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행이 독이 아니라 약이었다. 김민재(29, 바이에른 뮌헨)가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교체 투입돼 ‘괴물 수비수’의 존재감을 폭발시켰다.
바이에른은 23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분데스리가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RB 라이프치히를 6-0으로 격파했다.
전반부터 올리세와 디아스가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압도적 기세를 올렸고, 후반엔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이 완성됐다.
김민재는 후반 23분, 팀이 이미 4-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요나탄 타와 교체돼 투입됐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조커가 아니었다.
벤치서 나온 김민재는 후반 33분, 라이프치히의 전진 패스를 차단한 뒤 곧장 폭발적인 드리블을 시작했다. 무려 세 명의 수비수를 따돌리며 하프라인을 돌파했고,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케인에게 절묘한 패스를 내줬다. 케인은 곧바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순간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뒤집혔다. 득점 주인공은 케인이었지만, 그 출발점은 ‘마라도나식 드리블’을 선보인 김민재였다. 수비수라고 보기 믿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인 돌파와 공격 가담을 통해서 그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짧은 출전이었지만 임팩트는 강렬했다. 김민재는 21차례 패스를 모두 성공시키며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단단한 수비뿐 아니라 공격 전개와 빌드업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한 타는 “김민재가 미친 드리블을 보여줬다. 마치 마라도나 같았다”며 “우린 모두 함께 기뻐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실 김민재는 이번 여름부터 불안한 입지 논란에 휘말렸다. 새 감독 체제에서 주전 보장이 어렵다는 평가 속에 슈퍼컵 슈투트가르트전에서도 교체로만 출전했다. 하지만 연속 교체 투입 기회를 잡은 그는 이를 ‘능력 증명 무대’로 바꿔냈다.
수비수임에도 직접 공격을 창출하며, “벤치 멤버로 묶어두기엔 아까운 선수”라는 확신을 다시 심어준 것이다.
개막전에서 케인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했다. 루이스 디아스의 도움을 받아 두 차례 골을 넣었고, 마지막은 김민재의 도움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바이에른 팬들에게 진짜 ‘숨은 주인공’은 김민재였다. 10분 남짓한 출전이었지만,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결국 벤치행이 약이 됐다. 컨디션을 회복한 김민재는 짧은 출전에도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남은 건 주전 복귀다. 연속 출전과 공격포인트로 입지를 끌어올린 김민재가 다시 뮌헨 수비 라인의 중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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