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깜짝 선발 카드를 꺼냈다. 원래 같으면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야 할 순서에 불펜투수 조동욱이 선발로 출격한다.
한화는 20일 대전 두산전 선발투수로 좌완 조동욱을 예고했다. 19일 선발 라이언 와이스 다음 순번이 류현진이지만 뒤로 미루고 조동욱을 투입한다. 류현진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선발 순서가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는 최근 선발진에 변수가 연이어 발생했다. 문동주가 지난 16일 창원 NC전에서 최정원의 강습 타구에 오른팔 전완부를 맞고 교체된 것이 시작이었다. 엑스레이 검진 결과 특이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팔이 부어올라 하루이틀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공을 던지는 오른팔이라 조심스러웠고, 결국 관리 차원에서 문동주는 19일 1군 엔트리 말소됐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조금 쉬어야 한다. 준비를 더 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와서 한 턴 지나 다음 턴에 준비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7일자로 부상자 명단에 소급될 예정인 문동주는 빠르면 27일 고척 키움전부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하다.
설상가상 1선발 코디 폰세도 감기에 설사 증세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19일 두산전 등판이 불발됐다. 김경문 감독은 “본인이 설사 약 먹는 것을 안 좋아한다. 하루이틀 정도 (등판을) 늦춰줘야 한다”고 했다. 몸을 추스르고, 선발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루틴을 감안하면 빨라야 주말 대전 SSG전에 복귀할 수 있다.

핵심 선발 2명이 큰 부상은 아니지만 동시에 로테이션에서 빠지게 됨에 따라 한화는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선발 순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정석대로 돌렸던 김경문 감독이지만 거듭된 변수 속에 어쩔 수 없이 바꿨다.
류현진이 나설 차례인 20일 두산전에 조동욱이 선발로 나서는 것은 사실상 고육책으로 봐야 한다. 예정대로 류현진이 20일 던지고, 폰세의 22일 대전 SSG전 등판이 어렵다면 21일 두산전, 22일 SSG전에 조동욱과 황준서가 각각 선발로 던져야 한다. 대체 선발인 조동욱과 5선발 황준서의 이닝 소화력을 감안하면 둘이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왔을 때 불펜 소모를 피할 수 없다.
두 투수 사이에 류현진을 써야 그나마 불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가뜩이나 8월 들어 불펜 전체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화로선 어쩔 수 없이 류현진의 등판을 하루 늦춰야 했다. 19일 두산전을 이겼더라면 20일 경기에 그나마 부담이 덜할 수 있지만 불가피하게 3연패 중에 조동욱이 선발로 나서게 됐다.

올 시즌 전천후 투수로 나서고 있는 조동욱은 53경기(46⅔이닝) 2승2패2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56 탈삼진 29개를 기록 중이다. 선발 등판도 1경기 있는데 바로 두산전이었다. 류현진의 내전근 부상에 따른 대체 선발로 지난 6월11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조동욱은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당시 투구수 65개로 5이닝을 던졌다.
그로부터 70일 만에 다시 두산 상대로 선발 등판한다. 좋은 기억이 있지만 그때처럼 긴 이닝 투구는 어려워 보인다. 당시에는 5일 쉬고 선발로 던질 준비를 했지만 이번에는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 지난 16~17일 창원 NC전에서 각각 1이닝 15구, 1⅔이닝 31구를 던진 뒤 이틀 쉬고 선발로 출격한다. 사실상 오프너로 불펜 데이가 예상된다. 19일 두산전에서 선발 와이스가 7이닝을 던진 한화는 한승혁, 김서현을 빼고 나머지 불펜을 모두 아껴놓았다. 롱릴리프로 던질 수 있는 베테랑 이태양도 19일 1군에 올라왔다.
5연승 이후 다시 3연패에 빠진 2위 한화는 1위 LG와 격차가 3경기로 다시 벌어졌다. 선발 두 자리에 변수가 생긴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되는 분위기다. 김경문 감독은 “투수들이 힘드니까 야수들이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어려운 고비는 선수들과 마음을 모아야 이겨낼 수 있다. 어려울 때 좋은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겠나.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선수들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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