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불쌍한 수준이다. 토트넘 홋스퍼가 공들여 영입하려던 에베레치 에제(27, 크리스탈 팰리스)를 한순간에 빼앗기게 됐다. 그것도 다른 팀도 아닌 '북런던 라이벌' 아스날에 말이다.
영국 '스탠다드'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아스날은 에제 영입에 대해 팰리스와 6800만 파운드(약 1278억 원) 규모로 원칙적 합의를 마쳤다. 개인 합의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보도했다.
'BBC'와 '디 애슬레틱', '스카이 스포츠' 등 영국 현지 유력지들에 따르면 에제는 아스날행에 동의했다. 아스날이 카이 하베르츠의 부상으로 에제 협상에 뛰어들었고, 팰리스 측과 이적 조건을 논의 중이다. 기본 이적료 6000만 파운드(약 1130억 원)에 보너스 750만 파운드(약 141억 원)를 제시하면서 이미 스티브 패리쉬 팰리스 회장의 승낙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건 선수 본인의 의지. 에제는 언제 토트넘과 개인 합의를 마쳤냐는 듯 곧바로 아스날로 눈을 돌렸다. 그는 어릴 적 유스팀에서 뛰다가 방출당했던 아스날 이적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토트넘은 팰리스와 10일간 협상을 진행해 조건부 합의에 이르렀다. 토트넘은 보장액 5500만 파운드(약 1033억 원)에 보너스 500만 파운드(약 94억 원)를 제시해 팰리스의 승낙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히샬리송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꺼내 들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도 에제의 토트넘행을 점쳤다. 그는 지난 19일 "오늘 레비 회장과 스티브 패리쉬 팰리스 회장이 직접 만나 협상했다. 따라서 에제의 이적 확률이 높아졌다. 85% 정도"라며 "곧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에제 역시 토트넘 유니폼을 입길 원했다. 로마노는 "에제는 토트넘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를 뛰고 싶어 하며 토트넘과 합의에 도달하고 싶어 한다. 그는 팰리스에서 두 차례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이제는 떠나고 싶다고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에게도 말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순간에 모든 게 없던 일이 됐다. BBC는 "토트넘은 수요일 에제를 위한 레드 카펫을 펼칠 준비가 돼 있었고, 사실상 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다음 아스날이 하베르츠의 무릎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검사했고, 예상과 달리 임대로 값싼 대안을 찾는 대신 파격적인 쿠데타로 에제를 낚아챘다"라고 설명했다.

스카이 스포츠도 "아스날은 에제를 하이재킹했다. 토트넘은 지난 수요일 에제와 계약이 체결됐다고 생각했지만, 아스날이 다시 관심을 보이면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라며 "토트넘은 에제 영입이 확실시됐지만, 그는 어릴 적 뛰었던 아스날로 향한다. 역대급 이적시장인 이번 시즌의 또 다른 드라마틱한 사건의 전말은 뭘까? 토트넘은 어떻게 그렇게 늦게 에제를 놓쳤을까?"라고 주목했다.
카베 숄헤콜 수석기자는 토트넘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그는 "토트넘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정심을 느낀다. 이건 '풋볼 매니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토트넘이 어려운 상황일 때 그들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 토트넘 보드진의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라며 "내 생각에 그들은 에제를 데려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숄헤콜은 "많은 토트넘 팬들이 금요일 전에 에제의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하지 않은 이유를 묻고 있다. 어쩌면 선수가 늑장을 부렸을 수도 있다. 선수가 자신의 선택지를 열어두었을 수 있다"라고 짚었다.
끝으로 그는 "토트넘 팬들은 매우 화가 나 있고, 다니엘 레비 회장과 보드진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이적 시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궁극적으로 에제는 아스날 팬이고, 가족 모두가 아스날을 응원한다.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는 13살에 방출될 때까지 아스날에서 뛰었다"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토트넘으로선 에제의 6800만 파운드짜리 바이아웃 조항을 일찍 발동하지 않은 게 패착이 된 셈. 숄헤콜은 "바이아웃 금액을 한 번에 지불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토트넘은 더 나은 조건을 얻기 위해 에제의 바이아웃 조항이 만료될 때까지 기다렸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에제의 영입 실패는 토트넘에 큰 타격이라는 점이다. 토트넘은 올여름 이미 모건 깁스화이트 영입도 막판에 무산됐고, 기존 자원들도 대거 이탈했다. 손흥민이 10년 만에 팀을 떠났으며 제임스 매디슨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게다가 데얀 쿨루셉스키도 장기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시작부터 완전히 꼬여버린 토트넘. 당연히 토트넘은 충격에 휩싸였다. BBC에 따르면 토트넘 관계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스날 아카데미 출신인 그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체도 "아스날의 가차없는 에제 하이재킹은 토트넘을 충격에 빠뜨렸다"라고 짚었다.
일단 토트넘은 남은 열흘 동안 다른 대안을 찾아나설 예정이다. 스카이 스포츠는 "토트넘은 이적시장 마감일을 앞두고 10번 미드필더, 윙어, 센터백 영입을 원한다. 타일러 디블링 영입설이 나오고 있고, 모나코의 마그네스 아클리우슈에게도 관심이 있다. 토트넘은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이며 깁스화이트와 에제를 비슷한 액수로 놓친 뒤 6000만 파운드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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