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황희찬(29, 울버햄튼 원더러스)이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새 출발에 나설 수 있을까.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는 소식이다.
영국 '익스프레스 앤 스타'의 울버햄튼 담당 기자 리암 킨은 21일(한국시간) "울버햄튼과 팰리스는 현재 황희찬의 잠재적인 이적에 대해 협상 중이다. 팰리스는 임대료 100만 파운드(약 19억 원)와 1200만 파운드(약 225억 원)의 완전 이적 옵션을 제시하며 임대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울버햄튼은 여기에 추가 조건을 내걸었다. 특정 조건이 충족될 시 황희찬의 완전 이적 옵션이 의무적으로 적용되길 바라고 있는 것.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선호하고 있기에 팰리스만 의무 영입 조항을 받아들인다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울버햄튼의 주전 공격수인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의 거취가 황희찬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193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그는 리그 14골 4도움을 터트리며 울버햄튼 역사상 데뷔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 스트란 라르센은 알렉산더 이삭의 대체자를 찾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삭이 리버풀 이적을 요청하며 태업을 선언했기 때문. 뉴캐슬은 스트란 라르센의 몸값으로 6000만 파운드(약 1128억 원) 이상의 금액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버햄튼은 그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만약 그를 내주게 된다면 황희찬을 남기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현재 황희찬은 팰리스 임대 가능성이 떠올랐다. 앞서 '디 애슬레틱' 소속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는 "토트넘이 에베레치 에제 영입을 위해 팰리스와 협상 중이다. 팰리스는 대체 선수를 물색 중이며 이와는 별개로 황희찬을 타깃으로 삼았다. 에디 은케티아의 부상으로 스트라이커 영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적시장 마감을 열흘 정도 앞두고 바삐 움직이고 있는 팰리스다. 토트넘행에 근접했으나 아스날이 하이재킹한 에제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2002년생 윙어 흐리스토스 졸리스(클럽 브뤼헤)와 2004년생 빌랄 엘 카누스(레스터 시티)를 노리고 있다. 이미 두 클럽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팰리스는 한국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 임대 영입까지 추진 중이다. 은케티아가 부상으로 3달 가까이 결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급하게 공격진 보강에 나선 것. 아울러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오드손 에두아르의 매각까지 염두에 둔 영입 시도다.
디 애슬레틱은 "팰리스가 원하는 또 다른 선수는 울버햄튼의 공격수 황희찬이다. 이는 이는 에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게 아니다. 특히 은케티아가 부상으로 결장하는 상황에서 공격진의 뎁스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황희찬 영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팰리스는 그들의 프리미어리그 동료인 울버햄튼과 논의 중이며 타협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희찬으로서도 4년간 몸담았던 울버햄튼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설 적기일 수 있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울버햄튼에서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기 때문.
황희찬은 지난 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지난해 울버햄튼과 2028년까지 장기 재계약을 맺었지만, 시즌 중도 부임한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으로부터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지난 시즌 반복된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프리미어리그 2골에 그친 탓이다.
페레이라 감독은 이미 공개적으로 황희찬에게 기회를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심지어는 대놓고 이적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감독은 "황희찬에게 주전 자리를 보장할 수 없다. 떠나고 싶다면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사실상 떠나라고 권유하는 메시지였다.
이 때문에 황희찬은 방출 대상으로 떠올랐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버밍엄 시티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희찬은 챔피언십에서 뛰길 꺼리기 때문에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팰리스라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팰리스는 올 시즌 유럽대항전에서도 나선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축구연맹(UEFA) 컨퍼런스리그(UECL) 진출 자격을 얻었다. 원래는 UEFA 유로파리그에 나설 수 있었지만, 구단주 공동 소유 문제로 UECL로 내려앉았다. 최근엔 리버풀을 꺾고 커뮤니티 실드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기도 했다.
팰리스가 황희찬 임대를 추진 중인 데는 맷 홉스 스포츠 디렉터의 몫이 크다. 그는 과거 울버햄튼에서 황희찬을 영입했던 주인공으로 올여름 울버햄튼을 떠난 뒤 팰리스 부임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팰리스에서도 황희찬과 인연을 이어가려 하고 있는 것.
팰리스 소식에 능통한 바비 만지 기자는 "홉스 디렉터는 지난 몇 주간 스티브 패리시 팰리스 회장과 대화를 나눠왔다. 지난 6월 울버햄튼과 작별한 뒤 팰리스에 부임할 예정"이라며 "홉스 디렉터는 2021년 황희찬을 울버햄튼에 임대로 영입한 인물이며 팰리스 공격진을 강화할 옵션으로 황희찬을 고려 중이다. 은케티아의 공백을 메우고 에두아르의 이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전했다.
황희찬은 내년 여름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앞두고 있기에 출전 시간 확보가 더욱 절실하다. 팰리스에서도 주전으로 기용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울버햄튼에서보단 많은 기회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황희찬은 올여름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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