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쩌겠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기나 긴 암흑의 터널을 겨우 빠져 나왔다. 지난 24일 창원 NC전에서 17-5로 대승을 거두면서 12연패를 겨우 탈출했다. 올 시즌 롯데의 가장 힘든 시기였다. 이전까지 4연패 이상을 당하지 않았던 롯데는 이 기간 연패를 몰아서 당했다. 모든 불운이 롯데를 휘감았다.

롯데는 8월 초,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했다. 결과는 만들었지만 과정에서 계산을 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기록과 별개로 불안감이 있었던 선수였다. 당시 3위였던 롯데는 3위 이상의 성과, 그리고 가을야구를 위해서 데이비슨을 퇴출했다. 대신 빅리그 통산 191경기 중 144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38승(51패)을 기록한 베테랑 빈스 벨라스케즈를 가을야구 청부사로 영입했다.데이비슨은 6일 사직 KIA전 승리를 이끈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데이비슨을 내보낸 이후 롯데는 거짓말 같이 12연패 수렁에 빠졌다. 괜히 ‘데이비슨의 저주’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었다. 김태형 감독도, 선수단 모두 이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게 의식했다. 대신 벨라스케즈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쉬운 모습을 거듭했다.
13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데뷔전에서 3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 19일 잠실 LG전 5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다. 연패를 끊는 스토퍼가 되지 못했다.
26일 사직 KT전 6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나균안은 “연패가 길어지다 보니까 선수들끼리 장난스럽게 ‘진짜가 아닌가’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를 하곤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래도 벨라스케즈는 24일 창원 NC전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4탈삼진 4실점의 성적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투구 내용이 압도적이지 않았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고 승리를 수확하며 자신이 합류한 이후 이어진 팀의 연패를 스스로 끊었다.
그래도 아직 빅리그 38승의 경험과 경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23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 치르는 첫 시즌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하지만 가을야구 승부수의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벨라스케즈에 대해 “경기 운영은 괜찮은데, 욕심이라면 공이 더 좋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남은 시즌 어떻게 할지는 벨라스케즈가 잘 던져줘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라는 점도 동시에 언급했다. 김 감독은 “공을 힘껏 때리면 150km는 나오는데 꾸준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또 자꾸 손 끝에서 공을 누르는 느낌이 안 든다. 공이 살짝 밀려 들어가는 느낌이다”며 “공을 조금 더 때리면 좋을 것 같다. 이제 몇 경기 안 남았는데 좋아질 것이다”고 벨라스케즈가 남은 시즌의 키라고 강조했다.
벨라스케즈는 던지는 구종의 구속대가 모두 빠른 편이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2km까지 찍었는데 체인지업 최고 구속이 147km까지도 나왔다. 평균적으로 140km 초반대다. 슬라이더 역시 비슷한 구속대다. 포심과 편차가 크지 않다. 결국 김태형 감독이 말한 것처럼 공을 더 강하게 때리면서 구속과 낙차를 모두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수술 받은 33세 투수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멀리까지 온 것은 이기러 왔고 나보다 팀이 지는 게 더 싫다. 이제 팀 동료들과 함께 클럽하우스 안에서도 나의 좋은 영향력이 끼칠 수 있게, 짧을 시간일 수도 있지만 나의 경험과 베테랑으로서 느낀 점, 도와줄 수 있는 점을 젊은 선수들에게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 전준우, 김원중 선수 등 베테랑 선수들과 얘기해서 그런 역할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벨라스케즈는 자신이 지금까지 보여준 편견, 그리고 달갑지 않은 저주를 스스로 깨야 한다.
롯데는 2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잔여경기 등을 포함하면 4~5경기 가량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과연 벨라스케즈가 롯데 가을야구 진출의 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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