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배은망덕 그 자체다.
지난 24일 중국 매체 ‘소후’는 “청두 룽청의 FA컵 준결승 패배는 단순한 경기 결과가 아니다. 심판 판정 논란과 전력 부족, 그리고 서정원 감독의 불안한 거취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19일 열린 2025 중국 FA컵 준결승. 청두 룽청은 허난 FC와 격돌했다. 경기 전만 해도 여론은 청두의 우세를 점쳤다. 리그에서 보여준 탄탄한 전력, 홈 구장의 이점, 그리고 뜨거운 팬들의 성원까지 더해져 사실상 결승 진출이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는 무너졌다. 청두는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다 결국 0-0 무승부, 승부차기 혈투 끝에 3-4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치명타는 승부차기에서 나왔다. 외국인 센터백 레체터가 중요한 순간 너무나도 허무한 킥을 시도했고, 허난의 왕궈밍 골키퍼에게 간단히 막혔다. 청두의 흐름은 곧장 꺾였다. 패배 직후 청두의 팬들은 충격에 빠졌고, 구단은 또 한 번 FA컵 결승 진출 기회를 잃었다.
중국 ‘넷이즈’와 ‘소후’는 입을 모아 심판 판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결정적 장면은 후반 51분. 펠리페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돌파하다가 뒤에서 중이하오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주심 마이마이티장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VAR까지 거쳤지만 결과는 ‘노 파울’. 현장은 야유와 욕설로 뒤덮였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즌 내내 청두는 마이마이티장이 맡은 경기마다 ‘의문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앞서 산둥전, 톈진전에서도 거친 반칙과 애매한 퇴장 판정으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현지 언론인들조차 “그가 배정되는 순간 청두는 불리한 싸움을 강요받는다”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벤치의 서정원 감독 역시 더는 참지 못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소후’는 이를 두고 “심판 판정 하나가 청두의 기적을 무참히 꺾었다”고 일갈했다.
서정원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패배 이유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시즌 초 35명이던 스쿼드가 이제는 25명으로 줄었다. 단순한 전술 문제가 아니라 인력 부족이 성적에 직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후’는 “청두가 허난에 밀린 이유는 단순히 판정 문제가 아니라, 얇아진 스쿼드와 보강 실패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패배로 서정원 감독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그는 청두를 중국 슈퍼리그 강호 반열에 올려놓으며 구단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구단은 재계약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축구협회(CFA)가 새로운 감독을 물색 중인 상황에서 슈퍼리그와 아시아 무대 경험을 모두 갖춘 서정원은 매력적인 카드다. ‘소후’는 “만약 청두와 결별한다면, 그는 대표팀 감독직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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