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31년 연기인생을 되짚어봤다.
19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는 배우 정영주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정영주는 처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돌이켜 봤다. 그는 "뮤지컬 배우가 되려고 했던게 아니라 전철역 전단지 붙이는 남자 옆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TV나오는 연예인은 아닌데 어디가면 저런남자 만나나. 그 사람이 뭘 붙이고 있나 해서 가서 봤더니 배우학교 단원모집 포스터였다. 처음엔 관심 없으니 이런거 붙이는 남자는 저런데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는데 그날 밤새 꿈에 그게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음날 갔더니 포스터 반이 뜯겨있더라. 다행히 번호 있어서 여기 가려면 어떻게 하냐고 전화했더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춤 노래 연기 능력 있으면 되고 편한 복장으로 오라'고 심플하게 얘기하더라. '이상한데 아니야?'하고 반신반의하면서 갔는데 있더라. 엉겁결에 오디션 보고 붙어서 엉겁결에 트레이닝 시작하게 돼서 지금까지 31년동안 뮤지컬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전단지를 붙였던 인물은 '명성황후' 뮤지컬에서 대원군 역할로 활약한 서영주 배우라고. 엄지인 아나운서는 "신기하다. 아무리 전단지 붙이는 오빠가 멋있어도 춤노래 연기에 재능 있어야한다고 했지 않나. 원래 가진게 많았나보다"라고 놀랐고, 정영주는 "겁이 없었다. 춤은 에어로빅 강사 시절 있어서 발차기 몇번 보여주면 되겠지. 노래는 성가대 했으니까. 연기는 몰라 배째 이 마음이었다. 배짱으로 간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그의 꿈은 세계일주였다고. 정영주는 "그닥 뭐가 돼야지 하는 꿈이 어릴때 저에게는 매력이 없었다. 일단 세계일주 가고싶단 생각에 아르바이트 열심히 했다. 에어로빅 강사, 과수원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유소는 기본이었고 물류창고가 그때는 냉동물류창고였다. 냉동창고에서 일하니 살빠지더라. 너무 좋았다. 근데 그때 뿐이다. 다시 요요온다. 그다음에 박스 접는거 했다"고 설명했다. 엄지인 아나운서는 "세계일주 가셨냐"고 궁금해 했고, 정영주는 "많이 못갔다. 가긴 갔다. 유럽 5개국 갔다. 많이 못갔지만 20대 초반에 갔던게 지금까지도 자양분"이라고 말했다.
박철규 아나운서는 "평소 여러 경험 하셔서 그게 자양분 돼서 연기하실때도 녹아나는게 아닐까"라고 말했고, 정영주는 "경험이라는게 배우한테 엄청 중요한 소재다. 다양한 군상의 사람을 만나는것만큼 연기에 도움되는 일이 없더라. 그걸 하려고 알바한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제 인생에 연기생활에 큰 도움 됐다. 처세도 그 시절에 알았던 것 같다. 세상사람들이 이런사람 있고 저런사람 있고 이런상황 저런 상황이 있구나 하는걸 그때 일찍 맛봐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이에 부모님의 걱정은 없었는지 묻자 정영주는 "사실 방목형이긴 하다. 하고싶은거 다해봐라, 경험해봐라 하시긴 하는데 한동안 개그프로 중에 '너 커서 뭐 될래'가 유행이었지 않나. 그 대사 들으면 뜨끔했다. 제일 많이 들은 말이라. 방목형이라 그런지 갔다왔다 하면 그래? 잘 했어. 이렇게 봐줬다. 그런데 어릴때 호기심 천국이라 뭘 하나 해서 마무리 하면 다음걸로 넘어간다. 어른눈엔 끈기가 없다고 보인것 같다. 새로운거에 도전하는건데 단기니까 커서 뭐될래, 저렇게 끈기 없어서 뭐 할래 하셨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합격했을때도 말을 못했다고. 