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이 느껴진 데뷔전" "SON의 시대가 시작됐다"...손흥민 등장에 요동치는 MLS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08.11 05: 47

손흥민(33, LA FC)이 미국 무대에서도 단숨에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데뷔전에서 불과 16분 만에 페널티킥을 이끌어내며 팀의 승점 1을 구했고, 현지 감독과 동료들로부터 "게임 체인저"라는 찬사를 받았다.
손흥민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브리지뷰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사커(MLS) 시카고 파이어와의 원정 경기에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종료 휘슬까지 뛰었다. 당시 LA FC는 1-2로 뒤지고 있었지만, 손흥민이 박스 안 돌파로 카를로스 테란의 파울을 유도하며 페널티 킥을 얻어냈다. 키커 데니스 부앙가가 이를 마무리하며 2-2 동점을 만들었고, 승점 1을 챙겼다.
이날 손흥민의 투입은 전날 밤에야 확정됐다. 7일 LA 홈구장 BMO 스타디움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불과 사흘 뒤 시카고 교외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에서의 작별 경기(3일), 입단식, 그리고 미국 중부 원정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직전 원정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곧바로 출전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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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체룬돌로 감독과 주장 라이언 홀링스헤드는 "합류 후 단 두 번의 훈련만에 팀 전술에 녹아들었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홀링스헤드는 "많은 특급 선수들은 '준비가 되면 뛰겠다'고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원정 동행을 원했고, 비자 발급 과정에서도 '출전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투입 직후부터 활발히 움직이며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후반 31분, 네이선 오르다스의 패스를 받아 시카고 수비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던 그는 테란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VAR 끝에 페널티 킥이 선언됐다. 부앙가의 동점골로 이어진 장면이었다.
추가시간에는 결승골 찬스도 있었다. 부앙가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박스 외곽에서 타이밍을 조절해 침투했고, 세르히 팔렌시아의 스루패스를 받아 슈팅까지 연결했으나 수비수 조너선 딘의 몸을 날린 태클에 막혔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20회 터치, 6회 패스 성공, 3회 슈팅, 1회 페널티킥 유도라는 기록을 남겼다. 중앙 공격수로 투입됐지만 측면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며 오르다스, 부앙가와 연계 플레이를 자주 시도했고, 짧은 시간 동안도 히트맵이 활발하게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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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S 공식 홈페이지는 "손흥민 시대가 MLS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라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 중에는 한국 국가대표 유니폼과 토트넘, 레버쿠젠 시절 유니폼을 입은 이들도 있었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라고 전했다. 시카고 홈구장은 붉은색 유니폼으로 가득 찼지만, 원정석과 곳곳에서 손흥민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기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시카고는 NFL 시카고 베어스 일정과 겹쳐 홈구장 솔저 필드가 아닌 2006년 개장한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렀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선수들이 "발이 무겁게 느껴졌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홀링스헤드는 "한 걸음마다 10kg이 더해진 것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체룬돌로 감독은 "오늘 페널티 킥 장면은 전술판에 없던 그림이었다. 이런 게 팬들이 경기장에 오는 이유"라며 손흥민의 순간적인 결정을 높게 평가했다. 홀링스헤드 역시 "그는 지난 5일 동안 시차 적응, 행사, 홍보 요청 속에서도 원정을 감행했다. 이런 프로정신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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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데뷔 주간은 정말 특별했다. 승점 3점을 못 따 아쉽지만 경기에 나서 행복하다. MLS를 성장시키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프리미어리그 원정에서는 늘 야유를 받았는데, 오늘은 환영받았다. 멀리서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LA FC는 이번 여름 손흥민을 역대 최고 이적료(2,600만 달러·약 345억 원)에 영입했다. 다음 경기는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원정, 이후 무더운 텍사스 프리스코에서 FC 댈러스와 맞붙는다. 홈 팬들에게 손흥민을 선보이는 건 9월 1일이 돼서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의 도전이 시카고 교외에서 힘차게 시작됐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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