 한승혁과 김서현이 5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면서 7회 리드시 승률 100%(47경기 46승1무) 기록이 깨졌고, 6일 KT전도 5-4로 승리하긴 했지만 김서현이 9회에만 3점을 주며 진땀을 뺐다. 7일 KT전에선 2연투한 한승혁과 김서현이 휴식을 취한 가운데 9회 박상원과 조동욱이 도합 3실점으로 또 역전패를 당했다. LG에 다시 1위 자리를 내준 한화는 하루 만에 2위로 내려앉았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투타 어느 파트든 오르내림이 있기 마련이다. 타선이 강하지 않아 접전 승부가 유독 많았던 한화는 불펜 소모를 피할 수 없었고, 한여름 무더운 시기까지 겹쳐 지칠 때가 됐다. 불펜에 추가 전력이 필요한 시점인데 강재민이 순조롭게 복귀 준비를 하며 한줄기 빛으로 떠올랐다. 한화로선 힘겨운 여름이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