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첫 5연패 수렁에 빠졌다. 한국시리즈를 바라보며 데려온 새 외국인 투수가 데뷔전부터 5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메이저리그 통산 38승 커리어를 자랑하는 우완 빈스 벨라스케즈(33)는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13일 대전 한화전에 3이닝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방출 전까지 딱 10승을 채운 좌완 터커 데이비슨와 과감하게 결별하면서 3위 이상을 노리기 위해 영입한 벨라스케즈라 기대가 컸는데 첫 단추는 잘못 뀄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2회 타자 일순으로 2루타 3개 포함 6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무너지며 빅이닝을 허용했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를 점하고도 결정구의 예리함이 떨어졌다. 최고 시속 152km, 평균 149km 직구 구속은 괜찮았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힘이 없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밋밋하게 들어간 변화구도 모두 공략당했다.
롯데의 0-6 패배와 함께 데뷔전부터 패전투수가 된 벨라스케즈는 실망스러운 신고식을 치렀지만 2회를 빼고 나머지 2이닝은 볼넷 1개만 주며 실점 없이 막았다. 2회에는 수비가 도와주지 못한 장면들도 많았다. 한국에 와서 곧바로 첫 실전 등판을 치렀고, 공인구나 마운드 적응도 변수로 작용했을 수 있다. 벨라스케즈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몇 경기 더 봐야 정확하게 가능하다.
현재 롯데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타선이다. 5연패 기간 총 6득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8~9일 사직 SSG전에서 각각 무득점, 1득점으로 침묵하더니 12~13일 대전 한화전도 2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끝났다. 10일 SSG전에서 9회 노진혁의 솔로 홈런이 없었다면 4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질 뻔 했다. 5연패가 시작된 지난 7일 사직 KIA전 7회부터 최근 39이닝 1득점 부진이다.
지난 1일 고척 키움전, 5일 사직 KIA전까지 8월 들어 10경기 중 5경기가 무득점으로 타선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7월까지 팀 홈런 10위(53개)에도 불구하고 타율 1위(.279), OPS 3위(.742)에 빛나는 소총 부대를 앞세워 3위에 안착한 롯데는 그러나 8월 팀 타율(.190), OPS(.529) 모두 10위로 떨어졌다. 홈런도 2개로 가장 적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고, 144경기 내내 잘 칠 순 없다. 지금이 롯데의 올 시즌 타격 최저점인데 거포가 많지 않다 보니 저점이 더 깊게 느껴진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방망이가 안 맞을 때는 큰 게 하나씩 나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는 장타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윤동희(.077), 고승민(.137), 손호영(.137), 황성빈(.176), 노진혁(.176), 유강남(.188), 한태양(.207) 등 대부분 주력 타자들이 저조한 8월 타율로 동반 침체에 빠져있다. 최다 안타 1위(144개) 빅터 레이예스도 타율 2할5푼7리(35타수 9안타) 무홈런 3타점 OPS .680으로 외국인 타자가 해줘야 할 게임 체인저 구실을 못하고 있다.
롯데로선 최고참 중심타자 전준우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올 시즌 104경기 타율 2할8푼8리(375타수 108안타) 7홈런 64타점 OOS .783으로 활약한 전준우는 결승타 11개 포함 득점권 타율 3할4푼5리로 클러치 능력이 뛰어났다. 4번 타순에서 해결하던 전준우는 지난 5일 KIA전에서 1회 1루 땅볼을 치고 전력 질주하다 왼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했고, 검진 결과 근육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아 복귀까지 4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전준우가 다친 날부터 롯데는 시즌 첫 5연패 포함 1승6패에 무득점 4경기로 타선 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전히 40세 최고참에게 기대야 하는 게 롯데로선 안타까운 현실. 어느새 2위 한화와 격차가 6.5경기로 벌어진 롯데는 4위 SSG에 1.5경기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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