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니 쇼헤이’ 김인태(두산 베어스)는 어떻게 대타만 나오면 메이저리거 부럽지 않은 클러치능력을 매 번 뽐내는 걸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4차전에 대타로 출전해 극적인 끝내기 역전타를 때려냈다.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한 김인태는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강승호의 대타로 타석을 밟았다.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은 9회말 1사 후 김기연이 우전안타, 제이크 케이브가 스트레이트 볼넷, 안재석이 중전안타로 만루 찬스를 만들며 KIA 마무리 정해영을 강판시키자 승부처에 강한 특급 대타 김인태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인태가 상대한 투수는 KIA의 우승 청부사 조상우. 김인태는 초구 볼을 침착하게 지켜본 뒤 2구째 가운데로 몰린 147km 투심을 제대로 받아쳐 우측 깊숙한 곳으로 장타를 날렸다. 타구가 파울 라인 바로 안쪽에 떨어지는 행운이 따랐고, 그 사이 3루주자 김기연, 2루주자 케이브가 연달아 홈을 밟았다. 김인태가 승부를 결정짓는 2타점 끝내기 역전 2루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인태는 “정신없는 9회였다. (김)택연이를 믿었기에 위즈덤에게 홈런을 맞을 줄 몰랐고, 동점이 된 순간 뒤에 내가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뒤에 가면 갈수록 좋은 불펜 투수들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빠른공을 잘 치는 게 중요하다. 마침 초구가 볼이 되는 바람에 더 자신 있게 빠른공을 노렸다. 타구가 라인 안으로 들어온 걸 보는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더그아웃에서 정해영을 보면서 대타를 준비한 김인태. 그러나 투수가 바뀌면서 조상우를 상대하게 됐다.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김인태는 “물론 마운드에 있는 선수를 보면서 대타 준비를 하는 편이지만, 불펜에 누가 있는지도 확인을 한다”라고 답했다.
김인태는 2016년 1군 데뷔 후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타격을 펼쳐 두산의 ‘신 스틸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인태의 통산 대타 기록은 3할7리(163타수 50안타) 8홈런 45타점 31볼넷 OPS .969에 달하며, 올해도 대타 타율 4할을 기록 중이다. 이상하게 선발 통산 타율은 2할2푼8리(918타수 209안타)로 저조한데 교체 타율은 3할5리(210타수 64안타)로 3할대다. 그야말로 승부처 대타에 특화된 타자다.
김인태에게 비결을 묻자 “나도 신기하다”라고 웃으며 “준비는 나름 똑같이 한다고 하는데 뒤쪽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팀에 도움이 돼서 좋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두산은 김인태의 한방에 힘입어 연이틀 KIA를 끝내기승리로 물리치고 3연승을 달렸다. 정규시즌 순위는 여전히 9위에 머물러 있지만, 후반기로 기간을 한정하면 LG 트윈스(19승 5패), 한화 이글스(13승 1무 10패)에 이어 공동 3위(12승 2무 10패)를 달리고 있는 두산이다. 조성환 감독대행 부임과 함께 이상적인 신구조화가 이뤄지면서 후반기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김인태는 “어린 선수들이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가 잘 풀리고 있다. 내가 강승호, 박계범과 중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잘하면서 우리도 더 노력을 하게 된다”라며 “요즘 두산은 쉽게 지지 않는다. 물론 많이 이기는 게 중요하지만, 질 때 쉽게 지지 않아야 좋은 팀이 된다. 두산이 조금씩 그런 컬러가 다시 나오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바라봤다.
조성환 감독대행도 이날 경기의 수훈선수로 김인태를 꼽았다. 조성환 대행은 “김인태가 배팅 카운트에서 자신의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멋진 결승타를 날렸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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