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류현진이 14G 단 2승이라니, 감독도 미안해했는데…미소로 보여준 진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8.28 04: 40

“지금 페이스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38)은 지난 5월6일 대전 삼성전에 시즌 4승째이자 한미 통산 190승을 달성했다. 당시 기준으로 KBO리그 9시즌 112승, 미국 메이저리그 10시즌 78승을 거둔 류현진은 시즌 내로 200승 달성에도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즌 8경기 만에 4승을 수확했으니 약 20번의 추가 등판에서 10승을 더해 200승을 달성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14경기에서 류현진은 2승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6패를 당했다. 이 기간 70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5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화 타선의 득점 지원이 너무 부족했다. 이 기간 9이닝당 3.5점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무득점 3경기, 1득점 4경기, 2득점 5경기로 2득점 이하가 무려 12경기나 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6연패 이후 3연승으로 반등하며 1위 싸움을 이어갔다. 한화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3–1로 승리했다. 한화 류현진이 김경문 감독과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5.08.26 /cej@osen.co.kr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키움은 알칸타라, 한화는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웠다.1회말 한화 선발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2025.08.26 /cej@osen.co.kr

1위 싸움을 펼치는 팀을 위해 4일 휴식 등판을 자청한 지난 26일 고척 키움전도 그랬다.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한화 타선이 7회까지 1득점에 그쳐 또 승리가 불발됐다. 오죽했으면 김경문 한화 감독이 경기 후 승장 코멘트로 류현진에게 미안함을 표할 정도였다. 
김경문 감독은 27일 경기 전에도 “어제뿐만 아니라 5경기 정도 계속해서 타자들이 뒷받침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류)현진이는 자꾸 팀이 이기면 괜찮다고 하는데…”라며 6경기째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키움은 알칸타라, 한화는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웠다.6회말 2사 한화 류현진이 키움 임지열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2025.08.26 /cej@osen.co.kr
하지만 류현진은 웃었다. 비록 자신은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팀이 3-1로 승리하며 연승을 이어갔고, 경기 후 승리투수가 된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27일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난 류현진은 “제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개인 성적보다 팀이 이기는 게 좋다. 내가 잘 던져도 팀이 지는 게 더 안 좋다. 팀이 이기니까 당연히 좋다. 선발로서 자기가 던진 날 팀이 이기면 좋은 것이다”고 웃은 이유를 말했다. 
6회까지 86구를 던진 상태였지만 7회 한 이닝 더 던지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지금 우리 스케줄상 급할 필요가 없다. 아프지 않고 잘 마쳐서 다음을 준비하면 된다. 6회까지 충분히 잘 던졌고, 쉬면서 다음을 준비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4일 휴식 등판이었기 때문에 더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순서상 31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야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대체 선발을 쓰며 류현진에 추가 휴식을 주기로 했다. 
류현진은 “투구수도 괜찮아서 한 이닝 더 던지려 했다. 지난번(21일 대전 두산전) 7회에 던졌다가 (만루 홈런을) 맞았는데 양상문 투수코치님께 ‘그래서 7회 안 내보내 주시나요?’라고 장난으로 말했다. 코치님은 나중에 힘쓰라고 하셨다”며 또 한 번 웃었다. 더 큰 경기, 가을야구를 위해 힘을 아껴놓으라는 의미였다. 류현진도 그 마음을 잘 알고,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키움은 알칸타라, 한화는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웠다.한화 류현진이 공격이닝에 목을 축이고 있다. 2025.08.26 /cej@osen.co.kr
비록 개인 승리는 놓쳤지만 9시즌 연속 1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5회 2사 1,2루 위기에서 송성문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강철, 장원준, 양현종에 이어 역대 4번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하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조그만 기록이라도 나오면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대망의 한미 통산 200승까지는 8승이 필요하다. 한화의 시즌이 24경기밖에 없고, 류현진은 최대 5번 정도 추가 등판이 가능하다. “올해는 끝난 것 같다. 내년에 기약하겠다”며 웃은 류현진은 이제 한화의 순위 싸움에만 신경쓴다. 지난달 22일까지 5.5경기차 1위를 달린 한화는 LG의 무서운 기세 속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4.5경기차 2위로 처져있다. LG 쪽으로 1위 싸움의 무게가 기울었지만 한화는 6연패 이후 4연승으로 반등하며 마지막 기회를 엿보고 있다. 
류현진은 “그렇게 빨리 뒤집어질 줄 몰랐고, 이렇게 차이가 날 줄도 몰랐다. LG가 후반기에 8할 승률을 할 줄 몰랐다”고 놀라워하며 “우리는 지금처럼 이길 경기 이기면서 유지해도 괜찮다. 그러다 격차가 줄어들고, 시즌 마지막 3연전 안으로 뭔가 일이 있으면 선수들이 더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부상을 당해서 빠지면 손해다. 그런 쪽에서 선수들이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선수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한화 류현진. 2025.08.26 /cej@osen.co.kr
한화 류현진. 2025.08.26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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