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 잘못 없다” BS에 첫 승 무산됐지만, 후배 감싼 153km 기대주…39년 만에 역사 쓴 날 인성까지 ‘갓벽’했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5.08.17 08: 41

“김택연은 잘못 없다. 4이닝 무실점 투구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우완 기대주 윤태호(22)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4차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갖고 4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55구 역투로 첫 홀드를 수확했다. 팀의 4-3 끝내기 역전승을 뒷받침한 값진 호투였다. 
윤태호는 1-0으로 리드한 3회초 선발 최승용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최승용의 좌측 검지 손톱이 깨지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윤태호가 급하게 몸을 푼 뒤 마운드에 올라 감격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두산은 최승용, KIA는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웠다.5회초 1사 1루에서 두산 윤태호가 두산 김태군을 유격수 땅볼 병살로 처리하며 기뻐하고 있다. 2025.08.16. / jpnews@osen.co.kr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두산은 최승용, KIA는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웠다.3회초 두산 윤태호가 역투하고 있다. 2025.08.16. / jpnews@osen.co.kr

윤태호는 씩씩했다. 작년 우승팀 KIA 강타선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자기의 공을 힘껏 던졌다. 김태군-박민-박찬호를 만난 3회초 삼자범퇴를 시작으로 4회초 1사 후 김선빈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최형우를 10구 끝 루킹 삼진, 패트릭 위즈덤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보냈고, 5회초 선두타자 나성범을 볼넷 출루시킨 상황에서 오선우를 3구 헛스윙 삼진, 김태군을 유격수-2루수-1루수 병살타로 잡는 위기관리능력을 뽐냈다. 
윤태호는 2-0으로 앞선 6회초에도 등판해 선두타자 박민을 3루수 땅볼, 박찬호를 좌익수 뜬공, 김호령을 3구 헛스윙 삼진으로 손쉽게 잡아낸 뒤 7회초 최원준에게 바통을 넘기고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 55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37개(볼 18개)에 달했고, 최고 구속 153km 직구(30개) 아래 슬라이더(21개), 커브(4개)를 적재적소에 곁들여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두산은 최승용, KIA는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웠다.4회 두산 윤태호가 역투하고 있다. 2025.08.16. / jpnews@osen.co.kr
경기 후 만난 윤태호는 “등판을 처음 들었을 때 놀라기도 했고 긴장도 많이 됐다. 자신 있게 내 공만 던진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라며 “기사를 통해 봤을 때는 감독님이 여유로운 상황에 올려주신다고 했는데 타이트한 상황에 갑작스럽게 들어가게 됐다. 다행히 운이 따랐다. KIA에서 나에 대한 데이터가 없을 거라 강점을 살려서 직구 위주로 투구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사실 마운드에서 토할 뻔 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윤태호는 데뷔전부터 대형 사고를 치며 베어스 역대 3번째(리그 22번째) 국내 투수 데뷔전 4+이닝 무실점의 주인공이 됐다. 장호연(1983년 4월 2일 잠실 MBC청룡전, 선발 9이닝 무실점), 박노준(1986년 3월 29일 무등 해태 타이거즈전, 구원 8⅓이닝 무실점)에 이어 무려 39년 만에 역사를 썼다.
윤태호는 “굉장히 큰 영광이다. 두산 베어스의 역대 세 번째 기록에 이름을 남기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두산은 최승용, KIA는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웠다.6회초 2사에서 두산 윤태호가 KIA 김호령을 삼진 처리하며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2025.08.16. / jpnews@osen.co.kr
데뷔 첫 승 무산에 대한 아쉬움도 없었다. 9회초 마무리 김택연이 위즈덤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맞으며 데뷔 첫 승이 날아갔지만,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고, 팀도 9회말 김인태의 대타 끝내기 역전타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윤태호는 “난 괜찮다. 4이닝 무실점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김)택연이 잘못도 없다. 택연이도 최선을 다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온 거라 난 괜찮다”라고 특급 인성까지 뽐냈다. 
윤태호는 인천고를 나와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5라운드 49순위로 뽑힌 우완 기대주. 입단 첫해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육군으로 현역 입대해 병역 의무를 먼저 이행했고, 전역 후 지난해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스프링캠프 도중 이두근 부상을 당해 이천에서 재활에 전념했다. 입단 4년차가 돼서야 1군 데뷔가 이뤄진 이유다. 
윤태호는 “군대 다녀와서 성격도 외향적으로 변했고, 체격도 좋아졌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해 조금 상심이 컸지만, 재활 과정에서 권명철 코치님의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너무 감사했다”라고 지난 3년을 되돌아봤다.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두산은 최승용, KIA는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웠다.6회초 2사에서 두산 윤태호가 KIA 김호령을 삼진 처리하며 기뻐하고 있다. 2025.08.16. / jpnews@osen.co.kr
윤태호는 프로 입단 당시 SSG 랜더스 1차지명된 윤태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쌍둥이 형 윤태현은 입단 첫해 1군 데뷔전을 갖고 3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00(2이닝 2자책)으로 프로의 맛을 본 반면 윤태호는 올해가 돼서야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태호는 “솔직히 형이 입단 첫해 데뷔하는 걸 보고 부러웠다. 형을 보면서 나도 차근차근 내 것을 준비했는데 이제는 내가 형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형은 아직 4이닝 무실점을 해보지 못했다”라고 웃으며 “나중에 형과 마운드에서 맞대결을 하게 된다면 내가 무조건 이기겠다”라고 말했다. 
고대하던 1군 데뷔전에서 4이닝 무실점 호투로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킨 윤태호. 조성환 감독대행은 “윤태호의 배짱 있는 투구를 칭찬하고 싶다. 포수 사인에 고개 한번 흔들지 않고 과감히 던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마운드 운용에 큰 힘이 될 것 같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9회초 역전을 헌납한 두산이 9회말 김인태의 대타 끝내기를 앞세워 연이틀 호랑이를 울렸다.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4차전에서 4-3 역전 끝내기승리를 거뒀다.9위 두산은 7월 20일 인천 SSG 랜더스전 이후 27일 만에 3연승을 달리며 주말 위닝시리즈를 조기 확보했다. 시즌 48승 5무 59패. 반면 3연승 뒤 2연패에 빠진 5위 KIA는 53승 4무 52패가 됐다. 경기를 마치고 두산 윤태호, 김정우가 동료선수들과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5.08.16. /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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