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만은 함께다. 토트넘 홋스퍼를 떠난 '전직 캡틴' 손흥민(33, LAFC)가 잘 싸우고도 패한 동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2025 UEFA 슈퍼컵 결승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UEFA 슈퍼컵은 유럽대항전 챔피언들끼리 맞붙는 경기다. PSG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챔피언, 토트넘이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팀 자격으로 나섰다. PSG는 2024-2025시즌 UCL은 물론이고 프랑스 무대를 휩쓸며 역사적인 4관왕을 달성했고, 토트넘도 41년 만에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거머쥐며 17년 만에 무관을 벗어났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유럽 챔피언' PSG를 상대로 열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뛰어난 에너지 레벨과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PSG를 몰아세운 것. 손흥민이 로스엔젤레스(LA)FC로 떠난 가운데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택한 스리백 변화가 효과를 발휘했다.


선제골도 토트넘의 몫이었다. 전반 39분 프리킥 공격에서 미키 반 더 벤이 세컨볼을 밀어넣으며 득점했다. 전반 막판엔 모하메드 쿠두스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후반 3분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세트피스에서 헤더로 추가골을 터트리며 2-0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토트넘은 뒷심 부족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22분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시발점이었다. 그는 후반 40분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귀중한 만회골을 터트렸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곤살로 하무스가 우스만 뎀벨레의 크로스를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극적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그대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PSG는 비티냐가 첫 슈팅을 놓쳤으나 하무스, 뎀벨레, 이강인, 누누 멘데스가 차례로 성공했다. 반면 토트넘은 도미닉 솔란케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성공했으나 반 더 벤과 마티스 텔이 실축하며 무릎 꿇었다. 그렇게 우승팀은 PSG가 됐고, 토트넘은 프랭크 감독의 공식 데뷔전에서 구단 역사상 첫 슈퍼컵 우승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친 토트넘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의 후임으로 주장 완장을 찬 로메로는 첫 경기부터 생애 첫 결승전 패배를 맛보며 눈물을 훔쳤다.

LA에서 이를 지켜본 손흥민은 동료들을 격려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곧 좋은 시간이 올 거야. 실망할 때가 아니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가올 큰 시즌을 향해 나아가자. 여전히 너희 스퍼스 가족을 생각하고 있어"라고 적으며 'COYS(Come On You Spurs)'라고 외쳤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의 '품격 있는' 메시지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본 토트넘이다. 비록 결과는 아쉬운 역전패였지만, PSG를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프랭크 감독도 "이번 전술은 특수 수술 같은 것이었다.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수술은 성공했으나 환자가 죽었다.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달라진 게임 플랜을 잘 수행했다. 거의 성공할 뻔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토트넘은 오는 16일 오후 11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번리와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정비할 시간이 채 3일도 되지 않는 것.
프랭크 감독은 "내겐 24시간 원칙이 있다. 24시간 동안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대회에서 경쟁하고 싶고, 그러려면 빠르게 전환해서 다시 나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토요일엔 날개를 펼칠 준비가 되어 있도록 확실히 준비시키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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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흥민, 유로풋, 로메로, 토트넘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