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에 만나자"라는 약속.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뛰어 넘은 약속의 현장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리며 낭만을 불러 일으켰던 2025년 8월 15일의 안동역은 아쉬움으로 짙게 남았다.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과 두 청춘의 낭만적인 재회가 한 고등학생의 어처구니없는 허위 협박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2015년 여름, KBS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 3일) 제작진은 '내일로' 기차 여행 중이던 두 여대생을 안동역에서 만났다. 당시 두 청춘은 10년 뒤 다시 여행을 떠나자고 약속하며 제작진에게도 "10년 후에도 다큐멘터리 꼭 찍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은 "2025년 8월 15일, 여기서 만나요"라고 화답하며 잊지 못할 약속을 남겼다.
10년 후에도 다큐멘터리 꼭 찍으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다큐 3일'은 2022년 종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낭만적인 약속은 10년이 흘러 대중의 기억 속에 다시 떠올랐다. 많은 이들은 이 만남이 '다큐 3일'의 부활을 알리는 감동적인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약속의 날, '다큐 3일' 제작진은 안동역에 도착했고, 만남의 현장을 생생히 담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현장에 여성분 한 분이 도착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감동과 낭만의 실현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 순간을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제작진이 만남을 위해 기다리던 이날 오전 7시 37분께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 "구 안동역 광장에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해 현장을 통제하고 수색을 시작했고, 라이브 방송은 중단됐다. 현장에 모였던 인파는 모두 해산됐고, 10년 만의 재회는 허무하게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경찰은 위치 추적을 통해 협박범을 추적,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자택에서 고등학생 A군을 공중협박 혐의로 검거했다. A군은 범행을 모두 인정했으며,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남긴 댓글이 낭만적인 만남을 갈망했던 모두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반나절도 되지 않아 협박범이 검거되면서 온라인상의 가볍고 경솔한 댓글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동반하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경찰 병력이 동원되고 현장이 통제되는 등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만큼 익명성 뒤에 숨은 허위 협박글은 단순 장난으로 치부될 수 없었다. 무엇보다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온 소중한 약속과 그를 응원했던 많은 이들의 기대와 낭만을 한순간에 앗아가 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짙다.
한편, 10년 만의 낭만을 담고자 했던 KBS2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어바웃 타임’은 오는 22일 편성 확정됐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