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로메로(27, 토트넘 홋스퍼)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33, LAFC)의 뒤를 이어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된 그가 마음 아픈 신고식을 치렀다.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2025 UEFA 슈퍼컵 결승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UEFA 슈퍼컵은 유럽대항전 챔피언들끼리 맞붙는 경기다. PSG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챔피언, 토트넘이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팀 자격으로 나섰다. PSG는 2024-2025시즌 UCL은 물론이고 프랑스 무대를 휩쓸며 역사적인 4관왕을 달성했고, 토트넘도 41년 만에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거머쥐며 17년 만에 무관을 벗어났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유럽 챔피언' PSG를 상대로 열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뛰어난 에너지 레벨과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PSG를 몰아세운 것. 손흥민이 로스엔젤레스(LA)FC로 떠난 가운데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택한 스리백 변화가 효과를 발휘했다.



선제골도 토트넘의 몫이었다. 전반 39분 프리킥 공격에서 미키 반 더 벤이 세컨볼을 밀어넣으며 득점했다. 전반 막판엔 모하메드 쿠두스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후반 3분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세트피스에서 헤더로 추가골을 터트리며 2-0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토트넘은 뒷심 부족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22분 교체 투입된 이강인에게 허용한 골이 시발점이 됐다. 그는 후반 40분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귀중한 만회골을 터트렸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곤살로 하무스가 우스만 뎀벨레의 크로스를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극적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그대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PSG는 비티냐가 첫 슈팅을 놓쳤으나 하무스, 뎀벨레, 이강인, 누누 멘데스가 차례로 성공했다. 반면 토트넘은 도미닉 솔란케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성공했으나 반 더 벤과 마티스 텔이 실축하며 무릎 꿇었다. 그렇게 우승팀은 PSG가 됐고, 토트넘은 프랭크 감독의 공식 데뷔전에서 구단 역사상 첫 슈퍼컵 우승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친 토트넘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손흥민의 후임으로 주장 완장을 찬 로메로는 첫 경기부터 생애 첫 결승전 패배를 맛보며 눈물을 훔쳤다. 이를 본 동료 페드로 포로가 다가와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했다.

경기 후 로메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토트넘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그는 "이런 식으로 패배하는 건 가슴 아프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건 우리를 팀으로서 더 강하게 만들 거다. 우리는 이 순간을 함께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로메로는 "오늘 원정 경기에서 믿을 수 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토요일 홈에서 만나요, 가족들"이라며 PSG 공식 계정을 태그한 뒤 "축하를 보낸다"라고 덧붙였다.
로메로는 경기 전날인 13일 토트넘 주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프랭크 감독은 '최고참' 벤 데이비스와 굴리엘모 비카리오, 로메로 중에서 고민한 끝에 지난 시즌까지 부주장으로서 손흥민을 보좌했던 로메로를 택했다. 그는 "로메로는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다고 했다. 이번 슈퍼컵뿐만 아니라 시즌 내내 경기장 위에서 이 멋진 클럽을 이끄는 건 큰 일"이라고 말했다.
로메로도 설레는 마음을 밝혔다. 그는 "4년 전 단 하나의 꿈을 품고 이곳에 왔다. 내 이름을 클럽 역사에 남기고, 트로피를 획득하여 내 흔적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 그 꿈을 이뤘다. 이제 새로운 여정과 아름다운 시즌이 펼쳐진다. 우리는 함께 그 잊지 못할 날, 2025년 5월 21일의 기쁨을 다시금 되새길 것"이라며 다시 한번 우승을 다짐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이를 지켜본 손흥민은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로메로가 아쉬워 하는 사진을 공유하며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곧 좋은 시간이 올 거야. 실망할 때가 아니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가올 큰 시즌을 향해 나아가자. 여전히 너희 스퍼스 가족을 생각하고 있어"라고 적었다.
또한 손흥민은 토트넘을 대표하는 응원 문구인 'COYS(Come On You Spurs)'를 외치며 토트넘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국 '풋볼 런던'은 이 소식을 전하며 손흥민이 '품격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표현했다.
한편 토트넘은 손흥민의 말대로 실망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당장 오는 16일 오후 11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번리와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치르기 때문. 피로를 풀고 재정비할 시간이 채 3일도 되지 않는다.
프랭크 감독도 "내겐 24시간 원칙이 있다. 24시간 동안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대회에서 경쟁하고 싶고, 그러려면 빠르게 전환해서 다시 나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토요일엔 날개를 펼칠 준비가 되어 있도록 확실히 준비시키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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