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을 정식 감독으로' 목소리 커질까…절망 빠진 9위→후반기 희망찬 2위로. 허슬두+화수분 동반 부활, 어떻게 가능했나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5.08.18 06: 41

절망에 빠졌던 9위 두산 베어스를 희망에 가득 찬 후반기 2위로 올려놓은 조성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감독이 아닌 감독대행 신분이지만, 과감한 리빌딩과 카리스마 리더십을 앞세워 두산 베어스의 강팀 DNA를 깨우고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5차전에서 짜릿한 4-1 역전승을 거두며 파죽의 4연승을 질주했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2연패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인 디펜딩챔피언 KIA와 3연전을 싹쓸이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선발 데뷔전에 나선 ‘입단 6년차’ 제환유가 1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딛고 5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 71구 깜짝 호투를 선보였다. 이어 박신지(1이닝 무실점)-이영하(⅔이닝 무실점)-홍건희(1이닝 무실점)-고효준(⅓이닝 무실점)-김정우(1이닝 1실점)가 뒤를 든든히 지켰고, 고효준이 시즌 2승, 김정우는 통산 첫 세이브를 각각 신고했다. 김정우의 경우 KBO리그 역대 3번째 데뷔 첫 홀드 이튿날 데뷔 첫 세이브를 챙긴 투수가 됐다.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 2025.08.16 / jpnews@osen.co.kr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두산은 최승용, KIA는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웠다.1회말 무사 3루에서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이 오명진의 2루 땅볼에 선제 득점에 성공한 정수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5.08.16. / jpnews@osen.co.kr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에 7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인 타선은 0-1로 뒤진 8회말 기적을 썼다.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강승호의 안타, 양의지의 2루타, 안재석의 고의4구로 맞이한 1사 만루에서 전날 끝내기 영웅 김인태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1-1 동점을 만들었고, 2사 만루에서 등장한 조수행이 우익수 앞으로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때려냈다. 이어 3루 대주자 박계범이 포수 김태군의 2루 송구 실책을 틈 타 쐐기 득점을 올렸다. 
주말 KIA와 홈 3연전이 미라클 그 자체였다. 1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6-5 역전승으로 분위기를 올린 두산은 KIA를 만나 매일 영웅이 바뀌는 ‘토털 베이스볼’을 선보였다. 15일 4-5로 뒤진 9회말 동점 득점에 이어 11회말 돌아온 예비역 안재석이 끝내기 역전포를 쏘아 올렸고, 16일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니 쇼헤이’ 김인태가 극적인 2타점 대타 끝내기 역전타로 기쁨의 물세례를 맞았다. 그리고 마지막 날 올 시즌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도루왕’ 조수행이 2타점 결승타로 설움을 씻어냈다. 
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키움은 메르세데스, 두산은 최민석을 선발로 내세웠다.7회초 2사 주자 1루 두산 양의지가 중견수 뒤 1타점 적시 2루타때 홈을 밟은 이유찬이 덕아웃에서 조성환 감독 대행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5.08.09 / rumi@osen.co.kr
마운드에서는 새 얼굴이 쏟아져 나왔다. 16일 선발 최승용이 손톱이 깨져 2이닝 만에 교체되는 악재가 발생했으나 1군 데뷔전에 나선 윤태호가 4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깜짝 호투를 선보였고, 이튿날 선발 데뷔전이 성사된 제환유가 5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역전승 및 시리즈 스윕을 뒷받침했다. 2년 전 트레이드로 두산에 합류한 김정우의 16일 홀드, 17일 세이브도 값졌다. 외조모상으로 경조 휴가를 떠난 박치국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두산은 17일 역전승으로 3연전 스윕과 함께 시즌 첫 4연승에 성공했다. 여전히 순위는 9위(49승 5무 59패)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10경기 7승 3패 상승세에 힘입어 8위 삼성 라이온즈를 2.5경기 차 추격했고,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공동 5위 KIA, KT 위즈, NC 다이노스와 승차도 5경기로 좁혔다. 후반기로 기간을 한정하면 두산은 LG 트윈스(20승 5패)에 이어 리그 2위(13승 2무 10패)를 질주 중이다. 팀 평균자책점 공동 1위(3.19), 타율 3위(2할6푼7리)다. 
