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손흥민(33, LAFC)도 신고식은 피할 수 없었다. 그가 로스엔젤레스(LA)FC 동료들의 쏟아지는 물세례와 '인디언밥' 속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LAFC는 14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채널을 통해 손흥민이 첫 훈련 세션을 소화한 영상을 공개했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이 먼저 짧게 연설했고, "얘들아, 새로운 선수 쏘니를 소개할게"라며 선수들에게 손흥민을 소개했다.
동료들은 두 줄로 인간 터널을 만들어 손흥민을 맞이했다. 토트넘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위고 요리스와 장난을 치던 손흥민도 웃으며 터널을 빠르게 지나갔다.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보낸 주장에서 LAFC의 '베테랑 신입생'이 된 손흥민. 선수들은 그를 향해 물병의 물을 뿌리거나 열심히 등을 두드리며 뜨겁게 환영했다. 요리스도 미소 지으며 동료들을 부추겼다.
손흥민은 첫 훈련이었지만, 빠르게 적응한 모습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먼저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손흥민도 밝게 웃으며 훈련 세션을 소화했다. LAFC는 물론이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중계 방송사 'DAZN'까지 손흥민의 훈련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미국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손흥민이다. 그는 올여름 토트넘 홋스퍼와 10년 동행을 끝내고 지난 7일 LAFC에 공식 입단했다. 당시 LAFC는 "손흥민은 '블랙&골드'다. 그는 토트넘을 떠나 LAFC와 완전 이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이며 2029년 6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라며 "블랙&골드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라고 발표했다.
손흥민은 MLS 역대 최고 이적료 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미국 'ESPN' 등에 따르면 LAFC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토트넘에 이적료 2660만 달러(약 368억 원)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도 손흥민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매각한다면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손흥민의 뜻을 존중해 LAFC의 제안을 승낙했다.
연봉도 남다르다. 손흥민은 MLS의 로컬 룰인 '지명 선수(Designated Player)'로서 샐러리캡에 구애받지 않는 대우를 받는다. '기브 미 스포츠' 톰 보거트 기자에 따르면 그는 연봉 870만 달러(약 120억 원)를 받는다. 이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다음으로 많은 액수.
현재 손흥민은 LAFC를 넘어 MLS 전체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스타다. 앞서 MLS는 손흥민을 "판타지로 시작한 일이 현실이 됐다"라며 "이번 이적으로 LA에는 진정한 글로벌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손흥민은 2023년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 뒤로 MLS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신입생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팬들은 손흥민에게 열광 중이다. MLS 언론인 파비안 렌켈은 "지난 7일간 LA를 제외하고 구글에서 손흥민을 가장 많이 검색한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시카고, 샌디에이고, 시애틀, 뉴욕시"라며 "이는 MLS에서 MLS에서 역대급으로 큰 화제다. 메시의 합류가 불러일으켰던 열기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에센셜리 스포츠' 역시 "손흥민 영입은 이미 대박으로 보인다. 미국 축구계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LAFC의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라며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이미 두 시즌 동안 인터 마이애미에서 마법을 써내려온 '아르헨티나 슈퍼스타' 메시보다 MLS에서 더 큰 유명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유니폼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중이다. 렌켈에 따르면 손흥민의 흰색 어웨이 유니폼마저 배송이 지연되고 있을 정도. 지금 주문해도 배송만 최대 한 달이 걸릴 수 있다. 손흥민 유니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MLS도 더 이상 선수를 위한 어센틱 LAFC 블랙 유니폼을 재고로 보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MLS뿐만 아니라 미국 MLB와 NBA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LAFC 팀 동료인 라이언 홀링스헤드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미 야구 경기 시구와 NBA 경기 팁오프로 초청받았다. 이미 LA 다저스는 손흥민이 27일 경기에서 시구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상황. 손흥민도 이를 공유하며 홀링스헤드에게 "우리 더 연습해야겠는걸"이라고 적었다.


손흥민은 이미 경기장 위에서도 실력을 입증했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일리노이주 브리지뷰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미국 MLS 시카고 파이어전에서 후반 16분 교체 출전하며 MLS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31분 폭발적인 질주로 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다만 데뷔골은 다음으로 미뤘다. 손흥민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전담 키커 드니 부앙가에게 양보했다. 부앙가가 침착하게 득점하면서 LAFC는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제 손흥민은 오는 17일 열리는 뉴잉그랜드 레볼루션 원정 경기에서 MLS 데뷔골을 겨냥한다. 그의 선발 데뷔전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 덕분에 뉴 잉글랜드는 이미 축제 분위기다. 손흥민을 직접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 예정이기 때문.
렌켈은 "뉴 잉글랜드 레볼루션에 따르면 손흥민이 시카고전에서 데뷔한 이후 티켓 판매가 급증했다"라며 "손흥민의 첫 선발 출전으로 관중 수는 2025년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가 왔을 때(43293명)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올해 뉴 잉글랜드의 평균 홈 관중 수가 약 23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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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LS, LAFC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