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홈으로 쓰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원정팀 한화 이글스와 4번 타자 노시환(25)에게 행운이 따른 순간이었다.
지난 26일 고척 한화-키움전. 팽팽한 투수전 속에 1-1 동점으로 맞선 9회초 한화 선두타자 문현빈이 키움 마무리투수 조영건의 2구째 직구를 통타, 우월 솔로 홈런으로 장식하며 균형을 깼다.
이어 다음 타자 노시환도 조영건의 2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쳤지만 타구가 좌측으로 높이 떴다. 맞는 순간 노시환은 뜬공이 된 줄 알고 탄식했다. 키움 좌익수 박주홍, 3루수 송성문, 유격수 어준서가 동시에 높이 뜬 타구를 바라보며 낙구 지점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타구가 떨어지지 않고 고척돔 천장 구조물 사이에 끼였다. 고개를 들고 타구가 떨어지길 기다리던 키움 야수들은 천장을 가리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천장 구조물을 타고 흐른 공은 5초가량 흘러 3루 쪽 파울 지역으로 뚝 떨어졌다.
그 사이 노시환은 1~2루를 지나 3루까지 달렸고, 파울 지역에 떨어진 공을 주운 송성문이 3루 커버를 들어간 투수 조영건에게 송구했다. 조영건이 노시환을 태그했지만 3루심 박근영 심판이 ‘인정 2루타’를 선언한 뒤였다.


KBO리그에서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은 타구가 천장에 맞을 경우 적용되는 ‘로컬룰’이 있다. 페어지역에서 타구가 천장(스피커 등 포함)에 낀 경우 볼데드가 선언돼 타자와 주자 모두 안전진루권에 의해 2개 베이스가 주어진다. 박근영 심판이 마이크를 잡고 관중들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이에 따라 노시환의 타구는 인정 2루타로 인정돼 무사 2루로 경기가 재개됐다.
설종진 키움 감독대행이 나와 심판진에 항의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천장을 맞고 낙하한 타구를 포구하지 못했을 경우 인플레이가 되지만 이번에는 천장에서 일정 시간 정지해 있었기 때문에 볼데드 상황으로 인정된 것이다.
고척돔 천장을 맞고 낙하한 타구는 아주 가끔 있었지만 이렇게 천장에 끼어서 한참 있다 떨어진 것은 극히 드문 일. 노시환과 한화로선 행운이었다. 만약 고척돔이 아니었다면 뜬공 아웃이 될 타구였지만 2루타로 바뀌었고, 계속된 공격에서 한화는 손아섭의 희생번트와 김태연의 몸에 맞는 볼로 1사 1,3루 찬스를 이어갔다. 이도윤 타석에서 상대 투수 전준표의 폭투가 나왔고, 홈으로 달린 노시환이 추가 득점까지 올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1점. 3-1로 승리한 한화는 3연승을 달리며 1위 싸움을 이어갔다.

경기 후 노시환은 “내가 할 수 있는 스윙은 다 했는데 사실 약간 빗겨맞는 바람에 전력 질주를 하느라 타구를 보지는 못했다”며 “2루까지 열심히 뛰었는데 그때까지 수비들이 공을 못 찾는 것 같아 인플레이인 줄 알고 3루까지 뛰었다. 천장에 맞아 인정 2루타라는 설명을 듣고 그때 타구가 천장에 맞았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 천장을 맞힌 것은 처음 경험하는 거라 신기한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노시환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타구였다. 고척돔은 그라운드에서 지붕까지 최대 높이가 67.59m로 일본 도쿄돔(56.19m)보다도 무려 11.4m 높다. 웬만해선 천장을 때리는 타구가 나오기 어려운데 노시환의 엄청난 파워가 행운의 2루타를 만들어냈다.
그는 “아웃일 줄 알았는데 2루타가 돼 운도 따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결국 팀이 승리해서 연승을 이어간 것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행운의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를 기록한 노시환은 지난 6월27일 문학 SSG전 이후 43경기 만에 시즌 3번째 3안타 경기로 반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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