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이 환상적인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데뷔골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그가 이번에도 개인 활약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로스엔젤레스(LA)FC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S 정규리그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FC 댈러스와 1-1로 비겼다. 승점 1점을 추가한 LAFC는 웨스턴 콘퍼런스 4위(승점 41점)에 자리했다.
손흥민은 이날도 4-3-3 포메이션의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다. 그는 토트넘에선 주로 측면에 배치됐지만, 스티븐 체룬돌로 감독의 LAFC에선 계속해서 중앙에 기용되며 더욱더 득점에 집중하고 있다.
손흥민은 기다리던 데뷔골까지 뽑아냈다. 그는 전반 6분 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키커로 나섰고, 예리하게 감아찬 오른발 슈팅으로 직접 골망 구석을 흔들었다. MLS 무대 세 경기 만에 기록한 첫 골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시카고 파이어와 데뷔전에선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17일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전에선 선발 데뷔전을 치르며 어시스트를 올린 바 있다.
다만 승리를 챙기진 못했다. LAFC는 전반 13분 로건 패링턴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손흥민의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했다.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MLS 선정 공식 최우수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그는 홀로 슈팅 8회, 기회 창출 8회, 크로스 성공 4회 등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원맨쇼'를 펼쳤기 때문. 축구 통계 매체 '풋몹'도 손흥민에게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8점을 줬다.
손흥민의 원더골은 단연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현지 중계진도 "조르지오 키엘리니, 가레스 베일 등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갔지만, 손흥민은 LAFC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잠재력이 있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MLS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다운 방식으로 MLS 첫 골을 넣으며 주목받고 있다"라며 "불타오르는 스타트다. 손흥민은 MLS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있다. '한국 슈퍼스타'인 그는 막을 수 없는 직접 프리킥으로 LAFC에서 득점을 시작했다"라고 집중 조명했다.
또한 MLS는 "손흥민은 '클럽 레코드' 이적에 서명한 지 3일 만인 시카고전에서 후반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데뷔전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토트넘의 전설인 그는 뉴잉글래드전에선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첫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계속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손흥민의 입이 떡 벌어지는 데뷔골은 MLS 로드 트립 오프닝의 화룡점정이었다"라고 강조했다.

LAFC도 그 누구보다 손흥민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팀 동료인 수비수 은코시 타파리는 "손흥민은 전날 훈련에서 프리킥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맨 위 구석을 봤는데 마법처럼 공이 그냥 거기로 날아갔다. 보기 좋았다. 난 정말 그 덕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손흥민의 첫 3경기는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을 정도다. 페널티킥을 얻은 다음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골을 넣는다. 그래서 다음 주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그건 그에게 달려있지만, 그는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 난 손흥민의 에너지를 사랑한다"라며 손흥민의 프리킥 골을 예술작품에 빗대기도 했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도 "손흥민은 강한 경쟁자이자 우승자다. 게다가 그는 이 리그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라며 "따라서 우리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건 신선한 에너지와 동기부여다. 정말로 필요했던 거다. 손흥민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다만 손흥민만큼은 이번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MLS 시즌 패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다고 생각했다. 정말 어려운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냥 파이널서드에서 좀 문제가 있었다. 기회를 만들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정말 실망스러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내내 표정도 그리 밝지 못했다.
또한 손흥민은 "팀과 하나가 되기 위해선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MLS에 온 지) 이제 2주가 조금 넘었다.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다. MLS와 LAFC에서 첫 골을 넣은 건 기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승점 3점을 얻는 거다. 정말, 정말 실망스럽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승점 3점을 얻지 못해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던 데뷔전과 판박이었다.

이제 다음 상대는 라이벌 샌디에이고다. LAFC는 오는 31일 안방에서 샌디에이고를 상대한다. 지금까지 원정 3연전을 치른 손흥민에겐 LAFC 홈 데뷔전이 될 전망이다.
손흥민은 "장시간 이동하면서 3차례 원정 경기를 소화했다. 정말 힘들었다"라며 "이제는 회복하고 중요한 경기를 잘 준비할 수 있는 한 주가 남아있다. LAFC에서 첫 홈 경기이자 좋은 상대와 경기이기 때문에 정말 기다리고 있다. 잘 준비하고 회복해서 승점 3점을 획득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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