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처럼 싸워!”
말그대로 '후속작'의 불리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승리를 설계해 냈다. 약점을 무기로 바꾸며 등장한 '발레리나'가 ‘존 윅’ 시리즈가 개척한 액션 세계관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이자, 새로운 주인공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의 복수 여정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아버지를 잃은 어린 시절부터 암살자 조직 ‘루스카 로마’에서 훈련을 받은 이브는, 발레리나이자 킬러로 성장해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과거의 원수를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더 거대한 조직과의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뛰어든다. 이 과정에서 전설적인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그려진다.
이번 작품에는 존 윅 전 편을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제작으로 참여하고, 액션 디자인 명가 87Eleven이 합류해 시리즈 특유의 날렵하고 치밀한 액션을 그대로 이어간다. 렌 와이즈먼 감독의 합류로, 주인공의 신체적 장점을 극대화한 유연한 전투 스타일과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젊은 여성' 킬러를 전면으로 내세운만큼, '발레리나' 속 이브의 액션은 기존 '존 윅'의 스타일과 차별화된다. 정면 돌파와 압도적인 피지컬의 윅과 달리, 이브는 체격적 약점을 전략과 기지로 보완하며 고도의 동작과 기민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주변 지형지물을 활용한 다채로운 전투 시퀀스는 관객에게 새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시리즈 팬들에게는 반가운 요소도 가득하다. 콘티넨탈 호텔, 루스카 로마 등 익숙한 설정과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세계관을 한층 확장시킨다. 특히 존 윅의 등장은 팬들에게 큰 반가움을 선사하며, 스핀오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다만 극 초반, 이브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을 풀어내는 파트는 다소 느슨하게 전개된다. 이는 ‘존 윅’이라는 압도적인 전작 주인공의 뒤를 잇는 새로운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개하려는 과정으로 보이지만, 이브의 성격과 개성을 충분히 보여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편에서 이러한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가 지닌 스타일리시한 액션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주인공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시리즈의 팬이라면 만족스러운 세계관 확장과 액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8월 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25분
/yusu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