정영주는 "아예 말 못하고 조용히 다녔다. 아버지가 반대하셨다. 아무것도 못 보여드렸다. 그 시절 어르신들은 딴따라라 생각해서 트레이닝 하고 첫 작품에 오디션 합격하고 나서 드디어 무대 서게 됐을때 엄마한테만 얘기했다. 아버지는 '명성황후'가 브로드웨이 공연 갈때 말씀드렸더니 공연은 같이 못갔는데 공항에 마중나와주셔서 기운 주신다고 뭘 한마디 하셨는데 내내 여지껏 놀림 받는다. 안동모시를 빼입으시고 배우들 보딩 하려고 들어가는데 부채까지 들고 오셔서 '국위선양을 하고 오시오!'라고 하셨다"며 "저는 고개 돌리고 있었고 나머지 배우들이 제 아버지니까 자기 아버지 대하는것처럼 '아버님 다녀오겠습니다' 했다. 비행기 타면서 '저럴거면서 왜 반대했어' 투덜거렸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뮤지컬 활동을 하던 중 성대 파열로 깊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고. 정영주는 "꿈을 버려야하냐, 바꿔야하나, 무대 못 서는건가 생각들정도였다. 공연 중에 그렇게 됐다. 공연 중 역할이 많이 웃는 캐릭터였다. 주책바가지 아줌마라 많이 웃고 소리 엄청 지르고 시끄러운 캐릭터였는데 감기 끝물에 공연이 오픈돼서 들어갔다. 공연을 4개월 해야 했고 더블캐스트인데 공연중에 이쑤시개같은게 부러지는 느낌이 목에서 나더라. 그 공연이 2시간 동안 퇴장이 없다. 퇴장하면 문 뒤에서 옷갈아입기 바빠서 쉬는시간 없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공연중 노래가 안나와서 병원에 갔더니 파열이라고 해서 이어붙이는 힘든 수술 했다. 이어붙이니 목발처럼 성대 한쪽이 짧아져서 절름발이 근육 모양이 된 거다. 말도 하지말라고 해서 4개월간 약만 먹고. 우울증 앓고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공연을) 마무리 못했다는 생각에 우울 왔고 이제 노래 못하나 목을 못쓰냐 이런 생각 들어서. 목쟁이한테 목 못쓰면 세상 무너지는것 같지 않나. 감기 조금만 들어도 걱정되는데. 그때 조금 많이 힘들어서 우울증 약 먹고 주변에 상담도 받아보려 했다. 가족도 최대한 저를 안건드리려 했었다. 아들이 그때 6~7살 정도 됐는데 어느날 꼬질꼬질한 행주 갖고와서 눈꼽 떼주면서 '엄마 세수 안했지'하는데 망치로 맞은것 같더라. 정신차리니 집 꼴이 말도 안돼서 그날 정신 차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대청소 시작했다. 처음으로 아들 데리고 시장바구니 들고밖으로 나왔다. 장보고 집와서 밥 차려주고 같이 목욕하고 장난감으로 같이 놀다가 재울려 누웠는데 자장가 불러달라더라. 처음으로 말을 했다. 노래가 안나온다. 공기소리만 나오는데 그 노래 듣고 6살 밖에 안된 아들이 목 끌어안으면서 '엄마 사랑해'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고 밝혀 뭉클함을 안겼다.
특히 정영주는 뮤지컬 뿐만아니라 애니메이션 더빙만 400편을 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가장 최근건 '인어공주' 했다. '겨울왕국', '모아나', '레고 더 무비', '슈렉' 등을 했다. 한동안 성우하고 옵티컬로 보통 노래는 뮤지컬 배우, 성우는 전문성우가 했다. 요즘은 그게 바뀌어서 노래하고 대사 같이 하는걸로 바뀌어서 대사도 같이 했다"라고 밝혔다.
뮤지컬보다 먼저 애니메이션 더빙을 시작했다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광고 CM목소리 구한다 해서 오디션 봤는데 돼버렸다. 처음 카드사 백화점 통신사 이런거. 다음에 구두, 캐주얼복 이런 광고가 엄청 나오던 시절이라 그런거 했다. 그러다 오디션 떴는데 애니메이션 노래 더빙이라더라. 인어공주가 제일 먼저였다. 1992년. 그때도 우르술라로 오디션을 봤는데 똑 떨어졌다. 박정자 선생님이 하셨다. '감히 제가 어디다 명함을' 이러고 왔는데 30년만에 리메이크 돼서 실사판으로 만들어 진다더라. 그때 또 오디션을 엄청 준비했다. 너무 하고 싶어서"라고 열정을 드러냈다.
