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이 미국 땅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첫 선발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이끌어내며 미국 무대 적응에 청신호를 켰다.
LAFC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폭스버러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MLS 정규리그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을 2-0으로 제압했다. 3경기 연속 무승 늪에서 벗어난 값진 승리였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절묘한 드리블로 수비 두 명을 끌고 간 뒤 왼쪽으로 패스를 내줬다. 교체 투입된 마티외 슈아니에르가 이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쐐기를 박았다. 순간 손흥민은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비록 골은 없었지만 손흥민은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으로 뉴잉글랜드의 수비 라인을 괴롭혔다. 전반에는 중거리 슛과 헤더를 시도하며 직접 골문을 두드렸고, 후반에도 세트피스 상황마다 날카로운 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결국 ‘결정적 장면에 반드시 한 번은 관여한다’는 손흥민의 진가가 MLS 무대에서도 똑같이 증명됐다.
경기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된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매 순간 즐기고 있다. 원정 승리라 더욱 의미가 크다. 이미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짧지만 굵은 발언이었다.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찼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MLS에서도 손흥민은 묵직한 리더십을 드러내고 있다.
스티브 체룬돌로 LAFC 감독은 손흥민의 가치를 분명히 짚었다. “손흥민은 기술, 경험, 축구 지능을 모두 갖춘 선수다. 단순히 플레이만 하는 게 아니라 팀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며 “현재 전력에선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더 효과적이다. 윙어들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곧 손흥민이 LAFC 전술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의 절대적인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듯, LAFC에서도 손흥민은 빠르게 핵심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기 밖에서도 손흥민의 존재감은 폭발적이다. 존 소링턴 LAFC 공동 회장 겸 단장은 “손흥민의 유니폼은 지난주 전 세계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었다”며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손흥민이 이미 미국 스포츠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LAFC 입장에서도 ‘상품성’과 ‘전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영입이 됐다. 실제로 샌디에이고FC와의 홈 데뷔전(31일 예정) 입장권은 최저 300달러(약 41만 원)에서 최고 1500달러(약 208만 원)까지 치솟았다. MLS에서 손흥민이 갖는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증명하는 장면이다.
손흥민은 24일 FC댈러스 원정, 31일 샌디에이고FC와의 홈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특히 홈 데뷔전은 일찌감치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미국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10년 넘게 정상급 활약을 펼쳤던 손흥민이 이제 미국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MLS 1호 도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이는 손흥민이 곧 이 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것이라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아시아 최고 공격수’에서 이제는 ‘MLS의 새로운 얼굴’로. 손흥민의 발걸음은 가볍지만, 그 울림은 이미 미국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