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33, LAFC)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을 선수를 구할 수 있을까. 사비뉴(21, 맨체스터 시티) 영입이 예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브라질 '글로부'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맨시티는 토트넘이 사비뉴의 이적료로 제시한 7000만 유로(약 1134억 원)를 거절했다. 토트넘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약속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토트넘은 이번 주 초 맨시티에 공식 제안을 보냈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팀으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았다. 협상은 실패했지만, 이적시장 마감까지 2주가 남은 가운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비뉴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에서 아주 비싼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맨시티로선 굳이 사비뉴를 판매할 필요가 없는 만큼 그의 몸값으로 7000만 유로가 넘는 거액을 부르고 있다. 올여름 유럽에서 7000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는 플로리안 비르츠와 위고 에키티케(이상 리버풀), 베냐민 세슈코, 브라이언 음뵈모, 마테우스 쿠냐(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빅터 오시멘(갈라타사라이) 6명뿐이다.

2004년생 윙어 사비뉴는 맨시티의 모기업인 시티 풋볼 그룹에서 공을 들여 키운 유망주다. 그는 브라질 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지난 2022년 맨시티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비우는 같은 시티 풋볼 그룹 소속인 트루아로 이적했고,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임대로 활약했다.
사비뉴는 2023-2024시즌 잠재력을 꽃피웠다. 그는 마찬가지로 시티 풋볼 그룹 산하인 지로나로 1년 임대됐고,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지로나의 돌풍을 이끌었다. 사비뉴는 41경기 11골 10도움을 올렸고, 지로나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이어 리그 3위를 차지하며 구단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왼발잡이인 사비뉴는 양 측면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브라질리언다운 개인기와 드리블을 자랑하는 그는 지로나에선 주로 왼쪽 날개로 뛰었지만, 맨시티에선 오른쪽에 많이 배치됐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이전보다 더 마무리 능력을 요구받은 것.
사비뉴는 맨시티에서도 데뷔 시즌부터 48경기를 뛰며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다만 결정력 부족이라는 단점을 노출하며 공격 포인트는 3골 11도움에 만족해야 했다. 분명 재능은 있지만, 득점 기회가 왔을 때 잘 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사비뉴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토트넘은 그를 영입해 당장 올 시즌 손흥민의 공백을 메우려는 계획이다. 마티스 텔과 윌손 오도베르, 브레넌 존슨이 있긴 하지만, 로스엔젤레스(LA)FC로 떠난 손흥민에 비하면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지난 8일 바이에른 뮌헨과 친선경기에서 0-4로 대패했다. 손흥민의 빈자리가 컸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떠난 왼쪽 날개 자리에 브레넌 존슨을 선발 기용했다. 하지만 존슨은 물론이고 교체 투입된 텔과 오도베르까지 아무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조율을 책임지는 제임스 매디슨의 부상 공백도 뼈아프다. 그는 한국에서 경기하던 도중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돼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며 사실상 시즌 아웃이 예상된다. 공을 운반하고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손흥민과 매디슨이 동시에 빠지면서 타격이 큰 토트넘이다.
경기 후 프랭크 감독도 "손흥민은 지난 10시즌 동안 핵심이었다. 이제 그는 떠났고, 젊은 선수들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팀을 확실히 향상시킬 수 있는 선수를 찾는다면 영입할 것"이라며 전력 보강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트넘은 14일 파리 생제르맹(PSG)와 UEFA 슈퍼컵에서도 3-5-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손흥민이 빠진 왼쪽 윙어 자리를 전술적으로 아예 없애버리는 선택을 내린 것. 비록 결과는 아쉬운 승부차기 패배였지만, 전방 압박과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PSG를 몰아붙이며 후반 막판까지 2-0으로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만약 사비뉴를 영입한다면 측면 고민을 덜 수 있는 토트넘. 사비뉴도 토트넘행을 바라고 있다. 올여름 라얀 셰르키가 맨시티에 새로 합류하면서 더욱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 이미 필 포든과 베르나르두 실바, 오스카르 보브까지 있기에 사비뉴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부는 "월드컵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비뉴는 토트넘에서 더 많은 출전 시간과 더 중요한 역할을 확보함으로써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최종 발탁을 두고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맨시티에서 첫 시즌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48경기(36경기 선발)에 출전해 3골 11도움을 기록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현재 사비뉴는 브라질 대표팀에서 13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올렸다. 그는 도리발 주니오르 전 감독의 지휘 아래 2024년 3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에서 처음 발탁됐고, 총 6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안첼로티 감독의 스쿼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사비뉴가 토트넘 유니폼을 입는다면 그는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떠난 뒤 적합한 대체자를 찾기 전까지 7번 자리를 비워둘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비뉴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에게 핵심 번호인 7번을 넘겨줄 수 있다.
아직 구단 간 협상이라는 걸림돌이 남아있긴 하지만, 토트넘과 사비뉴는 낙관적인 모양새다. 글로부는 "사비뉴의 에이전트는 최근 영국으로 파견돼 협상을 진행했으며, 토트넘은 곧 새로운 제안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높은 이적료 때문에 협상이 복잡해 보이지만, 양측 모두 이적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도 사비뉴가 토트넘행에 열려 있다며 과르디올라 감독은 떠나길 원하는 선수의 앞길을 막지 않는 편이라고 짚었다. 맨시티는 사비뉴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진 않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면 존중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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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65 스코어스, 스카이 스포츠, 토트넘, 스퍼스 글로벌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