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을 떠나보낸 토트넘 홋스퍼가 다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엔 파리 생제르맹(PSG)의 미드필더 이강인(24)이 ‘손흥민 후계자’로 북런던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영국 현지 매체 ‘풋볼 트랜스퍼스’는 23일(한국시간)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의 에베레치 에제 영입에 실패한 뒤, PSG 소속 이강인을 최우선 타깃으로 정했다. 이적료는 약 5000만 유로(약 811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내내 에제에 집착했다. 제임스 매디슨이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에 몰리고, 데얀 쿨루셉스키까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상황. 플레이메이커 자원은 절실했다.
하지만 토트넘이 전력을 다했음에도 최종 승자는 아스날이었다. 무려 7800만 유로(약 1266억 원)를 쏟아부은 아스날은 결국 에제를 품에 안았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짓밟힌, 치욕적인 결과였다.


이제 토트넘은 플랜B로 시선을 돌렸다. 영국 이적시장 전문가 던컨 캐슬은 팟캐스트 ‘더 트랜스퍼스’에서 “토트넘은 모건 깁스-화이트, 에제 모두 실패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두 명뿐이다. PSG의 이강인, 그리고 AS 모나코의 마그네스 아클리우슈다. 하지만 모나코는 아클리우슈 이적료로 7000만 유로를 요구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토트넘의 선택은 이강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건 이번 영입 추진이 단순히 전력 보강 차원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손흥민이 MLS로 이적하면서 토트넘은 아시아 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폼 판매, 스폰서십, 팬덤까지, 손흥민이 만들어왔던 브랜드 가치는 막대한 자산이었다.
‘풋볼 트랜스퍼스’는 “다니엘 레비 회장은 손흥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한국 스타를 원한다. 전력과 마케팅,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석이조의 카드가 이강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PSG다. PSG는 이강인을 2023년 여름 2200만 유로에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 슈퍼컵 결승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골과 승부차기 키커 성공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그 가치를 제대로 입증했다. 최근 리그 개막전부터 연속 출전하며 입지도 회복 중이다. 프랑스 ‘레퀴프’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멀티 포지션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스쿼드 뎁스를 완성하는 핵심 카드”라고 전했다.

그러나 ‘레퀴프’는 단서를 달았다. “PSG는 이강인을 반드시 지켜야 할 선수로 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 온다면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 단, 대체자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토트넘이 충분히 큰 금액과 설득을 내놓는다면 협상 테이블은 언제든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강인 본인에게도 고민의 시점이다. 단순히 PSG의 한 자원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후계자로 완전한 주전을 보장받는 새로운 도전을 택할 것인가. 지난 시즌 후반기 그는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초반 37경기를 소화하며 커리어 하이를 예고했지만, 1월 합류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유망주 데지레 두에의 약진으로 기회는 급격히 줄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의 출전은 고작 리버풀전 19분에 그쳤다. 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도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슈퍼컵 활약은 반짝이었지만, 리그에서는 다시 벤치로 밀려나는 모순을 겪고 있다. 이강인에게 있어 벤치 생활의 반복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시나리오다.


2026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지금, 주전 보장이 가능한 무대에서 뛰어야만 한다. 그런 상황에서 토트넘은 ‘손흥민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이강인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손흥민의 공백을 그대로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점에서, 북런던의 절박함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PSG와 토트넘, 그리고 이강인 본인까지.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은 여전하다. 토트넘이 PSG의 요구액 5000만 유로를 신속하게 맞출 수 있을지, PSG가 대체자를 영입할 시간이 확보될지, 그리고 이강인이 프리미어리그 도전을 결심할지가 모두 변수다.
시간은 많지 않다. 이적 시장 마감일은 9월 1일. 아스날에게 빼앗긴 굴욕을 씻고, 손흥민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토트넘은 이강인을 향해 전력질주 중이다. 반대로 이강인에게도 이번 여름은 단순한 소문이 아니다. PSG 벤치에 묶여 있을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지. 커리어 전체를 좌우할 갈림길에 섰다. /mcadoo@osen.co.kr
[사진] 이강인, PSG, 리그 1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