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이 불발된 뒤 흔들림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마음을 다잡은 전진우(26)가 오직 전북 현대의 우승만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전북 현대는 1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6라운드에서 대구FC를 3-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전북은 18승 6무 2패, 승점 60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선두 자리를 굳혔다. 한 경기 덜 치른 2위 대전(승점 42)과 격차는 무려 18점이 됐다. 게다가 지난 3월 강원전 0-1 패배 이후 다섯 달 동안 패배하지 않으며 22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성했다.
이는 전북이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세웠던 K리그 역사상 최다 무패 3위 기록과 동률이다. 이제 전북은 다음 주말 열리는 포항전에서도 패하지 않으면 역대 2위 기록(2011년~2012년 전북·23경기 무패)과도 타이를 이루게 된다. 역대 1위 기록인 33경기 무패(2016년 전북)까지는 아직 11경기가 더 남아있다.
무엇보다 전진우가 오랜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점이 반갑다. 그는 후반 37분 이영재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망을 가르며 7경기 만에 골 맛을 봤다. K리그1 득점 단독 1위 자리를 지키는 골이었다.
최근 유럽 이적이 불발된 마음앓이를 털어내는 득점이기도 했다. 전진우는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웨스트브로미치 앨비언을 포함한 해외 클럽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4년 만의 우승을 꿈꾸는 전북의 사정상 팀에 남게 됐다. 이후 전진우는 6경기에서 공격 포인트가 없었고, 거스 포옛 감독도 "조금 흔들리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 반응"이라고 이해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전진우는 "난 티를 안 내고, 조급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 모든 가까운 사람들이 계속 내게 마음이 너무 힘들어 보이고 조급해 보인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나 이제 앞으로 골 안 넣을래'라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갔다. 이번 경기부턴 골도 안 넣고 팀에만 보탬이 되도록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으로만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좋은 찬스도 하나 놓치긴 했지만, 골을 생각하지 않고 경기장에 들어가서 그런가 찬스가 또 오더라. 결과적으로는 나도 골을 넣고, 팀도 이렇게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어서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전진우는 유럽 진출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가 대표팀 갔을 때 머리가 어지러웠던 것도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전북의 입장도 상황도 있지만, 여러 가지 종합해 봤을 때 멘탈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몸도 아프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진우는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까 그렇게 좋은 기회에서는 어떤 선수는 그냥 안 가겠다고 말하긴 어려울 거다. 포옛 감독님도 말씀하셨듯이 축구 선수의 인생이 정말 긴 게 아니다. 나도 가족이 있고 하다 보니까 누구나 그런 기회에선 마음이 많이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오롯이 전북에만 집중하고 있는 전진우다. 그는 "이제 끝난 상황이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도움 될 게 없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얼마나 잘하냐느가 중요하다. 지금은 생각 안 하려 노력한다"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전진우는 "나도 구단과 감독님이랑 얘기한 부분이 있다. 일단 당장은 이번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집중하고 싶다. 이제는 유럽의 꿈은 잠깐 미뤄두고 얼마나 팀을 위해서 뛸지를 더 많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게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7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전진우. 그는 "감독님의 믿음이 정말 컸다. 내게 계속 좋은 말을 해주셨다. 팀 동료들도 계속해서 나를 좀 더 일으켜 세워주려고 해줬다. 그래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형들 모두 내게 이미 잘하고 있고, 골 안 넣어도 된다고 해주셨다"라며 포옛 감독과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역설적으로 골 욕심을 버리니 골이 따라온 상황. 전진우는 "나도 이젠 아쉬운 마음과 득점 욕심을 접어두고, 조급함도 내려놓고 팀의 승리만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좋은 패스를 찔러준 영재 형한테 너무 감사하다. 형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애초에 나만 봤고, 내게만 공을 주려고 했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물론 전진우는 여전히 유럽 진출에 대한 꿈도 간직하고 있다. 포옛 감독도 "축구선수의 커리어가 얼마나 짧은지 잘 알고 있다. 나도 선수 생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수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얼마나 의미가 큰지 알고 있다"라며 전진우의 유럽 도전을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득점왕이나 MVP 같은 개인 타이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는 전진우다. 그는 "유럽에 못 가서 힘들었던 것처럼 개인 타이틀을 따려고 하다가 경기력이 더 안 나오고, 나중에 안 되면 더 힘들 수 있다. 유럽처럼 지금 당장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득점왕에 대한 마음은 지금 하나도 없다. 당장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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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