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값진 구원승을 챙긴 홍건희(두산 베어스)는 왜 경기 후 팀 동료들에게 사과를 했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우완 필승조 홍건희는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3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시즌 2승(무패)째를 챙겼다. 팀의 짜릿한 연장 끝내기승리를 뒷받침한 값진 호투였다.
홍건희는 5-5로 팽팽히 맞선 연장 11회초 마무리 김택연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박민을 투수 땅볼로 잡아낸 홍건희는 박찬호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김호령을 5구 끝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박찬호의 2루 도루에 이어 김규성을 2루수 땅볼로 막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후 연장 11회말 1사 후 예비역 안재석의 극적인 끝내기홈런이 터지며 홍건희가 1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이어 연이틀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홍건희는 경기 후 끝내기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당연히 승리가 기뻤지만, 그 전에 팀원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홍건희는 “빠져있는 시간에 비례하게 팀에 미안했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건 아니었지만, 후배들이 고생하는 걸 멀리서 중계로 지켜보는 게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화순고를 나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2라운드 9순위 지명된 홍건희는 2020년 6월 류지혁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해 인생을 바꿨다. KIA에서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 난조로 인해 방황을 거듭했던 그는 두산 이적과 함께 제구가 되는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며 리그 정상급 뒷문 요원으로 거듭났다.

홍건희는 이에 힘입어 작년 1월 원소속팀 두산과 2+2년 최대 24억5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총액 21억 원, 인센티브 5000만 원)에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첫해 65경기 4승 3패 9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73으로 호투하며 구단과 팬들의 믿음에 보답했다.
계약 2년차인 올해도 두산 필승조의 핵심 전력으로 분류된 홍건희는 개막 직전 우측 팔꿈치 내측 인대가 손상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이에 70일이 넘도록 재활 및 회복에 전념했고, 1군 복귀 후에도 잦은 기복을 보이며 7월 5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홍건희는 “야구하면서 4개월 가까이 재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콜업 당시) 나름대로 몸이 다 됐다고 판단했는데 결과는 아니었다. 긴 재활이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고, 이걸 이겨낸 동료들이 더욱 대단해보였다”라며 “그 힘든 시간을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파트 덕분에 버텨냈다. 정말 많이 배려해주셨다. 또 이천까지 찾아와 격려해주신 팬분들의 한마디도 힘이 됐다”라고 인고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홍건희는 지난달 30일 조성환 감독대행의 부름을 받고 서서히 트레이드 복덩이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8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전날 KIA전까지 3경기 연속 무실점에 구원승으로 2승을 챙겼다. 접전 상황에 등판해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는 의미다.
홍건희는 “지금도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프로 선수가 100%일 때만 경기에 나설 수는 없다. 그간 동료들이 연료를 많이 소진한 만큼 이제 내게 남은 것들을 열심히 태워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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