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이 떠난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크다.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33·LAFC) 공백을 메우기 위해 브라질 특급 윙어 사비뉴(21·맨체스터 시티)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 ‘BBC’는 11일(한국시간) “토트넘이 사비뉴 영입을 위해 맨시티와 협상에 들어갔다. 최근 며칠간 두 구단이 이적 가능성을 놓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의 빈자리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구단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맨시티의 태도다. 맨시티는 사비뉴를 매각할 계획이 없지만, 5000만 파운드(약 934억 원) 이상의 제안이 들어올 경우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트루아에서 3080만 파운드(약 575억 원)에 영입한 선수를 1년 만에 매각하며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같은 프리미어리그 경쟁자인 토트넘에 더 높은 몸값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브라질 ‘글로부’와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옵션 포함 최대 7000만 유로(약 1131억 원)로 전망했다.
2004년생 왼발잡이 윙어 사비뉴는 시티 풋볼 그룹이 정성 들여 키운 정통 유망주다. 브라질 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2022년 트루아에 입단, PSV 아인트호벤 임대를 거쳐 2023-2024시즌 지로나에서 41경기 11골 10도움을 기록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맨시티 복귀 후에도 48경기 3골 11도움을 올렸으나, 결정력 부족이 한계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토트넘이 사비뉴를 강력히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왼쪽 윙어 자원들이 손흥민의 영향력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티스 텔, 윌손 오도베르, 브레넌 존슨이 있지만, 누구도 ‘캡틴 손’ 시절의 무게감과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 현실은 지난 8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프리시즌 0-4 완패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프랭크 감독은 왼쪽에 존슨을 선발로, 이후 텔과 오도베르를 차례로 투입했지만 모두 기대 이하였다. 결정적인 공격 전개가 나오지 않으며 손흥민이 비워둔 공간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 전개 핵심인 제임스 매디슨이 한국 투어 도중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손흥민과 매디슨이라는 양대 축이 동시에 빠지면서 토트넘의 공격 조직력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프랭크 감독도 “손흥민은 지난 10시즌 동안 핵심이었다. 이제 그는 떠났고, 젊은 선수들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팀을 확실히 향상시킬 수 있는 선수를 찾는다면 영입할 것”이라며 전력 보강 필요성을 인정했다.

사비뉴 역시 토트넘행에 긍정적이다. 라얀 셰르키가 맨시티에 합류하며 주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필 포든·베르나르두 실바·오스카르 보브까지 포진해 있어 꾸준한 출전 보장은 어렵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사비뉴는 충분한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BBC는 사비뉴가 합류할 경우 단순한 윙어 보강을 넘어 전술 재편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왼쪽에 사비뉴를 배치하면 모하메드 쿠두스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 매디슨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나아가 토트넘이 비워둔 ‘손흥민의 7번’을 곧바로 물려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손흥민이 떠난 자리는 단순한 한 명의 빈자리가 아니다. 토트넘의 전술, 리더십, 공격 효율 전반을 뒤흔드는 공백이다. 사비뉴가 그 자리를 메울지, 혹은 또 다른 대안이 등장할지는 향후 몇 주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확실한 건 토트넘이 더는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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