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할배 떠나도, 야구 유망주들에게 남은 온기…故 마허 교수 3주기, 유망주 3인 장학금 수여식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5.08.27 11: 15

‘사직 할배’ 故 케리 마허 교수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온기는 여전히 남아있다. 올해로 어느덧 3주기가 됐고 한국 야구 유망주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식은 계속됐다.
케리 마허 장학위원회는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케리마허 장학금’ 3주기 전달식을 가졌다.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다. ‘사직 할아버지’ 캐리 마허 전 교수의 별세 소식을 접한 롯데팬들이 고인이 늘 앉던 사직구장 테이블석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아 명복을 빌고 있다. 2022.08.17 / foto0307@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제공

2011년부터 영산대 영어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케리 마허 전 교수는 2013년부터 부산 사직구장과 전국 야구장을 돌며 롯데의 전 경기를 직관했다. 경기 때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열성적으로 응원해 야구 팬들에게 '사직 할아버지'로 불렸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였던 2017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시구를 하기도 했다.
2019년 비자 문제로 한국을 떠나야 할 상황이 되자 롯데 구단은 마허 교수를 외국인 선수들과 코치들의 부산 생활을 돕는 매니저 역할로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허 전 교수는 혈액암 투병을 했고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롯데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도 롯데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마허 교수는 2022년 8월 16일 향년 68세로 별세했다. 롯데 2군 구장인 상동구장에서 가까운 곳에 묻힐 만큼 롯데에 대한 사랑은 특별했다.
마허 교수는 부산 지역 유소년 야구 유망주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만들기 원했고 그의 유산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장학위원회가 설립됐다. 2023년 1주기부터 마허 교수의 장학금 수여식이 진행되고 있다.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사직구장을 찾아 지난 16일 별세한 ‘사직 할아버지’ 케리 마허 전 영산대 교수의 추모공간에서 헌화하고 있다. 2022.08.21 / foto0307@osen.co.kr
3주기 장학금 수상자는 양산시 BC 투수 겸 포수 문승찬, 부산중 투수 정주원, 경남중 내야수 강시우 등 3명이 선정됐다.
문승찬은 투수와 포수를 겸하면서 투수로는 최고 143km의 강한 구위를 보여줬고 포수로는 운동 신경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강한 어깨와 풋워크 등 포수로서 기본기가 좋아졌고 빠른 발과 장타 생산력을 갖추고 있다. 포수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면서 ‘특급 포수’라고 불리고 있다. 
문승찬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검도를 했는데 관장님 추천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포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올해 대표팀에 가서 기뻤다. 긴장도 됐지만 신나고 재밌었다. 한 번도 뵌적은 없지만 상을 만들어주신 마허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저보다 훌륭한 선수도 있는데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문승찬이란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중 에이스 정주원은 최고 142km의 공을 뿌리면서 전국 소년체전 부산예선 1위, 대통령기 중학야구대회 부산예선 1위를 이끌었다. 안정적인 밸런스와 제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정주원은 “올해 투수로서 기량이 많이 성장하면서 좋아진 것 같다. 지금은 외야수와 투수를 보고 있는데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정말 좋아해서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싶다. 프로야구 중계를 볼 때 교수님의 모습을 뵌 적이 있다”고 말했다.
케리 마허 장학위원회 제공
경남중 강시우는 올해 공식 경기 타율 5할7푼7리를 기록할 정도로 중학교 최고의 교타자로 평가 받고 있다. 운동 신경을 바탕으로 한 유격수 수비도 부산권 선수 가운데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 받고 있다. 
강시우는 “받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는데 작년에 2기 장학금을 받은 (이)태수(경남고) 형처럼 선정되어 뿌듯하다.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배트 중심에 잘 맞히려는 노력을 하니까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 것 같다. 이정후 선수처럼 타율도 좋고, 장타도 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수들의 부모들도 마허 교수 장학위원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승찬의 어머니 김아현 씨는 “같은 양산 BC 출신 신지헌 부모님께 지난해 장학금을 받은 이야기를 들었다. 승찬이가 상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팀을 옮긴 뒤 김만윤 감독이 많이 성장시켜주신 덕분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주원의 아버지 정연섭 씨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데 너무 감사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캐치볼을 하면서 야구에 대한 흥미가 생겼는데 주형광 감독님이 양정초 감독을 맡으셨고, 야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마허 교수님이 유명한 롯데 팬이라 알고 있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다. 좋은 취지의 상을 만들어주셔서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강시우의 아버지 강정헌 씨도 “좋은 취지의 장학금을 아들이 받아 영광스럽다. 부모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 미안한데 본인이 열심히 해서 대견스럽다. 야구장에 자주 왔는데 교수님이 관중석에 앉아 계신 걸 많이 봤는데 이렇게 인연이 됐다. 시우가 잘 성장해서 받은 만큼 좋은 씨앗을 뿌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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