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랭크 감독의 정밀하게 준비한 ‘특수 수술’도 이강인의 왼발 한 방 앞에서는 무력했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2025 UEFA 슈퍼컵에서 토트넘과 2-2로 맞선 뒤, 승부차기 끝에 4-3 승리를 거두며 구단 역사상 첫 슈퍼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매치업은 ‘챔피언스리그(UCL) 챔피언’ PSG와 ‘유로파리그(UEL) 챔피언’ 토트넘의 맞대결이었다. 프랭크 감독은 강호 PSG를 상대로 기존 전술을 버리고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그는 경기 전 “강팀인 PSG를 상대로는 다른 것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전술은 특수 수술과 같다”라며 철저히 준비한 변칙 플랜을 예고했다.
그 효과는 전반전부터 드러났다. 토트넘은 조직적인 압박과 빠른 전환으로 PSG의 공격 루트를 봉쇄했다. 전반 39분,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반 더 벤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후반 3분에는 로메로가 추가골을 넣으며 0-2까지 달아났다. 당시 PSG는 세트피스 수비 붕괴로 완전히 무너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22분, 그는 자이르-에메리를 빼고 이강인을 투입했다. 단 23분의 출전 시간이었지만, 이강인은 경기 흐름 자체를 뒤집었다.
후반 40분, 이강인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았다. 좁은 각도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왼발을 휘둘렀다. 공은 감아차기 궤적을 그리며 골문 구석을 찔렀다. 2만여 관중이 숨을 삼킨 순간, PSG 벤치는 폭발했다. 한국인 최초의 슈퍼컵 골이자, ‘추격의 서막’이었다.
이 한 방으로 PSG는 완전히 살아났다. 후반 추가시간, 곤살로 하무스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80분 동안 완벽히 경기를 지배하던 토트넘은 단 10여 분 만에 균열이 나며 모든 흐름을 내줬다.

승부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PSG는 첫 키커 비티냐가 실축했지만, 하무스·뎀벨레·이강인·멘데스가 연달아 성공했다. 토트넘은 반 더 벤과 마티스 텔이 실축하며 무너졌다. 최종 스코어 4-3, PSG가 웃었다.
이강인의 활약은 기록으로도 빛났다. 불과 23분 동안 슈팅 2회, 1골, 패스 성공률 92%(23/25), 롱패스 100% 성공(1/1), 볼 터치 34회, 지상 경합 승률 75%(3/4)를 기록했다. 팀 평균 평점 6.7점 속에서 이강인은 7.5점을 받으며 존재감을 증명했다.
BBC는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PSG에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극찬했고, 프랑스 ‘르퀴프’는 “큰 경기에 강한 DNA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은 더 이상 ‘기술 좋은 신성’이 아니라, ‘큰 경기에서 결과를 만드는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토트넘의 프랭크 감독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수술은 성공했으나 환자가 죽었다.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라며 “우리는 달라진 게임 플랜을 잘 수행했고 거의 성공할 뻔 했다. PSG를 상대로 한 2-2는 받아들일만 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결승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승부차기 연습일지도 모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또 “만약 경기 전 우리가 PSG와 비겼고 승부차기 끝에 졌다고 했다면, 사람들은 칭찬했을 것이다. 실제 경기력을 본다면 더 감탄했을 것이다. 선수들은 끝까지 잘 싸웠다. 이 경기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결국 이날 승부를 가른 것은 전술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한 번의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프랭크 감독의 치밀한 ‘특수 수술’도 이강인의 왼발 한 방에 모든 균형이 깨졌다. 그리고 그 한 방은 PSG를 사상 첫 UEFA 슈퍼컵 정상으로 이끌었고, 한국 축구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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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SG, 리그1, 토트넘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