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며칠 전이다. 전 세계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건이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31)가 45호 홈런을 친 날이다. 들어오며 덕아웃 옆 좌석의 관중 한 명과 하이 파이브를 나눈다. 경기 내내 지긋지긋한 야유를 퍼붓던 남성이다. (한국시간 2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LA 다저스)
그 장면 하나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사방에서 인터뷰와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결국 이틀 후에는 토크쇼에 출연했다. 매체 다저스 네이션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채널 ‘다저스 덕아웃(Dodgers Dougout)’이 화상 연결에 성공했다.
마케팅 관련 사업을 한다는 빌리 진이 얘기하는 ‘그날의 일’이다.

열정적인 야구팬은 아니다. 그저 1년에 5~10번 정도 펫코 파크를 찾는다. 물론 샌디에이고 출신이라서 파드리스를 응원한다.
그날도 친지 몇 명이 모여서 ‘남자들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2만 달러(약 2790만 원) 상당의 박스 티켓을 구입해 현장을 찾았다. (누가 지불했는지, 전체의 요금인지 등의 설명은 없다.)
간 김에 실컷 트래시 토크를 즐기기로 했다. 일행 중 처남이 다저스 팬이다. “오타니는 NBA의 마이클 조던 같은 존재”라고 알려주더라. 그래서 목표를 그에게 맞추기로 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막상 보니 한눈에 딱 알아보겠더라. 덩치가 정말 크더라.
“저 친구가 쇼헤이야? 우와, 더 록(레슬러 겸 배우 드웨인 존슨)이랑 제트 리(이연걸)를 합쳐 놓은 것 같군”이라고 크게 떠들었다.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더라. 그래도 계속했다. 샌디에이고를 위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쉬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른쪽 귀가 멍할 지경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8/28/202508280344773960_68af52ba00389.jpg)
처남이 옆에서 힌트 하나를 주더라. “오타니가 요즘 타격감이 영 안 좋다. 어제까지 10타수 무안타였다.”
그 말을 듣고 더 신이 났다. (9회초) 그가 대기 타석에 있을 때 투수(마쓰이 유키)에게 힘껏 소리쳤다. “야, 지금 타자만 잡으면 돼. 다음 타자는 물빠따야. 10타수 무안타래.” (실제는 14타수 동안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러자 오타니가 슬쩍 돌아보더라. 눈이 가늘어지며 화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타석에 들어가 홈런을 터트렸다. 베이스를 돌아 들어오는 순간, 우리 일행은 난리가 났다. 내가 옆자리 친구 라이언에게 소리 질렀다. “야, 야, 이쪽으로 오는 아냐? 왠지 그럴 것 같은데.”
사실은 7회에도 일이 있었다. 열심히 야유를 보내고 있는데, 다저스의 9번 타자(달튼 러싱)가 3점 홈런을 쳤다. (스코어 2-2가 5-2로 바뀌는 결정타였다.)
그때 오타니가 내 쪽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봤지? 봤지? 홈런이야”라고 하더라. 밉지 않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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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난 다음 날이다. 맙소사. 말도 마라. 전화가 엄청나게 오더라. 문자는 말도 못 하고…. 수많은 미디어에서도 계속 연락이 온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하는 일이 마케팅이다. SNS를 통해 폭발적으로 정보를 퍼트리는 게 직업이다. 그런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날 내 야유가 조금 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무키 베츠나 다른 선수들도 한 번씩 무섭게 째려보더라. 그리고 파드리스 팬들에게도 미안하다. 혹시 나 때문에 그 게임을 진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오타니가 그렇게 대단한 선수라는 것도, 그 사건이 이렇게 방송을 많이 탈 일인 줄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대단한 선수다. 마이클 조던이 맞는 것 같다. 그야말로 GOAT(Greatest Of All Time, 사상 최고의 선수)다.
살면서 GOAT를 만나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또 있겠나. 그는 멋진 결과와 행동으로 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승자의 품격을 봤다. 존경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가 되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트래시 토크를 날릴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그는 자신의 SNS에 ‘지금은 다저스 팬이 된 것 같아’라는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한 회사 ‘Billy Gene Is Marketing’은 작년 기준으로 추정 자산이 1700만 달러(약 237억 원)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4만 명, 75개국의 20만 명에게 온라인 마케팅 기법에 대한 강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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