현재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는 그는 "많은 분들이 와서 봐주셔서 요새 뭐가 신나나면 관객 연령대가 3대가 온다. 너무 반갑다. 한때는 특정 연령층의 기호가 있었는데 이제 가족단위가 오는 공연 되니 너무 반갑다"며 "거기서 도로시 브록이라고 왕년에 잘나가는 스타였는데 쇼뮤지컬에서 드라마 뮤지컬로 옮겨오는 과도기를 견디지 못해 10년 공백 있던 캐릭터를 맡았다. 10년만에 멋진 스폰서 팔짱 끼고 등장하는 캐릭터다. 2시간 반동안 공연 안에서 한 캐릭터가 성장하는게 나온다. 9월 14일까지 공연한다. 샤롯데극장에서 한다. 어서 오시라"라고 깨알 홍보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정영주는 "배우 정영주에게 연기 인생을 열어준 사람은 개그맨 심형래라는 말이 있다"라는 질문에 "뮤지컬 트레이닝 받기 시작할때 같이 트레이닝 받았던 성악을 전공하는 언니가 있었다. 영화출연 하게 됐는데 역할이 조폭 두목 서열 2위라더라. 부두목이다. 이 언니는 정말 아담하고 항상 원피스 입는 공주같은 이미지인데 조폭 두목 역할이 안 어울리지 않나. 제가 마침 알바할때 코디네이터 시절이 있었다. 도와달라 해서 동대문시장 다니며 의상 구입해서 현장에서 따라다녀주면서 도와줬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언니가 키가 작아서 카메라 앵글에 두목하고 부두목이 한프레임에 안 잡히더라. 그때 심형래 감독님이 감독님 하시고 촬영 감독님이 같이 있었는데 당대 유명한 무술감독 출신이다. 저를 부르시더라. 한번 돌아보라고 해서 360도 돌았다. 마침 입고있던게 블랙진에 가죽조끼였다. '네가 해'라고 해서 뭘 하냐 했더니 넘버3 역할 하라고. 이거 나오면 아버지한테 머리뜯겨 죽는다고 했다. 아저씨가 '너희 아버지가 심형래 영화를 보시곘냐?'라고 하시더라. 그말믿고 엉겁결에 했다"라고 엉겁결에 영화에 출연하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서구적인 몸매때문에 한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그는 "제가 2차성징이 늦됐다. 고1때였다. 준비가 안된거였다. 그전까지는 남자애같았다. 골반도 없고 가슴도 없고 남자애같은 느낌이다 갑자기 2차성징이 와서 저랑 엄마 동시에 당황했다"며 "오빠들이 저를 이름으로 부른적 거의 없었다. '뚱땡이', '꽃돼지' 이렇게 불렀다. 체격 자체가 튼튼하고 커서 그시절에 배우 하겠다는 사람들 중에선 쉽지 않은 체격이었다"라고 놀림을 받았던 기억을 전했다.
하지만 "감사한건 그때 덕에 지금 신나는 별명 얻었다. 여자 마동석이라고. 그 덕에 그런 캐릭터 얻어서 하고싶은 액션도 신나게 해서 감사하다. 제가 제 입으로 말했다. 캐릭터 뭐하고싶냐 인터뷰 받으면 액션 관심있다, 움직임 자신 있어서 여자 마동석 캐릭터 있을법 하지 않냐, 나올때 되지 않았냐 얘기했다"라고 오히려 현재는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철규 아나운서는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냐. 언제가 인생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하냐"고 물었고, 정영주는 "지금"이라고 즉답했다. 그는 "이만큼 달려와서 보니까 그때그때가 다 좋았는데 지금이 가장 제일 열심히 하고 있는 때다. 제일 반짝반짝할 때라 생각 든다. 물론 젊었을때 통통 튀고 이런것도 있었는데 지금이 제일 화양연화라 생각 들어서 매일이 좋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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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