6월 초 자진 사퇴한 이승엽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감독대행은 6월 3일 감독대행 부임 후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6월 한 달을 8승 14패(10위)로 아쉽게 마쳤지만, 7월 10승 2무 8패(4위) 반전을 이뤄내더니 8월 들어서도 8승 6패(3위)로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조 대행이 이끈 55경기 기록은 26승 2무 27패로, 혼란에 빠진 9위를 맡은 감독대행임을 감안했을 때 박수 받아 마땅한 성적이다.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두산은 콜어빈, LG는 에르난데스를 선발로 내세웠다.9회초 1사 주자 1,2루 LG 박관우 타석에서 마운드에 오른 두산 조성환 감독 대행이 김택연과 양의지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 2025.07.25 / rumi@osen.co.kr
조성환 리더십의 핵심은 ‘과감함’이다. 현역 시절 롯데 자이언츠 황금기 캡틴 출신답게 자신만의 기준과 소신을 갖고 선수단을 합리적으로 이끌고 있다. 기존 명성과 연봉에 관계없이 결과를 내는 선수, 기회를 잡은 선수에게 한없이 관대하며, 프로의 품격을 버린 선수,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 황당 실수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선수에게는 그 누구보다 엄격하다. 55경기 동안 그 기준이 한결 같았다는 게 포인트다. 
실제로 조 대행은 부임과 함께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 등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들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명진, 박준순, 이유찬, 김동준, 여동건 등 어린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신구조화 및 경쟁을 유도했고, 그 결과 두산은 현재 2루수 오명진, 유격수 이유찬, 3루수 박준순이라는 향후 10년 주전을 대거 발굴했다. 지난달 전역한 예비역 안재석이 KIA 시리즈에서 맹활약하며 경쟁 구도까지 형성된 상황이다. 
마운드의 신구 조화도 눈에 띈다. 전반기 부진과 승리 불운에 시달린 베테랑 최원준을 불펜으로 보내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뒤 루키 최민석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켰는데 그 결과 곽빈, 최승용, 최민석의 전도유망한 토종 트리오가 구축됐다. 열심히 달려온 최민석에게 휴식을 부여한 뒤 선발 경험이 없는 제환유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최승용이 손톱 부상으로 내려가자 작년 교육리그에서 잠재력을 뽐낸 윤태호를 1군에 데뷔시키는 과감한 선수 운영도 인상적이었다. 
두산이 홈런 5방을 앞세워 독수리군단의 11연승을 저지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1차전에서 13-2 대승을 거뒀다.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5.07.23 /cej@osen.co.kr
그렇다고 마냥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다. 경기 도중 선수가 프로에 걸맞지 않는 실책을 범하면 곧바로 문책성 교체로 책임을 묻는다. 베테랑, 신예할 것 없이 부진이 지속되면 과감하게 이천행을 통보한다. 78억 FA 양석환은 방황을 거듭하면서 아직도 이천에 있다. 지금 두산 1군 엔트리는 경기 출전이 절실하고 승리에 목말라 있는 선수 위주로 구성돼 있다. 불과 2개월 반 만에 허슬두와 화수분이 동시에 부활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조 대행의 과감한 세대교체가 감독대행 신분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에 비해 성적 압박이 덜하고, 두산은 지금 가을야구를 위해 순위싸움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프로는 승패가 가치를 좌우하는 법. 감독대행은 잠시 팀의 혼란을 수습하고자 봉사를 하는 자리도 아니다. 정식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성적이 어느 정도 나야하며, 감독대행이라면 누구나 정식 감독을 꿈꾼다. 그렇기에 조 대행의 세대교체가 더 주목을 받는다. 이름값 있는 선수를 쓰면서 안정을 도모하기보다 신구조화를 제1가치로 삼으면서 자신보다 두산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두산이 홈런 5방을 앞세워 독수리군단의 11연승을 저지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1차전에서 13-2 대승을 거뒀다.조성환 감독대행이 최민석과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5.07.23 /cej@osen.co.kr
또 하나. 조 대행은 KIA 3연전을 독식한 뒤 이례적으로 퓨처스리그 코칭스태프를 언급했다. 1군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건 감독대행이지만, 이들이 1군에 올라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2군 스태프와 프런트를 챙기는 살뜰함을 보였다. 조 대행은 “이번 3연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선수들의 공이 컸다. 타이트한 경기가 연속인데 그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해줬다. 세밀하게 지도해주신 2군 코칭스태프와 전력파트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조 대행은 사령탑 부임 전까지 두산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로 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자 데뷔 첫해인 2018년부터 2020년, 그리고 2023년부터 올해까지 두산 1군 수비코치, QC코치, 수석코치 등 다양한 핵심 보직을 맡아 왕조가 끝난 뒤 두산을 이끌어야할 선수들을 지도했다. 이에 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로 낙점됐고, 예상대로 1, 2군 뎁스를 폭넓게 활용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조 대행이 늘 언급하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경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새 사령탑을 굳이 구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다.이날 두산은 최민석, 한화는 황준서를 선발로 내세웠다.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이 선수단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5.07.23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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