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워도 진건 진거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2025 UEFA 슈퍼컵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정규시간을 2-2로 마무리한 뒤 승부차기 끝에 4-3 승리를 거뒀다.
PSG는 챔피언스리그(UCL) 우승팀 자격으로, 토트넘은 유로파리그(UEL) 우승팀 자격으로 맞붙었다.
초반 분위기는 토트넘이 장악했다. 전반 39분 반 더 벤의 선제골, 후반 3분 로메로의 추가골로 0-2까지 벌어진 스코어. PSG는 세트피스 수비 붕괴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이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22분, 자이르-에메리 대신 이강인을 투입했다. 단숨에 경기 템포가 달라졌다.
그리고 후반 40분, 운명의 순간이 왔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좁은 각도에도 불구하고 왼발로 날카롭게 감아 찼다. 공은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2만여 관중이 숨을 삼킨 뒤, PSG 벤치는 폭발했다. 한국인 최초의 슈퍼컵 골이자, ‘추격의 서막’이었다.
이강인의 골로 분위기를 탄 PSG는 후반 추가시간 곤살로 하무스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2-2를 만들었다. 승부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PSG는 첫 키커 비티냐가 실패했지만 하무스, 뎀벨레, 이강인, 멘데스가 연달아 성공했다. 토트넘은 반 더 벤과 마티스 텔의 실축이 치명타였다. 결국 PSG가 4-3으로 웃었다.
PSG의 역사상 첫 UEFA 슈퍼컵 트로피. 그리고 이강인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슈퍼컵 우승자가 됐다. 2008년 박지성이 맨유 소속으로 결승 무대에 올랐으나 제니트에 1-2로 패했던 아쉬움을 17년 만에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강인의 기록은 더욱 빛난다. 불과 23분 동안 슈팅 2회, 1골, 패스 성공률 92%(23/25), 롱패스 100% 성공(1/1), 볼 터치 34회, 지상 경합 승률 75%(3/4)라는 완벽에 가까운 수치. 평점 7.5점은 팀 평균(6.7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BBC는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PSG에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칭찬했고, 프랑스 매체 ‘르퀴프’는 “큰 경기에 강한 DNA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이강인은 ‘기술 좋은 신성’이 아니라, ‘큰 경기에서 결과를 만드는 선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한편 토트넘도 잘 싸웠다. 새롭게 선보인 스리백으로 경기를 리드한 토머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은"강팀인 PSG 상대로는 기존 전술과 다른 것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었다"라면서 "이번 전술은 특수 수술과 같은 것이다.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수술은 성공했으나 환자가 죽었다.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는 이야기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토트넘은 전후반 80분까지는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이강인의 한 방에 무너지면서 오히려 결과를 내준 것. 프랭크 감독은 "우리는 약간은 달라진 게임 플랜을 잘 수행했고, 거의 성공할 뻔 했다"라면서 "PSG를 상대로 한 2-2의 결과는 받아들일만 했다. 단순 결과만 본다면 좋은 결과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우리에겐 승부차기가 있었고 패배했다. 어쩌면 승부차기를 좀 더 연습할 필요가 있겠다. 결승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그것일지도 모른다"고 경기를 분석했다.
프랭크 감독은 "만약 경기 전에 우리가 PSG와 비겼고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패배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우리를 칭찬했을 것이다. 아마 경기를 보면 더 감탄했을 것이다. 경기 내내 선수들은 잘 싸웠다. 이 경기력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