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이닝당 13.7K' 이게 19세 신인 기록이라니…2군 다녀온 뒤 폭풍 성장, 그 뒤에 161승 한화 레전드도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8.17 07: 3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역대급 ‘닥터K’ 투수가 떴다. 신인 파이어볼러 정우주(19)가 2군에 다녀온 뒤 폭풍 성장하며 가공할 만한 탈삼진 능력을 뽐내고 있다. 
정우주는 지난 16일까지 올 시즌 38경기에서 2승3홀드 평균자책점 3.62 WHIP 1.04 피안타율 1할8푼5리를 기록 중이다. 37⅓이닝 동안 삼진 57개 잡아내며 9이닝당 13.74개를 찍고 있다. 올해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 185명 중에서 최고 수치로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SSG·12.99개), 코디 폰세(한화·12.48개)를 능가하는 수치다. 
역대 시즌으로 봐도 엄청난 탈삼진 비율이다.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기준으로 올해 정우주보다 9이닝당 탈삼진이 많은 투수는 2011년 한화 데니 바티스타(15.39개), 2009년 삼성 오승환(14.50개), 2005년 롯데 노장진(14.18개), 2015년 KT 김재윤(14.06개) 등 4명에 불과하다. 

한화 정우주. 2025.08.09 /cej@osen.co.kr

한화 창단 40주년 레거시 유니폼 화보를 함께 촬영한 정민철 해설위원과 정우주. /한화 이글스 제공

정우주의 투구는 2군에 다녀온 뒤 훨씬 더 좋아졌다. 개막부터 81일간 1군 엔트리에 있다 6월11일 휴식 차원에서 2군에 내려간 정우주는 2주간 공을 던지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 던지며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재충전 시간을 갖고 후반기부터 1군에서 재가동된 정우주는 9경기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 중이다. 13이닝 동안 삼진 25개로 9이닝당 무려 17.31개에 달한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16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정우주에 대해 “고교 때 잘 던진 선수들도 매주 6일을 경기해야 하는 프로는 쉽지 않다. 몇 달 지나면 (체력적으로) 힘들어한다”며 “휴식을 취하고 온 뒤 리듬이나 밸런스가 좋아졌다. 2군에 가서 슬라이더 연습도 하고 왔는데 조금조금씩 눈에 보이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화 정우주. 2025.08.09 /cej@osen.co.kr
정우주는 “선배님들이 시작 전 여름이 되면 힘이 많이 떨어질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잘 몰랐다. 체력이 떨어지니 똑같은 힘으로 던져도 맞더라. 2군 가서 휴식에 중점을 뒀고, 변화구 연습도 많이 했다. 저만의 시간이 많아졌고, 2군에 다녀온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직구 평균 분당회전수(RPM)가 2385회로 최상위권인 정우주는 1군 복귀 후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늘었다. 2군에 가기 전 직구 구사 비율이 80%가 넘을 만큼 패턴이 단조로웠고, 아무리 빠르고 힘 있는 공이라도 타자들이 노림수를 갖고 스윙을 돌리면 장타로 이어졌다. 하지만 1군 복귀 후 직구 구사 비율을 71.5%로 낮추는 대신 슬라이더를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슬라이더가 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타자들이 직구만 생각할 수 없게 됐다. 1군 복귀 후 탈삼진 25개 중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잡은 것도 6개나 된다. 
정우주는 “타자 선배님들이 슬라이더를 던질 때 (투구 습관이) 티가 난다고 말씀해주셨다. 2군에서 정우람 코치님께 많이 배웠고, 슬라이더를 던질 때도 직구와 최대한 똑같은 폼으로 던지는 연습을 했다. (채)은성 선배님, (문)현빈이 형이 많이 괜찮아졌다고 해서 자신감을 갖고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정우주. 2025.08.08 /cej@osen.co.kr
보이지 않는 조언자도 있었다. 한화의 영구결번 레전드인 정민철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이다. 통산 161승을 거두며 당대 최고 선발투수로 활약한 정민철 위원은 자신과 같은 우완 강속구 정우주와 개인적으로도 연락하며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민철 위원이 한화 단장에서 물러난 뒤 3년이 흘러 정우주가 입단해 같은 시기를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팀의 대선배로서 프로의 출발선상에 선 정우주를 측면에서 도왔다. 
정우주는 “(시즌 전) 구단 40주년 화보를 정민철 위원님과 같이 촬영했다. 그때 먼저 전화번호를 주셔서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연락을 드리고 있다”며 “이번에 서산에 있을 때도 멘탈적으로 흔들린 부분을 도와주셨다. 변화구 던지는 요령과 노하우, 멘탈을 잡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시즌이 후반으로 향하면서 한화 불펜도 많이 지쳤다.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를 조금 더 중요한 상황에서 쓸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우주는 “기회가 있으니까 잘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기회가 영원한 게 아니기 때문에 매 경기 최대한 잡으려 한다”며 “감독님과 코치님이 관리를 해주셔서 팔에 부담 없고, 체력도 안 떨어진다. 필승조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선배들이 쉬어야 할 타이밍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9회말 2사 2루 한화 투수가 정우주에서 김서현으로 교체되고 있다. 2025.08.08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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