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귀에서 피나게 만든 극성 팬 “기대하시라, 플레이오프 때 다시 만나자”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08.28 09: 41

[OSEN=백종인 객원기자] 며칠 전이다. 전 세계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건이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31)가 45호 홈런을 친 날이다. 들어오며 덕아웃 옆 좌석의 관중 한 명과 하이 파이브를 나눈다. 경기 내내 지긋지긋한 야유를 퍼붓던 남성이다. (한국시간 2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LA 다저스)
그 장면 하나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사방에서 인터뷰와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결국 이틀 후에는 토크쇼에 출연했다. 매체 다저스 네이션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채널 ‘다저스 덕아웃(Dodgers Dougout)’이 화상 연결에 성공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케팅 관련 사업을 한다는 빌리 진이 얘기하는 ‘그날의 일’이다.
오른쪽이 빌리 진. 팟캐스트 ‘다저스 덕아웃’
열정적인 야구팬은 아니다. 그저 1년에 5~10번 정도 펫코 파크를 찾는다. 물론 샌디에이고 출신이라서 파드리스를 응원한다.
그날도 친지 몇 명이 모여서 ‘남자들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2만 달러(약 2790만 원) 상당의 박스 티켓을 구입해 현장을 찾았다. (누가 지불했는지, 전체의 요금인지 등의 설명은 없다.)
간 김에 실컷 트래시 토크를 즐기기로 했다. 일행 중 처남이 다저스 팬이다. “오타니는 NBA의 마이클 조던 같은 존재”라고 알려주더라. 그래서 목표를 그에게 맞추기로 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막상 보니 한눈에 딱 알아보겠더라. 덩치가 정말 크더라.
“저 친구가 쇼헤이야? 우와, 더 록(레슬러 겸 배우 드웨인 존슨)이랑 제트 리(이연걸)를 합쳐 놓은 것 같군”이라고 크게 떠들었다.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더라. 그래도 계속했다. 샌디에이고를 위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쉬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른쪽 귀가 멍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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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이 옆에서 힌트 하나를 주더라. “오타니가 요즘 타격감이 영 안 좋다. 어제까지 10타수 무안타였다.”
그 말을 듣고 더 신이 났다. (9회초) 그가 대기 타석에 있을 때 투수(마쓰이 유키)에게 힘껏 소리쳤다. “야, 지금 타자만 잡으면 돼. 다음 타자는 물빠따야. 10타수 무안타래.” (실제는 14타수 동안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러자 오타니가 슬쩍 돌아보더라. 눈이 가늘어지며 화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타석에 들어가 홈런을 터트렸다. 베이스를 돌아 들어오는 순간, 우리 일행은 난리가 났다. 내가 옆자리 친구 라이언에게 소리 질렀다. “야, 야, 이쪽으로 오는 아냐? 왠지 그럴 것 같은데.”
사실은 7회에도 일이 있었다. 열심히 야유를 보내고 있는데, 다저스의 9번 타자(달튼 러싱)가 3점 홈런을 쳤다. (스코어 2-2가 5-2로 바뀌는 결정타였다.)
그때 오타니가 내 쪽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봤지? 봤지? 홈런이야”라고 하더라. 밉지 않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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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난 다음 날이다. 맙소사. 말도 마라. 전화가 엄청나게 오더라. 문자는 말도 못 하고…. 수많은 미디어에서도 계속 연락이 온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하는 일이 마케팅이다. SNS를 통해 폭발적으로 정보를 퍼트리는 게 직업이다. 그런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날 내 야유가 조금 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무키 베츠나 다른 선수들도 한 번씩 무섭게 째려보더라. 그리고 파드리스 팬들에게도 미안하다. 혹시 나 때문에 그 게임을 진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오타니가 그렇게 대단한 선수라는 것도, 그 사건이 이렇게 방송을 많이 탈 일인 줄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대단한 선수다. 마이클 조던이 맞는 것 같다. 그야말로 GOAT(Greatest Of All Time, 사상 최고의 선수)다.
살면서 GOAT를 만나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또 있겠나. 그는 멋진 결과와 행동으로 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승자의 품격을 봤다. 존경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가 되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트래시 토크를 날릴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그는 자신의 SNS에 ‘지금은 다저스 팬이 된 것 같아’라는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한 회사 ‘Billy Gene Is Marketing’은 작년 기준으로 추정 자산이 1700만 달러(약 237억 원)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4만 명, 75개국의 20만 명에게 온라인 마케팅 기법에 대한 강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빌리 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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