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오심'→"인정" KFA 심판위원회, 전남에 기본 프로세스도 안 지켰다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5.08.15 07: 22

 대한축구협회(KFA) 심판위원회가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와-천안시티FC전에서 나온 ‘오프사이드 판정’이 오심이라고 인정한 가운데, 피해 구단에 사과는커녕 기본적인 존중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KFA는 14일 “K리그2 24라운드 전남-천안전에서 나온 오프사이드 판정을 오심으로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인정하는 게 당연하다.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천안과 맞대결에서 전남 수비수 민준영은 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깔끔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는데 그전에 '동료' 정강민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로 지적되며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중계화면만 봐도 정강민이 천안 선수보다 뒤에 위치해 명백한 온사이드였지만 비디오판독(VAR) 실에서 ‘오프사이드 결정’이 내려졌고 주심은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사진] 문진희 KFA 심판위원장 / HOT다리영표:전술의재발견 유튜브 화면 캡처

5분에 걸쳐 VAR이 행해졌지만 온사이드가 아닌 오프사이드 결론이 나온 것이다. 
1골 도둑맞은 전남은 천안에 3-4로 졌다. 만약 민준영의 득점이 인정됐다면 무승부로 승점 1점을 따낼 수 있었지만, ‘오심’ 때문에 빈손으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사진] 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어느 리그든 승점 1점은 매우 소중하다. 시즌 후반부로 향할수록 그 체감도는 더욱 올라간다. 잘하고도 허무하게 진 선수들은 맥이 풀릴 수밖에 없다.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전남은 12일 공문을 통해 KFA에 공식 이의제기를 했다. 
오심이 맞았다. KFA 심판위원회는 “현장 판정에선 주심과 부심이 온사이드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골을 확인하는 VAR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판독이 나와 ‘골 취소’ 결정이 나왔다”라고 하면서 “사전 테스트와 달리 경기 중 VAR 온,오프사이드 라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판독 화면에 (온사이드가 아닌) 오프사이드로 보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오심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광양축구전용구장엔 오프사이드 그래픽 구현이 가능한 카메라 5대가 설치돼 있었다. 이 중 단 한 대만 논란이 된 장면의 오프사이드 판독이 가능한 앵글을 담고 있었다. 해당 카메라가 사전 테스트 때와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류를 범해 VAR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결정이 나왔단 것이 심판위원회의 설명이다.
VAR 실과 소통하기 전 원심은 ‘온사이드’였다. K리그2 현장에 투입된 적 있는 심판에 따르면 기기 결함이 있을 경우 주,부심 현장 결정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라면 ‘온사이드’ 원심이 유지돼 전남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정확한 판정을 내려야 하는 심판들이 오심의 장본인인데, 카메라 문제 탓은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VAR까지 갈 상황이 아니었다. 
[사진] 문진희 KFA 심판위원장 / HOT다리영표:전술의재발견 유튜브 화면 캡처
[사진] 문진희 KFA 심판위원장 / HOT다리영표:전술의재발견 유튜브 화면 캡처
‘희대의 오심’으로 피해를 본 전남은 심판위원회로부터 한 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다. 심지어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권유한 대로 공문을 통해 이의 제기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기본적인 존중도 받지 못했다. 
문진희 위원장은 최근 KBS 스포츠 유튜브 코너인 ‘HOT다리영표:전술의 재발견’에 출연해 “(판정 불만 관련해 구단에서) 언론 인터뷰보다는 공문을 통해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면 (우리가) 패널 회의를 거쳐 구단에 회신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라고 공개발언한 바 있다. 이를 인지했던 전남은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받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 심판위원회 결정을 접했다.
언론을 피하자고 먼저 말했던 문진희 위원장은 오심 결정이 나왔다면 구단에 이를 알리는 것이 먼저였다. 하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은 잊어버린 듯 언론을 먼저 찾았다. 전남에 먼저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였으나 어떠한 것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임에도 예의를 지킨 전남만 허무하게 됐다. 
[사진] OSEN DB.
KFA의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발언도 원성을 자초했다. "연령, 리그 등급, 대회 규모, 성별을 막론하고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모든 경기의 판정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라고 고개 숙이면서도 "K리그 심판의 경우 시즌을 앞두고 2주간 동계훈련과 후반기 보수교육, 월간 보수교육을 진행하며 올해의 경우 이미 7월에 1박 2일, 지난 12일에 2차 보수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모든 K리그 심판들은 올해 이미 KFA 수석 심판 강사인 수키딘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 강사로부터 주제별 온라인 강연을 5차례 진행했고, 하반기에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좋은 심판 양성에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기적절한 말이 아니다. 교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오심이 나왔다면 그동안 행해왔던 것들을 돌아봐야 할 때다.
그래도 눈치가 아예 없진 않았던 KFA는 "심판 자질향상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심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KFA 및 심판 구성원 모두는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오심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하고, 노력해 나가겠다"라며 "경기장 시설, VAR 장비 역시 개선될 수 있도록 이를 담당하는 프로축구연맹, 각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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