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창원 NC전에서 17-5로 대승을 거두면서 12연패를 간신히 탈출했다. 12연패를 당하면서 확고부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3위에서 이제 공동 4위로 내려 앉았고 이제 5강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공수주에서 거듭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투수진이 최소 실점으로 막으면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이후 타격 페이스가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투수진이 무너졌다. 수비진은 불안감을 연신 노출하며 실점과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 과정에서 주전 유격수였던 전민재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까지 맞이했다. 연패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주전급 선수들의 이탈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롯데는 내야 사령관, 주전 유격수의 공백을 최소화 했다. 전민재가 이탈한 뒤 이호준이 선발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이호준은 기회에서 매번 증명했다.
이호준은 지난 20일 잠실 LG전부터 선발 유격수로 나섰다. 이후 선발로 나선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이 기간 타율 3할8푼9리(18타수 7안타) 2홈런 5타점 OPS 1.254로 맹활약을 펼쳤다. 실책은 1개.

특히 이 기간 데뷔 첫 홈런에 이어 2호 홈런까지 연달아 터뜨렸다. 21일 잠실 LG전, 4-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이호준은 1볼에서 LG 선발 요니 치리노스의 137km 포크볼을 걷어 올려 우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연패 기간 터진 데뷔 첫 홈런.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태형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연패 탈출의 날이었던 24일 창원 NC전에서도 14-2로 이미 승부의 추가 많이 기울었던 5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투수 김태훈의 147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2호 홈런을 터뜨린 뒤에도 김태형 감독은 활짝 웃었다.
지난 7월 9일 사직 두산전, 이호준은 끝내기 안타로 팀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 때에도 김태형 감독은 활짝 웃으면서 이호준의 활약을 반겼다. “귀엽지 않나. 강단도 있고 배포도 있는 선수”라고 흐뭇해 한 바 있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로 입단한 이호준은 올해 2년차 시즌을 맞이하며 기회를 받고 있다. 물론 많은 기회는 아니다. 81경기 타율 2할4푼8리(101타수 25안타) 2홈런 16타점 17득점 OPS .76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기회가 올 때마다 이호준은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았던 박승욱이 슬럼프로 헤매고 있을 때선발 유격수로 나서면서 인상을 남겼다. 4월 말에는 전민재가 헤드샷 부상 여파로 빠져 있을 때에도 유격수로 기회를 받으면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수비력에 있어서는 현재 내야진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 넓은 범위와 빠른 송구 동작이 이호준의 강점이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배포 있는 모습으로 선발 유격수로 나선 순간마다 활약을 펼치고 있다. 주전 유격수의 체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호준은 여전히 경쟁을 펼쳐야 한다. 전민재가 돌아오게 되면 후보로 밀려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치고 꾸준함을 보여준다면, 언제든지 주전 유격수로 도약할 수 있다. 이호준은 기회가 올 때마다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증명해내고 있다. 이호준은 연패 탈출 이후 도약하려는 롯데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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